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쌍용차 해고자들, 그 고통을 겪은 당사자들과 어떤 만남이나 대화를 하신 적이 있나.” (무소속 심상정 의원)
“없다.” (쌍용자동차 이유일 대표이사)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나. 정리해고 많이 했던 현대차나 대우차는 복직을 단계적으로 다 시켰다. 이윤이 남아서 (복직) 시킨 게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
“고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은 하시나? 정부가 기업을 왜 지원하고 국민이 기업을 왜 존중하나. (중략) 어떻게 2600명을 거리로 내몰고 그 가족과 해고자가 스물 두분 씩이나 돌아가셨는데 당사자들을 한 번도 안 만난 대표이사가 그 회사에 그대로 있을 수 있나.”
 
무소속 심상정 의원이 거세게 증인을 몰아 세웠다. 20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쌍용자동차 청문회장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입을 뗀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이사는 말꼬리를 흐렸다. 방청하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3년 만이다. 2009년 2646명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와 77일간의 ‘옥쇄파업’, 그리고 22명의 노동자 및 가족이 희생된 후에야 마련된 자리다. 증인석에는 이유일 대표이사를 비롯한 쌍용차 사측 임원들과 회계조작 논란의 당사자인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업노조 김규한 위원장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현직 지부장도 자리를 잡았다. 구조조정 당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최형탁 전 쌍용차 대표와 박영태 전 인력지원본부장,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현 사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오전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기획파산’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은 “쌍용차 사태는 한 마디로 기획부도, 회계조작, 폭력진압으로 이뤄진 사건”이라고 말했다. 2009년 1월 당시 쌍용차의 대주주였던 중국의 상하이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과정부터가 의혹투성이라는 것이다. 
 
쌍용차는 당시 1월 말 만기되는 920억원의 어음과 4월 말 만기되는 1500억원의 회사채를 메울 자금이 없다는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허가했다. 그러나 은 위원은 “당시 쌍용차에는 3300억 정도 가용자금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쌍용차는 상하이차로부터 받기로 한 1200억원 중 600여억원의 기술료와 260여억원의 미수금이 있었다. 중국에 2400억원 상당의 대출계약도 있었다”며 “왜 이 돈을 쓰지 않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기획부도’라는 것이다. 
 
‘회계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2008년 말 재무제표를 보면 자산평가액이 왔다 갔다 한다”며 자산평가액 고의 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회계조작’ 논란이다. 홍 의원은 “왜 이렇게 했느냐”며 안진회계법인 이상근 상무이사를 몰아 세웠다. 이 상무이사는 “재무제표는 회사가 만드는 것이고 저희는 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것 뿐”이라며 자산평가액 고의 축소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허위증언 하시면 안 된다. 처벌을 받는다. 안진회계법인에서 회사에다가 계속해서 소위 ‘손상차손’에 의한 (자산평가액) 감액을 제안한 것이 안진회계법인 아니냐. 그렇게 하자는 이야기를 회사에 먼저 한 게 맞냐”고 재차 따져 물었다.
 
이 상무이사는 “맞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홍 의원은 “(회계조작으로) 손상차손을 부풀려서 부채비율이 168%였던 회사가 갑자기 561% 부채비율의 회사가 됐다”며 “갑자기 어려운 회사가 된 것이고, 그래서 (그걸 명분으로) 선택한 게 정리해고였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당시 여러 가지 자료를 분석하고 상황을 보더라도 이렇게 어려운 회사가 아니었다”며 “그런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심상정 의원은 이유일 대표이사를 물고 늘어졌다. 이 대표이사는 “상하이차가 철수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심 의원의 질문에 “제가 볼 때 자금의 부족으로 인해서 철수한 게 아닌가싶다”고 답했다가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심 의원은 “상하이차는 중국 굴지의 공기업이고, 상아치하 회장은 중국에서 장관급 대접을 받는다”며 “의지만 있으면 채무 변제할 수 있었다. 정말 돈을 구하기 어려워서 철수했겠느냐. 세상이 다 알고 있다”고 이 대표이사의 말을 꼬집었다.
 
이어 심 의원은 “외교부 대외비 자료를 확인한 결과, 상하이차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철수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가 상하이차 철수 직전까지 쌍용차 기술유출 문제를 놓고 외교 공방을 벌였고, 중국 측에서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노동조합, 한국 정부의 비협조, 기술유출 사건 관련 검찰의 강압 수사, 금융기관의 무관심을 철수 이유로 들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빚기 싫었고, 산업은행은 채권 회수에 급급했고, 경영진은 노조가 제시한 자구대책안까지 다 무시하고 경찰은 노동자들을 토끼몰이식 진압에 들어간 것”이라며 “현 정부의 외교적 무능에서 시작해서, 노조에 적대적 인식을 가진 청와대, 경영진, 산업은행, 회계기업이 공모하여 노조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경찰이 폭력진압으로 마무리한 사건이 쌍용차 사태의 경과”라고 강조했다. 
 
오전 질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오던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답답하다”며 “사측에서는 매번 똑같은 얘기, 거짓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에 속개될 청문회에는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출석할 예정이다. 2009년 파업 당시 경찰의 진압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문회는 국회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