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독자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스포츠서울 종이신문과 스포츠서울닷컴 홈페이지(www.sportsseoul.com)에 표기된 ‘스포츠서울’의 제호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2000년대 초반 종이신문 기사의 온라인 유통을 위해 설립됐던 ‘닷컴’이 사실상 독립 언론사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서울은 도메인을 회수하고 기사 전송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고, 소송을 냈다. ‘스포츠서울닷컴’을 운영해온 스포츠서울미디어 측은 이에 앞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사연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포츠서울은 지난 2002년 10월, ‘스포츠서울아이앤비’를 설립했다. 기사의 온라인 유통을 담당하던 조직을 분사시킨 것이다. 당시 다른 언론사들들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스포츠서울은 계약을 맺고 스포츠서울아이앤비에 ‘스포츠서울’ 브랜드 사용권과 신문 콘텐츠 사용권 및 판매권 등을 부여했다. 스포츠서울은 스포츠서울아이앤비의 최대주주였다.
 
2000년대 중반이 되자 변화가 생겼다. 2006년 취임한 김상규 대표이사는 사명을 ‘스포츠서울미디어’로 바꾸는 한편, ‘닷컴’ 기자들을 채용해 자체적으로 기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언론사 홈페이지의 트래픽이 급증하던 시기다. 자체생산 기사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편집국 기자 수도 4~50여명 수준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연예보도 특종 등을 무기로 ‘승승장구’했다. 정치부를 신설하는 등 범위도 넓혔다.

   
▲ 스포츠서울 종이신문의 제호(왼쪽)과 스포츠서울닷컴의 제호(오른쪽).
 
 
반면 업계 1위였던 스포츠서울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 5월, 서울신문은 자회사였던 스포츠서울의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투자자들은 4개월 만에 지분을 재매각 해 ‘먹튀’ 논란을 빚었다. 곧바로 충청북도 지역의 유력 건설업체에 인수됐지만, 정홍희 회장은 2008년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뒤 실형을 선고받았다. 스포츠서울은 모회사와의 흡수합병 등을 통해 ‘미디어사업부문’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복된 구조조정 끝에 편집국 기자 수는 50여명 수준까지 절반 넘게 줄었다.
 
그러는 사이 스포츠서울미디어는 수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해 김상규 대표의 지분을 조금씩 늘려갔다. 2007년 3월과 2012년 8월에는 ‘스포츠서울닷컴’과 ‘스포츠서울’의 상표권을 각각 등록했다. 스포츠서울은 뒤늦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스포츠서울미디어와 통합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게다가 스포츠서울이 지난 3월 스포츠서울미디어의 최대주주 지위를 잃어버리면서 두 회사는 사실상 이름만 공유하는 별개의 언론사가 됐다. 
 
스포츠서울은 스포츠서울미디어를 상대로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전용권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스포츠서울미디어 측이 사실상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계약을 어겼으므로 계약이 해지된 상태라는 것이다. 또 스포츠서울미디어제팬을 설립, 콘텐츠 사용권을 부당하게 제3자에게 양도했고, 연간 순이익 2%와 포털 기사전송료 10%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계약도 어겼으며, 협의 없이 ‘스포츠서울’ 브랜드로 오프라인 사업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 '스포츠서울닷컴' 홈페이지 하단 '회사소개'를 클릭하면 나오는 페이지. 스포츠서울은 스포츠서울미디어에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스포츠서울미디어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스포츠서울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거듭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7월9일, 8월15일자로 스포츠서울미디어와 맺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자사 소유로 되어 있는 ‘스포츠서울닷컴’ 도메인을 회수하고, 콘텐츠 전송을 중단하는 한편 ‘스포츠서울’ 브랜드 사용을 금지하겠다고도 밝혔다. 사실상 영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스포츠서울미디어는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이후 서울남부지법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쟁점은 ‘계약위반’ 여부다. 스포츠서울미디어 측 관계자는 “계약 위반 사실이 없다”며 “(계약 위반 여부는) 법률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이지 저쪽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약위반 사실이 없기 때문에 계약해지가 무효라는 것이다. 두 회사가 2010년 4월 갱신한 계약에 따르면, 스포츠서울미디어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 2년으로 되어 있는 계약기간은 2년씩 자동 연장된다. 
 
스포츠서울 노조(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는 “터무니없는 온라인 유통계약을 방관하거나 승인하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복지부동하기에 급급했던 과거 경영진의 직무태만이 야기한 가슴 아픈 결과물”이라며 “존폐위기에 직면한 종이신문 스포츠서울 조직원들의 생존”을 위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스포츠서울미디어 측의 귀책사유를 입증해 계약을 무효화하고 독자적인 온라인 시장 진출을 모색할 것을 경영진에게 촉구했다. 
 
현재 ‘스포츠서울닷컴’에 게재되는 기사 중 대부분은 ‘닷컴’ 기자들이 생산한 기사들이다. 포털에 전송되는 기사도 ‘스포츠서울닷컴’ 이름을 달고 노출된다. 스포츠서울미디어 측이 제기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소송의 심리는 14일 오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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