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시민논객(이른바 '돌직구녀')과 패널들로부터 종북 여부를 밝히라는 질문공세을 받고 하루아침에 ‘종북주의자’로 낙인찍힌 이상규 통합진보당 관악을 당선자가 23일 밤 “충분히 밝힐 수 있는 입장을 갖고 있었지만 이분법적으로 내 사상을 검증하려는 폭력에 답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그렇게 말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이날 밤 미디어오늘과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하루종일 검색어 순위 1~2위에 오르내리는 등 종북논쟁이 가열된 이유에 대해 “통진당 논란 속에 벌어져서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100분토론 끝나고 잠깐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며 “스무살부터 민주화운동을 일관되게 해왔던 진보인사라 나름 여기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종북주의자로 둔갑돼있었다. 노동자, 농민, 서민을 위해 활동한 사람이 한 순간에 뿔달린 빨간 악마가 됐다. 너무나 황당했다”고 개탄했다.

이 당선자는 당시 질문을 받았을 때 “주제와 무관한 것이었을 뿐 아니라 ‘머릿속을 한 번 들여다보자, 내 마음에 맞는지 여부를 들여다보자’는 느낌이었다”며 “선거때 내내 이런 색깔론이 계속됐고, 선거이후에도 있었는데, 앞으로 대선까지도 최고조로 가열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으로 이견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재단하고자 하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당선자는 “내 사상을 검증하려고 하니 답할 수 없었다. 부당하기 때문이었다”며 “평양 방문 때 소감을 소개한 것은 ‘한국사회 기준으로 볼 때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자 함이었는데, 세 가지(북핵, 3대세습, 인권문제) 질문에 답하라고만 했다. 그것은 이분법적이고 폭력적인 요구였다. 거기에 응하는 것은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100분토론 때 답변을 강요받았던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이 당선자는 상세한 소신과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모든 핵문제에 반대하지만 초강대국인 미국과 대치하면서 고립상태에 놓인 조건을 이해하면서 북핵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북한 3대 세습과 인권문제에 대해 그는 “남쪽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이라면서도 “그런 점을 인정하고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대로 남쪽 자본주의 체제를 북한이 인정하기는커녕 이해조차도 못할 것”이라며 “남한도 인권탄압이나 후계세습 문제는 당연히 이해되지 않는데, 문제는 계속 이렇게 이상한 집단으로만 볼 것이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전쟁 이후 미국과 대치상태인데다, 이라크·아프간·리비아 등이 서방, 특히 미국에 의해 침략당하는 모습을 보며 나름대로 생존방식 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시각이 필요하며, 북한이 왜 저러는지를 알기 위해 교류와 협력이 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사악시하기만 한다면 남북관계 문제해결이 안되고, 대결국면으로 치닫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당선자와 23일 밤 나눈 일문일답 요지이다.

-이른바 ‘돌직구녀’ 시민논객과 진중권씨의 종북인지 답하라는 질문받고 어땠나.
“그 질문은 주제와 무관한 것이었을 뿐 아니라 ‘머릿속을 한 번 들여다보자, 내 마음에 맞는지 여부를 들여다보자’는 느낌이었다. 선거때 내내 이런 색깔론이 계속됐고, 선거이후에도 있었는데, 앞으로 대선까지도 최고조로 가열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당하지 않았다. 정상적 토론을 통해 이견을 주고 받고 이해하면서 서로 관점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 없이 딱 재단하려고 하는 기분이었다.”

-분명히 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충분히 얘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제 자리는 그런 토론을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내 사상을 검증하려고 하니 답할 수 없었다. 부당하기 때문이었다. 평양 갔을 때의 모습과 술병을 언급한 것은 ‘한국사회의 기준으로 봤을 때 이해되지 않는 점이 가보니 현실에도 있더라’, ‘북한의 낙후된 점, 또는 우리와 다른 세계가 있다’는 점을 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자는 말을 하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 세 가지(북핵, 3대세습, 인권문제) 질문에 답하라고만 한 것이다. 그것은 이분법적이고 폭력적인 요구였다. 거기에 응하는 것은 맞지 않았다.”

