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대전시장이 시정을 비판하는 칼럼과 기사를 이유로 대전지역 인터넷언론인 ‘디트뉴스24’(대표이사 이언구)와 기자·편집위원·주필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비판언론에 대한 ‘재갈물리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사와 기자 개인 상대로 소송 제기= 11일 디트뉴스와 대전시청에 따르면 염홍철 대전시장은 지난 10월 디트뉴스와 김선미 주필·김학용 편집위원·이지수 기자 개인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각각 2000만원씩 총 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디트뉴스가 기사를 이유로 대전시장에게 소송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 시장은 소장에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기사를 게재해 명예가 훼손되고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고 밝혔다.

소송 대상이 된 기사는 김선미 주필의 칼럼 <대전시는 키다리 아저씨? 염홍철 시장의 집념, 롯데테마파크>, 김학용 편집위원의 칼럼 <100억에 주면 대전시장 ‘배임’ 롯데테마파크 임대료 계산법>, 이지수 기자의 기사 <아주미술관, 끊임없는 특혜의혹> 세 꼭지다.

롯데테마파크 조성이나 아주미술관 특혜의혹 등은 대전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현안이다.  염 시장은 지난 6월에도 대전마케팅공사의 무리한 꿈돌이랜드 인수를 지적한 김선미 주필의 칼럼 <설마, 염시장님의 지시는 아니겠죠?>와 이효정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의 근무행태를 비판한 김학용 편집위원의 칼럼 <염홍철 시장의 자해인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 디트뉴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디트뉴스

▷의견기사인 칼럼 두고 정정보도 요청= 해당 칼럼들은 의견기사이기 때문에 중재위에서는 정정보도 대상은 아니나 반론보도를 중재안으로 내놓았다. 디트뉴스는 “칼럼은 정정보도 요구 대상이 아닌 의견기사이고 인용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 대전시는 사회적 약자와 달리 수많은 의견표명 통로가 있고 이미 충분한 의견표명과 반론을 했다”며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염 시장이 지난 10월 소송을 제기한 기사는 언론중재위에서 조정이 불성립한 칼럼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 고현덕 대전시청 기획담당 계장은 “시장의 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여러 가지 법리적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이미 소를 제기했다 하더라도 기사를 추가하거나 뺄 수 있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세 건의 기사 외에 다른 기사에 대해서도 추가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호진 디트뉴스 편집국장은 “디트뉴스가 염홍철 시장에 대한 기사를 비판적으로 쓰니 재갈을 물리려고 일부러 법적 소송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판적 기사를 다루다보니 지난 6월부터 대전시의 광고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염홍철 시장은 “언론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는데 고소·고발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법원이 판단하기 전에는 얘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비판 기능 유지하는 지역언론 탄압의도?=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6월 “염홍철 시장과 대전시는 지역언론관을 재정립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대전충남민언련은 논평에서 “일반적으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은 사실과 다른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바로 잡기 위한 경우라 칼럼 등의 기사를 제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특히 대전시정을 책임지는 시장 본인이 직접 신청했다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의 평가는 비판적이다.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은 “염홍철 시장이 제소한 보도들은 평상적인 저널리즘 활동으로 관련 내용들은 시민사회에서 대부분 반대했던 사안들”이라며 “명예가 훼손됐다며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것은 지역언론 탄압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송 제기에 대해 디트뉴스 독자들의 반응도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염홍철 시장이 자사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디트뉴스 기사에는 “기자의 양심적인 보도의 내용은 구독자 스스로 판단하고 직시하는 것, 공적인 기사에 대해 토를 다는 것은 대선시장 공인으로서 과거 유신독재와 같은 처사라 생각한다”(아이디 태극깃발), “재판과정에서 소요되는 고소인 경비는 누가 부담하는가”(아이디 주마등) 등과 같은 댓글이 올라있다.

고현덕 대전시청 기획담당 계장은 “이번 소송은 염홍철 시장 개인자격으로 디트뉴스 관계자들에게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소송비용도 개인이 부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을 당한 이지수 기자는 “물론 기사가 잘못되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맞지만 (소송을 당한 후) 시정 비판이 상당히 위축된 부분이 있다”며 “일례로 최근 대전시의 인쇄물을 염홍철 시장 캠프에 있던 업체들이 1,2위로 발행했다는 기사를 썼는데 예전 같으면 실명이 다 나갔을 텐데 익명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 디트뉴스 독자 댓글 화면 캡처. ⓒ디트뉴스

▷저널리즘 기능 상실한 지역언론, 왜?= 대전지역에서는 지역언론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기동 사무국장은 “엄밀하게 따지면 저널리즘을 위축시키는 것에 대해 지역언론이 나서야 하는데 입을 닫고 있다”며 “지역시민사회의 요구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시민사회 쪽에서도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전반적으로 대전 지역에 있는 신문과 방송의 저널리즘 기능이 대단히 약화돼 있다. 시 정책에 대한 감시·견제·비판보도가 거의 실종된 상황인 반면 시나 기관에 대한 언론의 홍보기능은 대단히 부각돼 있다”며 “대전지역 언론매체들이 정상적으로 저널리즘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디트뉴스의 비판 기능에 대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2009년 말부터 지역언론의 저널리즘 기능이 현저하게 약화됐다고 진단하면서 “지역 언론사들의 경영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업광고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관공서가 가장 큰 광고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경영 상황이 어려운 지역언론 입장에서 최대 광고주인 관공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디트뉴스가 정보공개를 통해 대전시로부터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내역 자료를 받아 언론사만 추린 결과 매년 2억원이 넘는 보조금이 8개 언론사에 사업비 지원 명목으로 지원되고 있었다. <표참조> 

   
▲ 대전시의 언론사 보조금 지원 내역. 디트뉴스가 정보공개 청구로 민간단체 보조금 내역 자료를 받아 언론사만 추린 것이다. ⓒ대전시

반대로 디트뉴스는 광고탄압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류호진 편집국장은 “예전에는 매년 1000만원에서 1500만원 정도 대전시로부터 광고가 들어왔는데 지난 6월부터는 뚝 끊겼다”며 “비판적 기사를 쓰니 광고탄압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트뉴스는 대전시를 상대로 언론사별 광고비 지출 현황 자료를 공개청구했으나 대전시에서 언론사별 상세 내역을 거부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학용 디트뉴스 편집위원은 “중앙도 그렇지만 지방에 있는 언론들이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예전에는 시도지사가 언론사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언론사들이 시도지사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대전만이 아니라 어쩌면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트뉴스는 2001년 대전충청권을 기반으로 해 창간된 인터넷신문으로 중견언론인과 변호사·학원장·기업인 등이 참여해 만들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