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이 철도파업 하루 전인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뉴스에 나온 138건의 인터뷰 및 발언을 분석한 결과,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정부와 코레일의 입장과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언급하는 인터뷰가 전체 75%인 104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3사는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시민의 멘트를 단 한 건도 내보내지 않았다. 

138건의 인터뷰 및 발언을 보면, 파업 참가 노동자 발언은 30건인 반면 코레일 및 대체인력 멘트는 43건, 검찰과 경찰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 멘트는 17건, 산업계는 23건, 시민은 21건, 기타 1건이었다. 이를 두고 민언련은 “방송3사는 철도 파업으로 물류배송에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출퇴근으로 불편을 겪는다는 인터뷰를 내보내며 피해를 부각시키는데 열중했다”고 평가했다.

이 기간 방송 3사의 관련 리포트는 총 70건으로 KBS 25건, MBC 21건, SBS 24건이다. 민언련 분석에 따르면 이 가운데 파업에 따른 피해나 우려, 시민불편, 사건 사고를 전하는 기사는 총 43건(61%)이다. 핵심 쟁점인 ‘민영화 논란’은 방송사별로 2~3건에 불과했다. MBC가 2건이고 KBS, SBS는 3건씩이다.

민언련은 “이 결과는 철도 파업의 원인인 ‘민영화 논란’을 조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방송3사가 노력하기 보다는 철도파업으로 인한 ‘시민불편’ ‘업계피해’ 등을 과도하게 부각하며 ‘철도파업의 부당성’, ‘조기진압’을 종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대학과 시민단체를 위주로 철도파업에 대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3사가 내보낸 21명의 시민 인터뷰 중에는 파업지지 의견이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민언련은 “ 3사가 ‘불편해도 괜찮다’, ‘민영화되면 철도요금 인상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시민사회의 연대 움직임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특히 KBS ‘데스크 분석‘을 크게 비판했다. 파업 첫날 이현주 경제부장은 ’데스크 분석‘에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의 운행이 줄어 시민들이 KTX를 타야했다며 “이처럼 철도 파업은 막연한 국민 불편 정도가 아니라, 가시적인 국민 손실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코레일은 대체인력을 일반열차가 아닌 KTX에 주로 투입하고 있다. 코레일은 노사 합의를 어기고 통근, 통학열차 ‘누리로’를 전면 중단했다. 

16일 ‘데스크 분석’에서는 ‘외부세력이 코레일 노사의 합리적 대화를 막고 있다’는 취지의 분석도 나왔다. 황상무 사회1부장은 수서발KTX 분할고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노사 양측의 의견을 전하면서 “외부세력의 개입은 (노사가 합리적 대화를 못하게 하는) 이 불신을 더욱 키운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부장은 ‘외부세력’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현재 1000여개 시민단체는 국회와 정부에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15건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는 열차 사고에 대한 리포트에서도 ‘정부 편향’이 나타났다. KBS는 지난 15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역에서 일어난 승객 사망사고와 관련, 16일자 리포트를 “철도 파업 이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더니 어젯밤, 80대 할머니가 숨지는 일까지 있었다”고 시작했다. 그러나 이 리포트에는 차장 업무를 위해 ‘10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단체협약을 코레일이 위반한 사실은 나오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서발KTX 분할이 민영화 수순이고, 철도노조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등 정부의 대응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 민언련은 “대다수 국민들이 철도파업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역으로 ‘반저널리즘’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는 방송3사를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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