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4·11 총선 기간 동안 터진 문대성 새누리당 부산 사하갑 당선자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사건이 알려진 직후 정보보고를 통해 파악하고 있었지만 열흘 가까이 9시뉴스에 방송하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KBS는 의혹 제기 열흘, 김용민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의 막말 파문이 터졌을 때가 돼서야 함께 묶어서 간략히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KBS 새노조(위원장 김현석·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소속 기자들이 제작하는 ‘리셋KBS뉴스9’(5회)에서 기자들은 KBS 총선 뉴스에 대해 “김용민에 대해서는 융단폭격 문대성에 대해서는 두루뭉술 달라도 너무 달랐다”고 비판했다.

문대성 논문표절은 지난달 26일 이후 ‘대필’과 ‘이중표절’ 의혹까지 나왔고 급기야 학단협까지 나와 문 후보 논문이 표절이라고 확인하면서 사태는 더욱 커졌지만, KBS 전국 뉴스에서는 단 한 건의 리포트도 방송된 적이 없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3일까지 KBS 본사 기사가 작성한 표절 관련 기사는 단신 기사만 1건이었고, 이마저도 주요뉴스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취재기자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사내에 정보보고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KBS 리셋뉴스9 취재팀은 “지난달 28일에는 문 당선자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 복사에 가깝다’는 내용이 정보보고에 올라왔지만 기사는 작성되지 않았다”고 고발했다.

그러다가 KBS 9시뉴스가 지난 4일부터 처음으로 문 후보의 논문 표절 논란을 방송했을 땐 김용민 막말 사건이 터져 이 내용의 리포트 뒷부분에 함께 묶어서 내보낸 것이다. ‘후보 자질 논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김용민 막말사건은 51초였고, 새누리당에 불리한 문대성 논문 표절 논란은 26초에 불과했다. 이날부터 KBS는 9시뉴스에 닷새 연속으로 네번째(5일), 세 번째(6일), 두 번째(7일), 세 번째(8일) 등 9시뉴스 앞부분에 집중 배치해 의제화했다.

특히 KBS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침뉴스 프로그램에도 김용민을 자세히 소개한 반면 문대성 논문표절 의혹은 단독 리포트 한 번도 보도 안했고, 여야 공방리포트에서 한번씩 언급하는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KBS는 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 후보에 대해서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 8일 폭로된 이후 포항지국에서 두 차례 단신기사가 나간 것이 전부였다. KBS 포항지국의 판세 점검 리포트에서조차 이 사안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김 후보가 “저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유권자가 누가 지역발전을 위해 일을 잘 할 것인지 선택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주장한 내용만 방송됐다.

김 당선자는 KBS에서 국장 까지 지내고 퇴진한 KBS 기자 출신이다.

이와 관련해 KBS 포항지국의 한 간부는 간부회의 자리에서 “KBS 선배이므로 잡음이나 껄끄러운 것은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리셋뉴스9는 전했다. 해당 간부는 이에 대해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와전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KBS 새노조는 파업특보에서 “KBS의 이번 총선 보도가 역사적으로도 언론학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개탄하면서 “편파종결자 KBS 총선보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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