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이용주 기자는 총 9개월에 달하는 징계를 받았다. 이 기자는 사내 게시망에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게 문제가 돼 ‘사내 질서 문란’으로 정직 6개월, 인사평가 R등급을 세 차례 받은 이유로 정직 1개월에 교육 2개월을 추가로 받았다. 징계는 올해 11월 27일이 돼야 끝난다. 
 
대부분 회사에서 정직6개월은 ‘해고’ 다음으로 센 최고 수위 징계다. 당시 MBC 내부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감정적인 보복성 징계”라는 비판이 나왔다. 인사평가와 관련해서도 다른 징계 대상자들은 징계를 받지 않거나 가벼운 수준의 ‘경고’로 끝났다. 그런데 비판 글을 올린 이 기자는 9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징계를 받아야 한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징계’가 나오게 된 전말이 미래전략실원들을 통해 공개됐다. 이 기자가 소속된 미래전략실은 파업 참가자들로 구성된 부서로 일명 ‘유배지’로 불린다.  
 
보직간부를 제외한 미래전략실원 일동은 19일 성명에서 “많은 분들이 이용주 기자의 징계 이후 미래전략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왔습니다. 이 징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알려드립니다”고 밝혔다. 
 
   
김재철 MBC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에 따르면 스포츠부에 있던 이 기자는 1월 2일 미래전략실로 발령 난 뒤, 인트라넷 조직표 개인 담당업무에 “MBC의 전두환 같은 ‘그 분’을 내보낼 전략 수립”이라고 기입했다. 
 
미래전략실원들은 “MBC에 과연 인트라넷 조직표에 적힌 담당 업무까지 읽어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라고 했다. 하지만 10일 뒤 안택호 미래전략실장은 이용주 기자를 불러 ‘인트라넷 담당업무에 왜 그렇게 기재했나, 미래전략실 업무 분장표를 본 적이 없는가’ 물었고, 이용주 기자는 ‘담당업무 기재 규정이 있는가, 업무 분장표는 지금 보여줘서 처음 봤다’고 답했다.
 
안 실장은 경위서 제출과 담당업무 삭제를 지시했고, 이 기자는 이를 그대로 시행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이 기자는 취업규칙 4조 위반, ‘인트라넷 그룹웨어 개인정보 담당업무 및 인트라넷 그룹웨어 보도국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상호인격 존중 의무 및 직장질서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까지 R등급을 세 차례 받은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그 결과 “무려 9개월이란 유례없는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이 성명에는 인사위가 이 기자에 대해 ‘감정적 보복 징계’를 내렸다는 정황도 나와 있다. 이 기자는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한 인사위원은 “경위서가 진심이다. 진술서는 가짜”라며 중징계를 고수했다고 한다. 재심 때는 이 기자에게 직접 사내 전체 게시판에 반성문을 게재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이에 미래전략실원들은 “도대체 경위서보다 훨씬 늦게 작성된 진술서의 진심 여부를 누가 무슨 재주로 판단한 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미래전략실원들은 ‘반성문’을 강요하는 MBC의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미래전략실장에 따르면 최근 몇몇 사원들이 일을 하고 싶다는 반성의 글을 본부장에게 보내 이른바 유배지에서 본래 일터로 돌아갔다”며 “자신과 한 공간에 있는 까마득한 후배 사원이 사상 최악의 중징계를 당하든 말든 경위 설명 한마디 없던 실장이 임원회의 전달사항이라며 이처럼 반성문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게 현재 MBC의 실상”이라고 했다.

다음은 미래전략실원 일동으로 낸 성명 전문.

창사 이래 최고의 징계는 어떻게 내려졌는가?

<많은 분들이 이용주 기자의 징계 이후 미래전략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왔습니다. 이 징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알려드립니다.>

문화방송 창사 이래 해고를 제외한 최고 수준의 징계가 내려졌다. 1심에서 정직 6개월, 심지어 재심에서는 감경은커녕 원심 확정에 정직 1개월과 교육 2개월이 추가됐다. 총 9개월에 달하는 징계다. 미래전략실 이용주기자에게 내려진 전무후무한 이 징계는 올해 11월 27일에야 끝이 난다. 얼마나 극악한 중죄를 저질렀기에 이 같은 징계가 내려졌는가?

