미디어오늘

KBS MBC의 한심한 ‘청와대 신년 인사회’ 보도
KBS MBC의 한심한 ‘청와대 신년 인사회’ 보도
[캡처에세이] 기본적인 팩트도 최소한의 균형도 맞추지 못하는 방송뉴스

“김한길 대표는 자신이 덕담을 발표할 차례가 되자 미리 준비해온 A4석장 분량의 원고를 작심한 듯 읽어 내려갔는데요. 우선 지난 한해를 민주주의가 상처받고 정치는 실종된 한 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특검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3일 JTBC <뉴스9> ‘김한길 대표 만난 박 대통령’ 리포트 가운데 일부다.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 신년인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4개월 만에 만난 내용을 전하고 있다. 분위기는 어땠을까.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분위기는 좋았다, 화기애애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언론 보도내용을 종합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손석희 앵커가 지적했듯이 “겉으론 웃었지만 실제론 서로 뼈있는 말들을 주고 받은” 정황이 나오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김한길 대표의 발언도 ‘분위기가 좋은 쪽’이라기보다는 ‘작심하고 할 말을 한 쪽’에 속한다.

   
2014년 1월3일 JTBC <뉴스9> 화면갈무리
 
“민주주의 상처받고 정치는 실종됐다”는 야당 대표 발언 자체가 없는 KBS MBC

같은 날 SBS <8뉴스> “국정은 공동책임 … 소통부터” 리포트에도 “지난해 9월 3자 회동 이후 넉 달 만에 박 대통령과 만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에는 정치가 실종됐다’며 뼈있는 덕담으로 응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정리하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는 의미는 있지만 서로 ‘할 말을 하는’ 자리가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KBS <뉴스9>에는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되지 않는다. 우선 리포트 제목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만 강조한다. KBS MBC SBS JTBC 중에서 박 대통령 발언만을 리포트 제목으로 뽑은 건 KBS가 유일하다.

   
2014년 1월3일 KBS <뉴스9> 화면갈무리
 
<“국정 2인3각 경주, 주체들 소임 다해야”> (2014년 1월3일 KBS <뉴스9>)
<청와대 신년회 야당 대표도 참석> (2014년 1월3일 MBC <뉴스데스크>)
<“국정은 공동책임” … “소통부터”> (2014년 1월3일 SBS <8뉴스>)
<김한길 대표 만난 박 대통령> (2014년 1월3일 JTBC <뉴스9>)

리포트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 KBS의 “국정 2인3각 경주, 주체들 소임 다해야” 리포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취임이후 처음으로 청와대를 찾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통합과 공존을 위한 협의체를 제안했습니다. <녹취> 김한길(민주당 대표) :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위원회 같은 협의체가 필요할 것입니다.’ 김 대표는 특히 대선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도 거듭 요구해 대여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상처받고 정치는 실종된 한 해였다”는 말은 생략됐고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특검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촉구”한 발언은 ‘대여 공세’라는 단어로 탈바꿈했다. 정치공세 이미지가 다분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리포트 구성인 셈이다.

   
2014년 1월3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갈무리
 
MBC 리포트 역시 문제가 많다. 같은 날 MBC는 <뉴스데스크> ‘청와대 신년회 야당 대표도 참석’ 리포트에서 “이례적으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관심이 쏠렸다”고 언급했지만 정작 리포트에선 야당 대표의 발언을 제대로 소개하지도 않았다.

MBC는 “새 정부 출범후 처음 청와대를 방문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지만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난 한 해는 힘든 한해였다며 새해에는 소통의 정치를 하자며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대타협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야당 대표 발언을 정확히 소개하는 것은 ‘사실 보도’의 기본
‘뼈 있는’ 응대? 민주당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나에 대한 점검은 아예 없어

야당 대표의 발언을 정확히 소개하는 것은 ‘팩트’를 전달하는 기본 사항 중에 하나인데 KBS와 MBC는 이 ‘기본적인 영역’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특히 KBS가 그렇게 강조하는 ‘여야의 입장을 공정히 보도한다는 균형적 보도’ 원칙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발언이라도 제대로 소개를 하는 게 ‘균형적 보도’ 제 1원칙이 아니던가.

   
2014년 1월3일 SBS <8뉴스> 화면갈무리
 
사실 야당 대표의 ‘덕담’을 단순 소개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한 해를 민주주의가 상처받고 정치는 실종됐다고 평가했지만, 그 기간 동안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냉정히 돌아보면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김 대표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특검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서 민주당이 얼마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지는 별개로 평가해야 할 문제다. 대통령 앞에서 ‘뼈 있는 말’로 응대를 하는 수준에서 그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3일 KBS MBC 메인뉴스에선 야당 대표의 발언을 정확히 소개하는 내용도 부족하고, 야당 역할에 대한 검증은 아예 시도조차 되지 않는다. 허긴 ‘정부 비판’ ‘대통령 비판’ 리포트가 사라진 지 오래인 방송뉴스에서 기대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리포트 제목으로 뽑아 보도하는 곳이 대한민국 공영방송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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