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하자 출판사 '창작과비평'(창비)이 알라딘에 출고를 정지했다.

국회에서 지난 9일 도서정가제 강화를 목적으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알라딘은 17일 도서정가제 반대서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마일리지, 쿠폰 적용으로 정가보다 19%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팔던 온라인 서점들은 도서정가제에 반대 입장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알라딘처럼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없었던 터라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출판업계에서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온라인서점 1위인 '예스24'보다는 알라딘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알라딘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자 창비는 22일부터 교과서를 제외한 모든 단행본을 알라딘에 출고하지 않고 있다. 도서정가제를 찬성했던 출판사들의 반발이 시작된 것이다. 창비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알라딘에 출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창비는 트위터에서도 도서정가제가 "붕괴된 출판 유통과 출판 콘텐츠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도서정가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알라딘 홈페이지 화면캡처
 

한편 반대 서명운동을 벌인 알라딘은 '왜곡된 도서가격을 바로잡고 출판계를 정상화한다'는 개정안 취지는 일축하고 온라인 유통업계의 입장만 강조했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대표적인 도서정가제 찬성론자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온라인서점들은 실용을 가장한 문학서적들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팔아왔다"며 "이렇게 되면 온갖 정성을 기울여 만든 양질의 책은 독자가 판매대에서 찾아볼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유명무실해진 도서정가제를 개정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편법과 악행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알라딘은 소비자의 권리를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발이 나오자 알라딘은 반대서명을 접고 '도서정가제 찬반을 묻습니다'란 이메일을 22일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알라딘에서 "알라딘이 도서정가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알라딘 회원님들의 찬성이나 중립의견을 제외하고는 반대의견만 전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다"며 "남은 기간 동안에는 반대서명게시판을 찬성과 반대를 포함한 모든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공론 게시판으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창비 온라인 화면캡처
 

알라딘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도서정가제를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없지만 반대서명을 하는 게시판을 만들자 반대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찬성하는 분들도 의견을 남기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도서정가제를 지지해온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이 문제에 관한 공동 대응 반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도서정가제 찬반 의견을 묻는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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