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으로 21일, 22일 방송된 SBS <송포유>에 대한 평가가 뜨겁다. 리얼다큐와 예능을 섞은 형식으로 비행청소년의 민낯과 그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그렸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 또한 만만찮다.

총 3부작 중 2부작까지 방송된 <송포유>는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두 고등학교 학생들이 100일간의 합창대결을 통해 조금씩 변화해 가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방송이 끝나고 인터넷 게시판과 SNS에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제작진이 ‘방황하는 아이들의 종착역’이라고 표현한 두 학교의 몇몇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온 학생들은 “애들 땅에다 묻었다”, “때려서 전치 8주를 입혔다”를 스스럼없이 말했다. 피해자에게 미안한 기색이나 참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무용담을 늘어놓는 모습에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 자신의 동생이 피해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의 댓글 갈무리
 
게다가 한 사이트에는 방송에 나온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피해학생이 방송을 보고 발작을 일으켰다는 글까지 나왔다. 다른 네티즌들도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지극히 잔인한 방송이라는 데 동의하며 방송을 봤을 피해자들의 2차피해를 우려했다. 가해 학생이 반성 없는 모습으로 피해자의 앞에 나설 때 피해학생은 억울하고 분노하기 마련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은지 상담사는 “본인을 괴롭히고 상해를 입혔던 상대가 멀쩡하게 거리를 걸어 다니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굉장한 분노감이 일어날 것”이라며 “보호받고 관리를 받아야 할 나는 숨어서 지내야 하는데 저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다닐 수 있을까란 억울함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 SBS <송포유> 장면 갈무리
 

이같은 비판과 문제점을 이유로 <송포유>는 더 이상 방송을 이어나가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답일까. 지금 총 분량의 3분의 2가 방송된 상황이다. 아직 3분의 1일 남았다. 제작진의 의도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목표인 폴란드 합창대회 진출까지는 아이들의 철없고 겁없는 모습이 드러나야 클라이막스에서 ‘꿈을 이뤘다’는 카타르시스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송포유>는 청소년들의 민낯을 방송 앞부분에서 충분히 보여준다.

<송포유>에서 비춰진 청소년들의 모습은 참을성 없고, 이기적이고, 매사에 심드렁하다. 또 문신, 욕, 담배, 술 등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들은 ‘절대악’이거나 단편적인 인물로만 비춰지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앞에 나서는데 익숙하지 않아 부끄럼이 많고, 하고 싶은 일에는 열정을 갖고, 동료에게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는 양면적인 인물임이 곳곳에 드러난다.

물론 이들의 표현방식은 거칠다. 두 학교의 중간평가에서 솔로를 맡은 한 학생이 기대만큼 잘하지 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거친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옆사람에게 피해가 있을까 두려웠다는 속마음이 그려졌다. 아무리 ‘일진’이라도 사람은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다.

<송포유>는 과거의 ‘심각한’ 다큐멘터리처럼 비행청소년들의 모습을 무조건 어둡거나 사연이 있는 모습으로 그리지 않는다. 또 이들의 방황을 무조건 사회 탓으로 돌리지도 않는다. 단지 아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이 합창을 통해 조금씩 변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조심스런 기대감을 준다. 방송 곳곳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변할 수 있나 놀라워요”, “무언가 열심히 배우는 건 처음이에요” 등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변하고 있음을 시청자들에게 인식시켜준다. 이 점에서 문제아들이 노래를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미국드라마 와도 닮아 있다.

   
▲ SBS <송포유> 포스터
 

<송포유> 제작진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저희 기획의도와 아이들의 이야기는 3부에 다 들어 있다”고 밝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도 “연출상 일진미화처럼 비춰질 수 있었겠지만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그렇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일진 학생들을 악인이나 범죄자로 규정하기보다 학생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방송에 출연한 학생들은 분명 과거에 가해학생이었다. 방송에 나온 모습으론 아직도 행실이 바르지 못하고 피해자에 대한 반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방송된 내용만 봤을 때는 일진을 미화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송포유>출연 학생이 또다른 피해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아직 한 차례의 방송이 더 남았다. 방송의 기획 의도가 제대로 연출이 되었는지는 방송이 끝나고 ‘혹독히’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