-그 세가지 북한의 문제에 대한 입장을 지금 밝힐 수 있나.
“내가 그것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핵의 경우 진보진영은 핵발전소 등 발전용 핵이든 군사용 핵이든 모든 핵을 반대하고, 탈핵 탈원전 생태에너지 추구한다. 원전은 시간이 지나면 더욱 많은 위험과 비용 들기 때문이고, 군사용 핵에 대해서도 당연히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에 대해 내가 기본적으로는 찬성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관계에서 압박을 받으며 고립·봉쇄된 채 늘 군사적 대결상태에 있는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빨리 북미간 조성된 대결관계가 해소되고 동북아의 평화질서가 구축돼 북핵 문제도 평화롭게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핵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기본적으로 핵없는 세상, 나아가 군사적 충돌이 아닌 평화로운 동북아 질서로 가는 것을 추구한다.”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은.
“남쪽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그점을 인정하고 출발해야 한다. 반대로 남쪽 자본주의 체제를 북한이 인정하겠느냐. 이해조차도 안될 것이다. 아마도 북한 사람들은 남한을 퇴폐적 사회 쯤으로 생각하지 않겠느냐. 남한도 인권탄압이나 후계세습 문제는 당연히 이해되지 않는다. 문제는 계속 이렇게 이상한 집단으로만 볼 것인가. 북한은 북한대로 전쟁 이후 여전히 미국과 대치상태인데다, 이라크·아프간·리비아 등이 서방, 특히 미국에 의해 침략당하는 모습을 보며 나름대로 생존방식 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이런 총체적인 시각도 필요하고 나아가 북한이 왜 저러는지 제대로 알려면 교류와 협력이 보다 강화되고 남북관계 개선돼 상호협력 높이는 게 더 필요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사악시하기만 한다면 남북관계 문제해결이 안되고, 대결국면으로 치닫는 것이다.”

-시민논객이 그런 질문을 왜 했다고 보는가.
“평상시 종북논쟁보다 가열되는 이유는 통함진보당 (부정선거) 논란 속에 벌어져서인 것 같다.”

-‘종북여부 안 밝히면 공직 물러나야 한다’는 진중권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진중권씨에 실망했다. 전반적인 토론에서도 확정되지 않은 근거나 선입견을 갖고 주장한 부분이 적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사상검증을 하려는 태도는 잘못됐다. 스스로 사상검증에 반대한다면서 ‘공직자는 밝히라’는 것은 어디에도 나와있는 것은 없다. 진보적인 분이 그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기준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공직자이니 재산신고 같은 것은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자신의 사상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느냐. 공직자이든 아니든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헌법에도 보장돼 있다.”

-선거 때 유권자들이 이미 이 당선자의 사상을 포함해 검증한 것인가.
“선거 때도 북한에 대한 내 입장을 묻는 유권자들 많이 만났다. 이와 같은 답변을 요구한 분들에 대해 대부분 답변을 했다. 그런 점을 투표하는 데 다 감안하신 것이다.”

-종북이라는 표현은 적절하다고 보는가.
“사실 종북이라는 개념 자체가 말이 안된다. 대북 대결의 관점과 다른 것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는 데서 나오는 개념이다. 북한을 동포애적 관점과 통일의 대상으로 본다면 애정어린 비판을 하면서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종북은 쉽게 말해 ‘남이냐 북이냐’ 선택하라는 것이다. 서로 믿고 변화시키며 통일로 가야지 이런 흑백논리는 맞지 않다. 종북 논란은 사실상 사상검증 논란이다. 그 말을 쓰는 순간 한쪽 체제를 선택하라는 것이 돼버린다.”

-이 당선자는 하루 종일 ‘종북주의자’로 희화화되며 입방아에 올랐다.
“100분토론 끝나고 잠깐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뀌었더라. 20세부터 민주화운동을 일관되게 해왔던 진보인사라 나름 여기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종북주의자로 둔갑돼있었다. 뿔달린 빨간 악마가 됐다. 노동자, 농민, 서민을 위해 활동한 사람이 한 순간에 악마가 됐다. 너무나 황당했다.”

-왜 많은 이들이 ‘종북’이라는 말로 상대를 규정짓는데 열을 올린다고 보는가.
“조중동 등이 색깔론을 지속적으로 펼친 결과가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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