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접시 안테나 없이도 위성방송 시청을 가능하게 한 기술’인 DCS(Dish Convergence Solution) 서비스를 불법이라고 판단해, 이번 결정 이후 시급히 논의돼야 할 규제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 방통위가 KT스카이라이프의 DCS 서비스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현행 방송권역별 규제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고 △위성방송 허가 범위를 벗어났으며 △IPTV법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않고 IPTV 방송을 했다는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현행법만을 기준으로 보면 DCS는 불법 서비스인 것이 분명하다는 게 방통위 판단이다.

하지만 DCS 등 신기술 서비스를 계속 현행법만을 고수해 불법이라고 판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접시 안테나가 필요 없는 DCS 서비스는 기존 위성방송보다 수신 환경이 개선돼 이용자 입장에서 분명 선호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게 정당했는지다. 또 사업자 입장에서도 더 이상 신기술을 개발할 동기가 감소할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DCS 서비스를 허용해 IPTV·위성방송·기간통신망 사업자인 KT에만 사실상 유리한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케이블 사업자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KT쪽에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 실시간 위성방송+IPTV VOD)도 모자로 DCS까지 준다’는 케이블쪽의 지적은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 체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통신사가 본격적으로 방송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불안정하고 불균형한 현행 규제 체계를 어떻게 할지가 핵심 논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단기적인 과제는 IPTV법의 특수 관계자 범위에 대한 개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수평적 규제로 가기 위한 규제 통합 작업을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케이블의 시장 점유율은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전국 케이블 가구의 3분의 1(약 500만 명)을 초과해서는 안 되지만, IPTV는 특수관계자 범위가 IPTV로만 한정돼 있다.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에 IPTV 법의 법적 규제를 받고 있지 않은 셈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DCS 서비스에 대해서 케이블쪽이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것에는 이런 ‘규제 불균형’ 문제도 관련돼 있다. ‘규제 불균형’ 문제가 먼저 해소되지 않을 경우 DCS 같은 신기술 서비스는 업계 반발에 또다시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과제로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수평적 규제’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IPTV와 케이블 TV는 동일서비스임에도 각기 다른 법률에 의해 규제를 받음으로써 규제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며 “(이런 수직적 규제는)다양한 서비스 출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IPTV법과 방송법으로 분리돼 규제되고 있는 유료방송 규제 체계를 ‘통합 규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이 같은 ‘통합 규제’가 제정되는 과정에서 ‘망 개방성’, ‘공정 경쟁’ 이슈도 불거질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다시 DCS 서비스를 추진하게 되고 KT가 QoS망(Quality of Service, 품질을 통신사가 보장하는 프리미엄 망)을 자회사에만 제공하고 다른 사업자에게 제공하지 않을 경우, KT가 자회사와 다른 사업자 간 망 이용대가에서 ‘차별’을 둘 경우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특정 사업자가 시장을 독점하지 않게 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면서 이용자의 편익을 고려하는 방향의 규제 개선이 시급히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준상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장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기술 발전 추세를 어떤 식으로 반영할지는 연구반을 구성하기로 했다”며 “해외 사례 등과 관련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