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총력 반격에 나섰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태도다. 이 공동대표는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제기한 ‘유령당원’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이는 자충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석연치 않은 해명이 눈에 띄는 탓이다.

이 공동대표는 10일 오후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개최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나타난 이 대표는 “진상조사위의 일방적이고 부실한 조사와 무책임한 주장, 그리고 이를 아무런 검증 없이 받아쓰는 일부 언론에 의해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헌신으로 유지돼 온 진성당원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조준호 위원장은 9일 밤늦게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같은 결과치가 발견됐다”며 이를 ‘유령당원’의 근거로 지목했다. 주민등록번호 끝자리가 ‘2000000’으로 되어 있거나, 뒷자리가 ‘123,124,125’ 식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전체 투표율이 100%를 넘는 지역도 나왔다는 점도 부정투표의 근거로 제시됐다. 조 위원장은 “이런 특이한 유형의 사례를 이해할 수 없지 않나. (부정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대표는 작심한 듯 반박에 나섰다. “이는 우리나라 주민번호 체계에 따른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동일한 지역에서 출생신고를 한 20명만 모이면 그 중 한 쌍 이상은 뒤 7가지가 정확히 동일한 주민번호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며 “같은 지역 사람의 주민번호 뒷자리는 동일하거나 일련번호인 것이 주민번호 체계상으로든 실제로든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샘플링’ 결과 나타난 결과를 근거로 언급했다. 정확히 동일한 주민번호 뒷자리(1**6411)를 쓰는 사람은 총 21명, 1**6412는 12명, 1**6413은 14명, 1**6414는 14명, 1**6416은 17명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확히 동일한 주민번호 뒷자리를 쓰는 사람이 십수 명 이상이기에 일련번호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조사한 샘플에 따르면 1xx6410, 1xx6411, 1xx6412 ~ 1xx6425까지 총 149명의 일련번호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보았어도 단, 10분만 사실판단을 했더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어떻게 정당의 대표가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소중한 당원들을 유령 당원으로 서슴없이 단정하고 매도할 수 있느냐”고 거듭 핏대를 세웠다. 이 대표가 “이 인터뷰에 따라 통합진보당은 유령 당원이 무수히 발견되는 매우 신뢰할 수 없는 당이 돼 버렸다”고 비판한 대목이다.

이정희 총력 반박…꼬리를 무는 의문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2000000’로 기재된 것에 대한 반박도 이어갔다. 먼저 이 대표는 유럽에 거주하던 당원이 “해외거주자로 선거 당시는 주민번호가 없어 2000000으로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선거일에는 귀국을 해 새로운 주민번호를 부여받고 정상적으로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선거인명부 작성 당시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한국 국적 소지자가 아니었지만, 이후 국적을 회복해 주민번호를 부여받고 투표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당법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는 당원이 될 수 없다(22조3항). 통합진보당도 홈페이지 당원가입 안내 첫 화면에 이 같은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당헌 4조1항에서 “법령에 의하여 정당원이 될 자격이 있고, 우리당의 이념과 정강정책에 동의하며, 당의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은 누구든 소정의 절차를 밟아 당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규 제3호 선거관리위원회 및 선거관리 규정’에는 “당원이 공직후보 선거에서 선거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선거인명부 작성일 현재 해당 선거구의 지역위원회에 당적을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15조2항). 만약 이 대표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통합진보당은 애초 법적으로 당원 자격이 없던 이에게 당원 자격을 부여했다는 말이 된다. 위법일 뿐만 아니라, 당규 위반이다.

이 대표는 ‘통합진보당이 폭넓게 당원 가입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말을 이었다. “(통합진보당은) 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 노동관계법으로 처벌받은 여러 당원들에 대해서 당원자격을 인정한다. 청소년 당원들에게도 당원자격을 인정한다. 해외에 거주한 당원에게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해외거주자’와 ‘외국인’을 뭉뚱그린 대목이다. 정당법에 전과를 보유한 이들이나 청소년의 당원가입을 금지하는 대목은 없다. ‘물타기’다.

