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서울경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경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철균)는 ‘총력 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장 회장이 매각을 강행할 경우 장재구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장재구 회장은 자회사인 서울경제의 1대주주이자 회장을 맡고 있다. 

(관련기사: <장재구 회장, 서울경제 지분 매각 임박>)

 
서울경제 비대위 이철균 위원장은 18일 “매각 의지를 꺾지 않으면 민사·형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지난 16일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매각을 원천 저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위원장은 “(인수자로 거론되는 곳은) 머니게임을 주로 하는 곳들”이라며 “설령 사인을 한다고 해도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싸우겠다고 결의했다”고 말했다. 
 
장재구 회장은 ‘우리인베스트먼트’에 서울경제를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인베스트먼트는 지난 4월 지어소프트가 리딩투자증권으로부터 ‘리딩인베스트먼트’ 지분 전량(76%)을 48억5000만원에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꾼 창업투자회사다. 대주주인 지어소프트는 지난해 약 400억원의 매출액과 29억여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모바일 마케팅 업체다. 

   
▲ 5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
 
 
이 위원장은 “지어소프트는 이익을 못 내고 있는데 서울경제를 인수할 자금이 어디 있겠나”라며 “(인수)자금을 마련했다고 해도 창구가 의심스럽고, 현재 돈을 마련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지어소프트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제3자’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왜 떳떳하지 못하게 숨어서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부적절한 매각’이라는 것이다. 
 
비대위는 장재구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고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101억원 가량의 배임 혐의와 138억 가량의 횡령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장재구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002년 이후 서울경제와 장재구 회장의 거래내역, 서울경제와 한국일보의 거래내역 일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논의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장재구 회장과 그 측근들이 (매각을) 극비리에 진행하면서 경영진도 뒤늦게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경영진은 구속 수감 중인 장재구 회장을 최근 면회한 자리에서 매각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장재구 회장이 ‘한국일보 경영권 탈환’을 목표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장재구 회장 측은 임금채권 96억원을 해소하면 법정관리(회생절차) 자격요건이 사라진다고 해석하는 것 같다”며 “제지나 인쇄업체 채권도 꽤 있는데 그런 곳에서 가만히 있겠나.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21일에는 법원의 대표자 심문이 예정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와 한국일보 관계자들은 장 회장이 서울경제를 서둘러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자들의 임금채권을 갚거나 ‘변제공탁’해 해소한 뒤, 회생절차 개시를 막아 경영권을 되찾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철균 위원장은 “원천적으로 매각을 막겠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장재구 회장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비대위에는 노조에 가입한 편집국 조합원 130여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비편집국 인원 및 부장단 등도 비대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19일에도 비상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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