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중국 하청업체에서 불법 아동노동이 적발된 것에 대해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고 있어, 최대 광고주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9일~10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1곳(경향, 국민, 내일, 동아, 문화,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과 경제지 7곳(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주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을 대상으로 삼성전자의 불법 아동노동 사건을 검색해 본 결과, 현재까지 경향신문(9일)과 한겨레(9~10일)만 보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KBS, MBC, SBS도 9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불법 아동노동 사건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았다. 10일 현재 몇몇 신문사와 방송사가 인터넷에서 해당 소식을 단신 등으로 전하기도 했지만, 신문 지면과 메인 방송 뉴스에서는 함구하고 있는 셈이다. 불법 아동노동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의 보도는 이례적인 양상이다.

해당 사건은 9일 아침 경향, 한겨레가 보도를 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겨레는 1면과 4면 전면을 털어 집중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하청업체인 광둥성 후이저우의 HEG 전자가 최소 7명의 미성년자(16살 미만)를 고용해 위험한 일을 시키고 있었다. 이 소식은 미국의 인권단체 ‘중국노동감시’(China Labor Watch)의 보고서를 통해 7일(현지 시간) 폭로됐다. HEG 전자는 중국 혜주에 소재한 삼성 혜주전자 임가공 협력업체다.

‘중국노동감시’ 설립자 리창은 한겨레에 “(중국노동감시의) 조사 요원이 공장에 지난 6월부터 두달간 취업해 조사한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전체 공장을 볼 수는 없었지만 미성년 노동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미성년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폭스콘의 주당 노동시간은 60시간인 데 반해 삼성전자 하청업체는 66시간으로 더 길고, 월급은 폭스콘의 3분의 2 수준인 1020위안(약18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한 우려는 큰 상황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통화에서 “자본주의 초기에 영국의 산업혁명 당시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아동 노동법을 시작으로 현재의 노동법 근간이 만들어졌다”며 “삼성이라는 초인류 기업이 관련된 아동 노동 착취에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이 아이들이 공장에서 화약물질을 만지면서 일을 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며 “어른과 달리 아이에게 미치는 부작용이 더 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노동감시의 보고서를 인용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미성년 노동자들은 이 공장에서 휴대전화 부품을 화학약품을 이용해 세척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관련된 안건 교육은 전혀 없었다. 미성년 노동자들은 하루 11시간씩 주 6일, 한 달에 26~28일을 일했다. 삼성전자 전직 직원들이 국내 반도체 공장에서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이 과도하게 일한 이후 희귀질환에 걸렸다고 폭로한 이른바 ‘삼성 백혈병’ 논란과도 비슷한 중국 내 삼성전자 하청공장 현실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언론은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한 바 있어, 이번 사건에 대해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는 것도 이례적인 상황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하청 생산하는 중국의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연쇄적으로 자살을 하자, 국내 언론은 이를 주요하게 보도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5월 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애플의 하청업체인 대만 기업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투신 자살이 이어질 당시, 상당수 국내 언론은 ‘폭스콘 자살 신드롬’, ‘피투성이 애플’, ‘아이폰 노동자 자살’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애플에 비난 여론이 많았고 애플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폭스콘의 생산 환경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아동 불법 노동에 대해 대다수 국내 언론이 침묵하는 것은 당시와 비교해 대조적인 보도 양상이다. ‘중국노동감시’ 리창은 한겨레에 “노동환경이 나쁘기로 널리 알려진 폭스콘은 적어도 아동노동은 없었다”고 밝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시민단체쪽에서는 삼성에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구호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9일 성명에서 “아동노동이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잘못이라고만 말하기엔 삼성전자의 책임이 엄중하다”며 “이번 기회에 삼성전자 하청업체 계약조건 변경 등의 일회성 대책을 넘어서서 근본적 개선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영의 홍보팀장은 통화에서 “아동 노동의 문제는 하청업체에서 눈에 띠지 않게 발생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아동 노동 문제의 엄중함을 느끼고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9일자 사설<삼성전자, 국외 협력업체 인권경영 신경 써야>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난 이상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윤리적·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중국노동감시’의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다며 아동 불법 노동에 대해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9일 오후 자사 블로그에서 “2012년에도 중국 법인에서 지난 3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HEG社에 대한 점검을 하였으나, 당시에 HEG社가 현장에서 제출한 모든자료 점검과 현장 실사에서는 '중국노동감시(China Labor Watch)'가 지적한 문제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는 2007년 10월에 전자산업시민연대인 EICC(Electronic Industry Citizenship Coalition)에 가입하였고, EICC의 행동강령을 준수하고 있다”며 “2011년 4월에는「중국 협력사 준법경영 위원회」를 발족하여 노동과 환경안전 분야에서 협력사의 준법경영이 정착되도록 점검과 지도활동을 강화해오고 있으며, 16세 미만의 연소자의 고용금지를 포함해 주재국의 노동관계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엄격한 관리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다시 한번 사실여부를 확인하고자 본사에서 실무진을 파견하여 점검하고 있음을 알려드리며, 기준에 미흡하거나 위법사항이 있을시 개선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9일 본사에서 실시단을 중국의 해당 공장으로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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