이 대표는 “두 번째 경우는 울산 서 모 당원이다. 당원 가입 시 울산시당이 주민번호와 주소를 오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본 결과, 서 모 당원은 본인이 당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입당 시점, 당비 납부 방법이 당원 정보와 모두 동일했다”는 것이다. ‘유령당원’이 아니라는 증거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서아무개 당원이 투표에 참여했는지 여부다. 누군가에 의해 대리투표가 이뤄졌다면, 이는 ‘유령표’가 된다.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대표가 네 번째 사례로 언급한 ‘서울의 허 모 당원’도 이와 같은 경우다.

이 대표는 세 번째의 경우를 언급했다. “인천 인 모 당원으로 현재는 용산 당원으로 돼 있다. 총무실에 확인한 결과, 이 분은 2010년 입당 당시에는 주민번호가 정상적으로 기재돼 있었는데, 후원당원을 중지했다가 다시 가입하는 과정에서 연간후원당원 등록 번호 뒷자리가 잘못 기재되었다”는 것이다. 연간당원 등록번호 뒷자리가 2000000이었다는 이야기다. ‘연간후원당원’이 이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숫자로 되어있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대표 역시 ‘그렇다고 하더라’는 총무실의 설명을 전할 뿐이다. 역시 이 대표는 인아무개 당원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투표에 실제 참여했는지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보낸 언론 고발할 것” 큰 소리

이 대표는 투표율이 100%를 넘는 지역이 부정선거의 근거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완전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언론이 통합진보당과 해당 부서에 공식 사실 확인하지 않고 사실 요청조차 하지 않고 오보를 과감하게 낸 데 대해 당연히 전적으로 책임지셔야 한다”고도 했다.

반박의 근거는 간단하다. 개표결과 발표 당시에는 지역별 득표현황을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고, 이후 집계된 수치는 4월29일을 기준으로 한 당적으로 산출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문제된 2건 가운데 하나로 파악된 충남 공주는 3월3일 선거인 명부 확정시 총당권자가 90명이었다. 4월29일자로 집계된 공주지역위원회 총 투표자는 온라인 72명, 오프라인 20명이다. 이것만 보고 공주 당권자가 90명인데 92명이 투표했다고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사실관계는 단순하다”고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3월3일 당시 직장을 기준으로 천안과 연기 등 지역위원회 소속이었던 당권자 23명이 투표 이후 거주지를 기준으로 당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주로 당적이 변경되었다는 설명이다. “해당위원장이 이들에 대해 직접 당적 변경을 요청했다”고도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중앙선관위 공지에도) 3월3일 당권자 기준으로 보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히 기재되어 있다”며 “(언론이) 공식 문의하였다면 얼마든지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화살을 돌렸다.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도 표출했다. 이 대표는 해당 매체와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의 실명을 연달아 언급하며 “통합진보당의 법적 대표로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견에서는 빠졌지만, 사전에 배포된 기자회견문에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인용 보도한 많은 언론도 오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표의 ‘작심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끝을 모르는 절벽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소중한 우리 당원들, 동료를 함부로 의심하지 말라”며 “이번 선거는 반드시 부정이 있다, 아니 부정이 있어야 한다는 악의적 선입견으로, 13년 간 유지돼 온 진성당원제의 근간을 흔들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원인 진상조사위를 향해 건넨 ‘화살’이다.

한편 이날 회의는 참관인들을 모두 회의장 밖으로 내보낸 상태에서 개회됐다. 이날 아침 열린 비공개 대표단회의의 결정된 사항이라고 이 대표가 밝혔다. 회의장에는 대표단과 운영위원, 취재진만 입장했다. 일부 당원들은 “당원이 언론인들보다 못 하느냐”며 퇴장을 거부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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