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문갑식의 신통방통>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를 벌였다. TV조선 측은 문제가 지적된 진행자를 교체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위원들은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4일 오후 열린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권혁부) 회의에서 위원들은 TV조선 안건에 상정된 <문갑식의 신통방통> 등에 대해 제재수위를 논의했다. 배우 차승원씨의 아들이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방송에서 언급하면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막말방송’ TV조선 ‘문갑식의 신통방통’ 중징계 예고
 
문갑식 기자는 지난 8월5일 방송에서 “아버지는 열아홉에 결혼을 하고 아들은 스물네 살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고…(중략) 차승원씨가 열아홉 살 때 애를 낳았다니까, 애가 애를 낳아가지고 교육을 제대로 못시켰나요?”라고 발언했다. 방송심의규정 중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어겼는지 여부가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것이다.
 
의견진술에 나선 TV조선 보도본부 김기성 뉴스센터장은 “저희 회사 입장에서도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CP가 직접 이어폰으로 ‘그런 식의 발언은 안 된다’고  했고, 방송이 끝난 뒤에도 그 문제로 지적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 센터장은 “두 차례나 그 전에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지적이 있어서 일단 문갑식 진행자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문갑식 기자는 지난달 28일 열린 방송소위를 하루 앞둔 27일 “오늘 방송을 끝으로 신문기자 본연의 업으로 돌아가려 한다”며 하차했다. (관련기사)

   
▲ TV조선 <문갑식의 신통방통>. 지난 4월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던 문갑식 기자는 지난달 27일 교체됐다.
 
 
김 센터장은 “방송에 숙달이 안 된 사람들이 진행을 맡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방송언어에 대한 심의를 하고 있다.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시사대담프로 3개를 골라서 방송표현이나 언어예절을 지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름대로 (문 기자의) 사안을 보는 눈이나 직설적 표현이 오히려 (방송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진행자로 세웠는데 언어 습관이라는 게 방송으로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쉽게 나온다”며 “결국 6개월도 안돼서 프로그램을 내렸다. 회사 입장에서도 크게 결정하고 (방송 내용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심의위원들은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권혁부 위원은 “차승원씨가 직접 들었다면 얼마나 화가 났겠냐”며 “여하를 떠나서 이런 방송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법정제재인 ‘경고’ 의견을 밝혔다. 
 
김택곤 위원도 “(진행자 교체 등) 후속조치는 있었겠지만 진정하게 방송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려면 그 프로그램에서 (사과방송 같은) 언급을 했어야 한다”며 역시 ‘경고’ 의견을 냈다. 엄광석 위원은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문제가 있다”며 한 단계 낮은 ‘주의’ 의견을 냈고, 박성희 위원과 장낙인 위원도 ‘주의’ 의견을 냈다. 결국 징계수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최종 징계수위에 대한 의결은 차기 전체회의로 넘겨졌다.
 
<문갑식의 신통방통>은 또 다른 건으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문갑식 기자는 지난 7월15일자 방송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이분이 친노의 수괴죠? 오야, 쉽게 하면 두목”이라고 묘사했다. 
 
지난 8월2일자 방송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284개 시민단체 연합인 ‘국정원 시국회의’를 두고 “이게 무슨 시민단체에요. 정치집단이고 좌파단체지”라고 발언했다. 두 안건은 모두 방통심의위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현대사 미스터리’ 랭킹에 천안함 올린 XTM도 중징계?
 
한편 ‘대한민국 현대사 미스터리’ 랭킹을 방송하면서 ‘천안함 침몰 사건’ 등을 소개한 XTM에 대한 제재수위 의결도 전체회의로 넘겨졌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5·18 조작설’을 방송해 물의를 빚었던 종편들과 같은 수준에서 징계를 해야 한다며 중징계를 주장했다. 
 
지난 2012년 1월19일 방송된 XTM의 <남자공감랭크쇼 M16>은 ‘대한민국 현대사 미스터리’를 방송하면서 ‘천안함 침몰’ 사건을 6위에 올렸다. 또 김현희 KAL기 폭파 사건은 9위, 독립운동가 장준하의 타살 의혹은 4위로 선정해 방송했다. 위원들의 관심은 주로 ‘천안함 침몰 사건’ 부분에 모아졌다.

   
▲ 지난 2012년 1월19일 방송된 XTM의 <남자공감랭크쇼 M16>
 
 
권혁부 위원은 “광주 5·18(조작설을 방송한 종편을 징계한 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며 “확립된 역사적 인식과 정부의 조사결과를 부정한 의혹제기였기 때문에 제재를 한 바 있다. 그 수준으로는 제재를 해야 한다”고 법정제재인 ‘경고’ 의견을 냈다. 
 
박성희 위원은 “평화 시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있고, 그런 것에 영향을 받은 프로그램들이 나온 게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이건 중징계를 할 사안”이라며 역시 ‘경고’ 의견을 밝혔다. 
 
엄광석 위원도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었고, 이런 걸 냉소적 어투로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경고’ 의견을 냈다. 
 
반면 장낙인 위원은 “의혹이 있었다는 걸 소개한 거지 (해당 프로그램이) 직접 의혹을 제기한 게 아니다. 의혹제기가 있었다는 것 자체는 소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문제없음’ 의견을 밝혔다. 김택곤 위원은 “크게 문제 삼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면서도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했어야 한다”며 행정지도인 ‘권고’ 의견을 냈다. 
 
앞서 지난 5월, 변희재씨가 대표로 있는 미디어워치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링크)에서 “tvN을 통해 친노종북 선동에 나서고 있는 CJ그룹이 자사의 또 다른 채널 XTM을 통해 김현희 가짜설, 천안함 침몰설, 장준하 타살설 등을 제기하며, 현대사를 조작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공격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변희재 대표는 비슷한 시기, CJ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CJ그룹의 또 다른 PP채널인 tvN 의 시사풍자 코너 ‘위켄드 업데이트’가 5월4일자 방송에서 변 대표를 낸시랭과 함께 ‘금주의 이상한 놈’으로 선정한 직후였다. 미디어워치는 방송 직후인 5일과 6일 잇따라 CJ그룹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CJ그룹을 중심으로 한 친노종북 세력 VS 애국세력 간의 전선”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노무현 비하 사진 SBS <뉴스8> 제재수위는 전체회의로  
 
방송소위는 그밖에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이미지를 뉴스에 노출시켜 민원이 제기된 SBS의 <뉴스8>에 대해서는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기로 결정했다. 또 8월8일 방송된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 대해서는 의결을 보류하고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무릎팍도사’ 심의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추천위원들이 참 가관이었다”, “노골적으로 안철수 거짓말을 비호하다보니까 헛소리들을 정말 많이 했다”, “민주당의 충견 노릇”,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변 대표 발언의 대상으로 언급된 장낙인 위원은 “심의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며 심의 의결 참여를 포기하고 퇴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해당 안건이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위원들 간 의견은 엇갈렸다. 결국 소위원장인 권혁부 위원은 “의결을 보류하고 전체회의에서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지 다른 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심의를 하겠다”고 결정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