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지들이 주파수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써야 한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어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들이 발끈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5일 사설에서 “700MHz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쓰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디지털타임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발표(2011년)에 따르면,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사용할 경우 연관 산업의 확산 등으로 경제적 가치가 53조원에 달하지만, 이를 방송용으로 활용하면 경제적 가치가 3조7000억원에 그쳐 통신용으로 활용할 때에 비해 7%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즉, 이 대역을 방송용으로 사용하는 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란 얘기다.

일단 전문가들은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쓰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이남표 MBC 기획조정본부 정책협력부 전문연구위원(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은 “주요 트렌드 국가는 미국과 일본, 유럽인데 이들 가운데 700MHz대역을 통신용으로 쓰는 건 미국과 일본밖에 없다”며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쓸지 아닐지에 대해 영국, 독일, 프랑스도 결정한 바 없고 EU에서는 보류했다”고 말했다.

박진우 KBS 미디어정책부 부장도 “일부국가만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우리나라는 미국식(MFN. 다중 주파수 네트워크)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송신소마다 주파수를 다르게 써야 한다”며 “유럽식(SFN. 단일 주파수 네트워크)이라면 예비대역을 만들 여지가 많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애초 MFN을 선택했기 때문에 주파수가 제한적이라 차세대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700MHz와 같은 예비대역이 방송용으로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전문가들은 방송용 주파수가 경제적이지 않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디지털타임즈는 같은 기사에서 “방송사들은 여러 대역의 주파수 408MHz폭을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20MHz 폭을 사용하는데 조 단위의 사용료를 내는 것고 대조적이다”고 했다.

채수현 언론연대 정책위원은 “얼핏보면 ‘공짜’라는 표현이 자극적으로 다가오지만 지상파 방송사도 마이크로웨이보(본사에서 송신소까지 가는 무선 주파수), 중계차가 쓰는 주파수 등 업무용으로 주파수 사용료를 내고 있다”며 “또한 방송발전기금으로 광고의 5~6%사이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채 위원은 “시청자들이 시청할 때 사용되는 주파수는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에 내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송과 통신시장의 규모는 다를 수밖에 없다. 통신은 통신사와 개인간에 1대1로 거래한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천만명이면 1대 천만이 거래한다”며 “반면 방송사는 시청자와 직접거래 하는 게 아니라 주로 광고주와 거래한다. KBS같은 공영방송은 수신료 2500원이 정해져 있으니 클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렇게 방송사들이 700MHz가 방송용으로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차세대 서비스인 UHD 서비스 등을 위해 예비대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남표 위원은 “UHD환경으로 바뀐다는 의미가 KBS와 EBS 시청자의 경우 수신료 이외에 추가비용 없이 깨끗한 화면을 볼 수 있다는 뜻”이라며 “방송사에게 700MHz와 같은 예비대역이 없다면 상당히 많은 지역에서 이 서비스를 누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부에서는 위성을 쏘아서 (UHD급) 깨끗한 화질을 만들라고 하지만 허점이 있다”며 “위성으로 방송을 수신하려면 각 아파트와 주택마다 위성수신기를 달아야 하는데 20~25만원이 든다. 이를 미래부가 내 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성규 SBS 방송지원본부 라디오 기술팀 부장은 “지상파를 UHDTV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은 우리나라에만 있다”며 “우리나라서 선도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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