지난 1월 2일 늦은 저녁, 당시 스포츠부에 있던 이용주기자는 기사 작성 중 인사발령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즈음 누구나 그렇듯 영문도 알지 못한 채 미래전략실로 발령을 받고 다음날 바로 미래전략실로 출근했다.

당시만 해도 보도국 안에서도 모자라 일산으로까지 쫓겨나는 계속된 보복 인사발령에 대한 분노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던 이용주기자는 인트라넷 조직표 개인 담당업무에 이라고 기입했다. 그러나 실장은 물론 미래전략실원 누구도 이용주 기자가 그렇게 적었는지 알지 못했다. MBC에 과연 인트라넷 조직표에 적힌 담당 업무까지 읽어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열흘 쯤 뒤 안택호 미래전략실장은 이용주기자를 불러 ‘인트라넷 담당업무를 왜 그렇게 기재했나, 미래전략실 업무 분장표를 본 적이 없는가’를 물었고, 이용주기자는 ‘담당업무 기재 규정이 있는가, 업무 분장표는 지금 보여줘서 처음 봤다’고 설명했다. 안 실장은 이어 경위서 제출과 담당업무 삭제를 지시했다. 이용주기자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게 된 ‘말 그대로’의 경위서를 작성해 제출했고, 문제로 삼은 담당업무는 바로 삭제했다. 

그런데 한 달 뒤, 개인 인사 평가가 끝난 시점에 이르자 이용주기자는 취업규칙 제4조 위반, <인트라넷 그룹웨어 개인정보 담당업무 및 인트라넷 그룹웨어 보도국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상호인격 존중 의무 및 직장질서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 하나와, 파업 기간을 포함해 지난해 하반기까지 R등급이 3개라는 명목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인사위원회 결과 취업규칙 제 4조 위반에 대해서는 정직 6개월, R 등급에 대해서는 정직 1개월에 교육 2개월이 추가돼 무려 9개월이라는 유례없는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인사위원회에서 이용주기자는 자신의 표현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에 반성과 사과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도 모 인사위원은 “경위서가 진심이다. 진술서는 가짜다”라며 중징계를 고수했다고 알려졌고, 심지어 재심 때는 이용주기자에게 직접 전체 게시판에 반성문을 게재할 것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경위서보다 훨씬 늦게 작성된 진술서의 진심 여부를 누가 무슨 재주로 판단한단 말인가? 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반성의 뜻이 담긴 진술서를 쓴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 인간에게는 참기 어려운 모욕이거늘 한 기자를 아니 한 인간을 그렇게까지 가학해야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서글픈 일이다.
    
미래전략실장에 따르면 최근 몇몇 사원들이 일을 하고 싶다는 반성의 글을 본부장에게 보내 이른바 유배지에서 본래 일터로 돌아갔다고 한다. 자신과 한 공간에 있는 까마득한 후배 사원이 사상 최악의 중징계를 당하든 말든 경위 설명 한마디 없던 실장이 임원회의 전달사항이라며 이처럼 반성문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게  현재 MBC의 실상이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구성원들에게 제 입맛에 맞는 ‘반성문’을 강요하는, 다시 말해 영혼까지 팔라는 작금의 작태를 개탄할 수밖에 없다.

매일 자유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하며 구성원들을 고문하는 글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다는 이유로 전혀 제재하지 않으면서 조금이라도 비판을 하면 악랄한 징계와 보복인사를 마다하지 않는 임원진이 과연 그 자리에 합당한가? 회사 내부용 업무 분장란에 감정적인 비판글 한 줄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MBC 창사 이래 최고의 중징계를 내리는 것이 MBC의 정의인가?

귀를 닫고, 눈을 닫은 자들,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야 죽든 말든 상관없는 자들에게 구차하게 말해 무엇하랴. 상식 있는 MBC 구성원들이여! 우리 오늘의 이 참극을 뼛속 깊이 기억하자. 그리고 더 좋은 방송인이 되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자.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희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가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2013년 3월 19일 미래전략실원 일동(보직자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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