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판도가 뒤바뀔 거라던 주파수 경매가 끝났다. 한때 황금 주파수만 가지면 펄펄 날아갈 것처럼 떠들던 KT도, KT 특혜라며 펄쩍 뛰던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도, 일단은 눈치를 살피면서 칼을 갈고 있는 분위기다. 광대역 LTE니 LTE-A니 온갖 선전 구호가 난무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딱히 차별성이 없고 그 나물에 그 밥, 결국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신 3사들의 나름대로 답답한 속사정과 미묘한 전략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SK텔레콤은 철저하게 집토끼(기존 고객) 지키기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한 1.8GHz 대역을 낙찰 받아 이미 지난 6월 시작한 LTE-A와 함께 광대역 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음성 무제한 요금제와 착한 기변(기기변경), 데이터 리필 서비스 등을 기존 고객들 이탈을 막는데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KT는 광대역 LTE-A라고 포장하고 있긴 하지만 속도 보다는 혜택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KT는 LTE 뿐만 아니라 LTE-A 서비스도 가장 늦게 시작했고 광대역 LTE 서비스도 전국 서비스는 내년 7월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두 배 혜택”을 강조하는 것도 당장 “두 배 속도”를 전면에 내세우기 부담스러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KT가 내놓은 혜택은 음성 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고객에게 기본 제공 데이터를 두 배로 늘려준다거나 가입 기간이 2년 이상인 고객에게 멤버십 포인트를 두 배 제공한다는 정도가 딱히 파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동통신사 3사 로고.
 
KT 홍보실 관계자는 “LTE 자체가 속도가 빨리 나와 쓰는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제는 속도에 큰 관심이 없다”면서 “LTE-A는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지만 KT 광대역 서비스는 기존 고객들도 단말기 교체가 필요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LTE를 시작해 재미를 봤던 LG유플러스는 광대역 LTE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3위 사업자에 머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앞으로는 광대역 싸움이 치열할 것 같다”며 “광대역 LTE에 맞춘 핵심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통신 3사 모두 광대역 LTE나 LTE-A로 본격적인 경쟁을 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다. 아이폰5S와 아이폰5C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딱히 혁신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단말기 교체 수요를 노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KT는 단말기 교체 없이도 광대역 LTE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광대역 LTE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가입자 빼앗기 경쟁이 격화되면 상대적으로 3G 가입자 비중이 높은 KT가 가장 불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마케팅 경쟁 없이 가입자 이탈을 막는 게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 결국 잃을 게 없는 LG유플러스 혼자 두 배 빠른 LTE를 전면에 내세워 선전하고 있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들이 광대역 LTE나 LTE-A 서비스의 속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고만고만’한 마케팅 전략을 벌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광대역 LTE든 LTE-A든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 외에는 새로운 게 없다”면서 “과거 스마트폰이 처음 들어왔을 때나, 속도가 느려서 답답했던 3G에서 LTE로 넘어왔을 때처럼 놀랍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3G에서 LTE단말기로 바뀔 때 통신사들이 가격을 올렸지만 LTE-A로 바뀐다고 가격을 올린다는 말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봤을 때 (속도로) 경쟁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LTE의 속도는 75Mbps 수준, 광대역 LTE나 LTE-A는 이론적으로 100~150Mbps까지 속도가 나온다. 그러나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TE-A는 2개 이상의 주파수 대역을 연결해 사용하기 때문에 30%의 음영지역이 생기고, 전국망으로 확대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서 “반면 광대역 LTE는 LTE와 커버리지가 같아서 전송속도가 어디서나 안정적이고 빠르다”고 설명했다.

8월 번호이동 가입자 순증 규모를 보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각각 6만6000명과 2만6000명씩 늘어난 반면 KT는 9만2000명이나 줄어들었다. 과거 30%를 웃돌았던 KT의 번호이동 점유율은 올해 들어 25% 수준으로 줄어들어 LG유플러스에 2위 자리를 내줬다. 가뜩이나 지난 7월 말 불법 보조금 규제로 영업정지를 맞고 난 뒤 번호이동 점유율이 한때 17%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전면전으로 치닫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보조금을 쏟아 부어도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다는 학습 효과도 있다. 지금은 본격적인 LTE 마케팅 경쟁을 앞둔 소강 국면인데 통신 3사 모두 과열 경쟁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송 연구원은 “가입자들의 해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SK텔레콤은 기존 가입자를 지키는 게 남는 장사고, 아직 LTE-A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KT는 광대역 서비스를 실시할 때까지 혜택이라도 많이 줘야 그나마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거고 LG유플러스는 순조롭게 계속 가입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니까 최대한 지금 상황을 유지하는 게 맞다”면서 “결국 3사 모두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원도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통한 마케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조금 마케팅을 세게 하면 영업정지를 맞는다는 것을 통신사들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통신사 전체 규모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5 : 3 : 2의 구도로 변함이 없지만 LTE 시장만 놓고 보면 4.8 : 2.5 : 2.6으로 LG유프러스가 KT보다 우위에 섰다”며 “40대 이상은 SK텔레콤가 최고라는 인식이 여전히 있지만 활동적인 20~30대 가입자들은 LTE 전국망을 제일 먼저 설치한 LG유플러스가 잘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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