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매체 프레시안이 주식회사에서 ‘직원+소비자’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 기성언론이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라 프레시안의 새로운 실험은 앞으로 언론계 안팎에서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은 지난 3일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14명 중 10명의 찬성(2명 반대, 2명 기권)을 얻어 법인 형태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프레시안으로서는 대안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다는 것이 전환 배경이다. 프레시안은 전환결의문에서 “지난 12년간 프레시안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70점 정도밖에 줄 수 없을 것 같다. 결정적으로 ‘품위 있는’ 생존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프레시안은 진보, 보수 언론을 가리지 않고서 만연해 있는 ‘기사 따로, 광고 따로’라는 편의적인 논리를 거부하며 논조와 일치하지 않는 광고와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런 사정이 지금 현재 프레시안을 뒤덮고 있는 선정적인 광고를 정당화할 수 없다”, “또 광고 매출과 직결되는 페이지 뷰를 늘리고자 기성 매체 못지않은 이른바 ‘낚시’ 제목을 남발한 것 역시 정당화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프레시안은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언론의 지배 구조를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언론을 꿈꾸는 독자, 필자, 기자가 협동조합 프레시안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함께 만들며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미래를 모색한다”고 밝혔다. 또한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기자의 이름 하나, 마케터의 이름 하나, 디자이너의 이름 하나가 곧 브랜드가 되는 언론을 지향한다”며 “규모를 키우는데 급급하기보다는 노동자가 최고의 업무 환경에서 적절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크게 소비자와 직원 조합원으로 나뉜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공익적 언론을 염원하는” 독자 누구나 소비자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가입시 3구좌(3만원) 이상 출자하고, 매월 1만원이상의 조합비를 내면 된다. 다만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총 출자금의 3분의 1이 넘게 출자할 수는 없다. 
 
프레시안에 상시 근무하는 직원으로 이뤄지는 직원 조합원은 300만원을 출자하고 매월 1만원의 조합비를 낸다. 출자 전환을 결의한 프레시안 직원들은 지금까지 1억원이 넘는 출자금을 마련했다. 또한 프레시안 협동조합의 기치에 동감한 ‘천사 조합원’들은 이미 4억여 원의 출자를 약속한 상태다. 
 
   
▲ 프레시안 뉴스스탠드 화면
 
프레시안의 협동조합 전환으로 사원들과 독자들은 경영 및 편집 전반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프레시안은 “구성된 조합원들은 대의원총회, 이사회, 편집위원회, 프레시앙위원회 등을 통해 프레시안 협동조합 경영 전반에 참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프레시안 협동조합의 최고 의사 기구로 연1회 개최되는 대의원 총회에 직원 조합원과 천사 조합원들은 당연직 대의원으로 참여하게 되며, 소비자 조합원 100명 당 1명도 대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경영 실무를 집행하는 이사회 역시 이사 정수(10명) 절반은 소비자 조합원에서, 나머지 절반은 직원과 천사 조합원에서 선출된다. 프레시안의 편집 보도 방침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편집위원회도 소비자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프레시안 경영 및 보도에 대한 소비자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프레시앙위원회는 소비자 대의원 7명 이내로 구성된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이사는 “프레시안은 협동조합 전환을 통해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 등 사회적 강자의 이익이 아니라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가치에 기반을 둔 보도를 통해서 우리 사회 대다수 시민의 복리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며 “새로운 언론 모델로 진정한 ‘제2의 창간’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5월 안에 서울시에 협동조합 전환 설립인가를 신청, 6월 말 프레시안의 법인격은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프레시안은 6일 인터넷 지면을 통해 전환결의문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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