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관리자들도 ‘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마필관리사는 경마공원의 말을 운동시키고, 밥 먹이고, 보건·질병을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마필관리사들은 4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한국마사회의 ‘변종고용’구조 △인력부족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등 교육미비 등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변종된’ 고용구조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필관리사들의 고용문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원청’격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마사회가 마필관리사들을 고용하지 않는 데도 실질적으로 이들을 관리·지시·감독한다는 점과 지역별로 고용구조가 달라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인정 건수 부족 등의 문제가 있다.

윤창수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전마노) 위원장은 “마사회는 마필관리사들을 직접고용을 해야 하고, 시설관리와 유지, 산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 마필관리자의 고용구조 모습. 사진=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제공
 
원래 마필관리사는 한국마사회의 직원이었다. 그러다 1993년 한국마사회가 경마사업발전을 이유로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도입돼 있는 ‘개인마주제’를 실시했다. 개인이 마사회에 경주마를 등록하고 마방(외양간)을 총괄하는 조교사와 위탁관리계약을 맺는다. 국가가 말을 출전시키는 게 아니라 개인이 경주마를 출전시키면서 말을 훈련시킬 조교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가 된 것이다. 프로야구의 고용시스템과 비슷하다.

이때 조교사는 경주마의 전반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하지만 전국의 경마공원 3개(서울, 부산, 제주) 중 두 곳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서울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들은 조교사협회와 고용계약을 맺기 때문에 마주가 조교사와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조교사협회 차원에서 수습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러나 부산과 제주 경마공원은 개별 조교사와 고용계약을 맺는다. 마주가 조교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마필관리사들은 자동으로 직장을 잃게 되는 구조다.

문수열 전마노 부산지부장은 “서울경마장은 협회와 계약을 맺는 거라 협회 소속이 되지만 부산과 제주는 개별고용이라 개인사업자 소속이 된다”며 “조교사와 계약이 해지되면 다시 신규사업자로 다른 조교사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회사를 자주 이동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찍혀 금융거래 등을 할 때 불리한 점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강태종 전마노 제주지부장은 “20명의 조교사 밑에 마필관리자가 5명씩 개별고용 돼 있다”며 “개별 고용이기 때문에 서울경마장 관리자처럼 호봉제가 될 수 없고 임금이 마방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강 지부장은 “2003년 7월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업주들이 노동부 산업안전과에 의뢰해 실시하는 골격계질환 유인조사’는 단 한 번도 실시된 적이 없다”며 “말을 타다가 다쳐서 병원에 가도 겉으로 티가 나지 않으면 산재처리가 잘 되지 않고 산재예방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경마공원의 말을 운동시키고 보건‧질병 등의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마필관리사들이 4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한국마사회의 변칙적인 고용구조, 인력부족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 등을 개선 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샤워하고 있는 경주마 모습.
©연합뉴스
 
즉 마필관리사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업무수행 중 재해를 입어도 한국마사회가 직접적으로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탁성현 한국마사회 경마관리팀장은 “고용승인은 보안심사 절차에 불과하다”며 “경마는 공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범죄전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또 탁 팀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를 직접고용해서 조교사에게 보내주면 불법파견”이라며 “또 경마의 공정성 차원에서도 마사회 직원이 (게임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의심받기 딱 좋다”고 말했다.

또한 탁 팀장은 “사고 예방을 위해 육성조교검사제도(말이 경마장에 오기 전에 목장시설에서 트레이닝 받는 제도), 보호 장비 착용 의무화, 응급구호 체계 갖추고 있다”며 “사고의 원인이 시설미비 등 마사회가 관리하고 있는 부분인 경우에는 보수개선 등 나서지만 동물과 관련해 난 사고는 (마필관리사들이) 산재지원금을 받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부산경마공원의 박용석 마필관리사가 자살했고 2008년에는 서울경마공원의 박종덕 마필관리사가 낙마해 현재 식물인간 상태다. 이해경 전마노 정책실장은 “박용석 마필관리사가 자살했을 때도 마사회는 노사문제라며 발을 뗐지만 일이 있을 때마다 와서 지시·감독을 한다”고 밝혔다.

윤창수 전마노 위원장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우리가 다른 게 무엇인가”라며 “원청인 한국마사회가 (산재 시에) 책임져야 하는데 책임지지 않으니까 산재가 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고용구조는 마필관리사들의 인력난으로 이어져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된다.

서울, 부산, 제주 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는 각각 485명, 240명, 100명으로 1인당 3~6마리의 말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의 마필관리사가 1인당 말 두마리를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업무강도가 높은 편이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업재해 다발 등 공표대상 사업자 명단’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전업종 평균 재해율이 0.52%인 데 반해 서울 경마공원 마필광리사들의 재해율은 13.89%로 평균 재해율의 약 25배가 높다. 부산과 제주 경마공원보다 상대적으로 근무환경이 좋은 서울 경마공원이 이 정도다.

   
▲ '부산.경남권 공동경마장 기본 운영계획'에는 서울경마장를 벤치마킹해 마필관리자 1명 당 말 3.1마리를 관리하도록 명시돼 있다. 사진=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제공
 
특히 부산경마공원에는 마필관리사가 240명, 마필은 980마리가 있다. 1인당 평균 네 마리를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문수열 전마노 부산지부장은 “서울과 부산 경마장의 말은 더레브렛 종이라 덩치가 크다”며 “서울 경마장처럼 1인 3두(마필관리사 1명 당 말 세 마리)체제로 가려면 지금보다 최대 87명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3년에 작성된 ‘부산·경남권 공동경마장 기본 운영계획’에는 1인당 3.1두라고 명시돼 있다.

강태종 전마노 제주지부장은 “현재 말 550마리를 100명의 마필관리사가 담당해 1인 5.5두로 운영되고 있다”며 “제주마(조랑말)과 한라마(제주마와 더러브렛 교배종)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1인 4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1인 4두가 되기 위해선 마필관리사 38명이 더 유입돼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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