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제1당을 차지한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의 파워가 작용했다는 평가에 민주당의 ‘오만’이 부른 패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용민 후보의 ‘막말’이 주요 변수였다는 해석도 있다. 수많은 언론의 정치적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바로 ‘언론’이다. 언론이 총선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어떤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올드 미디어(신문, 방송)와 뉴미디어(SNS, 팟캐스트 등)의 영향은 어땠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미디어오늘은 첫 번째 분석 주제로 ‘올드 미디어의 총선 여론 영향도’를 점검해 봤다.

“새누리당은 보수(이념)-영남(인구)-돈(재벌)-언론(조중동)이 결합한 ‘카르텔’이다. 위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13일자 3면 기사<대중성·이미지·보수카르텔…‘박근혜 괴력’ 3대 키워드>에서 새누리당의 총선 압승을 이끈 ‘박근혜 리더십’의 원천을 이렇게 분석했다.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눈길을 끌지만 조중동을 이 카르텔에 포함시킨 것도 주목되는 분석이다.

물론, 이 카르텔이 ‘박근혜 괴력’의 원천이라는 분석이 납득되더라도 카르텔을 이루는 각계 요소가 얼마나 총선 여론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계량화하기 힘들다. 다만 발행부수를 통해 신문 시장에서 차지하는 조중동의 영향력을 일부 추정할 뿐이다.

작년 8월 한국ABC협회가 2010년도분 부수공사 결과를 발표한 결과, 조선의 발행부수는 181만112부(이하 유가부수 139만2천547부), 중앙은 발행부수 131만493부(98만3천49부), 동아는 발행부수 124만8천503부(86만6천665부)를 인증 받았다. 국내 신문 발행부수에서 100만 부가 넘은 곳은 이들 3곳뿐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행 부수가 총선 여론에 대한 조중동의 영향력을 증명해줬다고 할 수는 없다. 신문사들이 발행부수를 ‘뻥튀기’로 해 ABC협회에 인증을 받는다는 의혹도 있고 종이신문 이외에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 팟캐스트 등의 영향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총선 여론에 작용하는 요인이 다양하다는 근본적 한계도 있다.

100만부 넘는 조중동, 총선에 ‘아젠다 세팅’ 먹혔다?

그럼에도 영향력 평가가 일부 가능한 지점은 조중동이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에서다. 조중동의 ‘의제 설정 기능’(아젠다 세팅)이 총선 여론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주목되는 점은 이번 선거에서 지난 서울 시장과 6·2 지방선거와 달리 ‘조중동의 아젠다 세팅이 먹혔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해 온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신문을 보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신문의 미디어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조중동 프레임이 먹혔다. 민주당의 패스 미스를 잘 받아 여론화 했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조중동이 야권의 문제로 집중적으로 여론화 한 사례로, “김용민 막말 파문”, “이정희 동원 투표”, “감동 없는 공천”, “제주도 해군 기지 건설, 한미 FTA 관련 야권의 제기에 참여정부 시절 주장과 말이 바뀌었다고 이슈화” 등을 지적했다.

실제로 선거를 앞두고 발행된 조중동의 1면을 봐도 이들 신문은 공통적으로 야권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은 21일 1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경선 조작>, 22일 1면<이정희, 당 심야회의 후 사퇴 거부키로>, 23일 1면 <민주당 결국…‘이정희 사태’ 덮고 가기로>, 24일 1면 <이정희 사퇴 후임은 역시 경기동부연합>을 잇따라 집중 보도했다. 조선은 “종북파가 진보당 휘어잡고 진보당은 민주당 끌고가나”(24일 사설)라는 ‘이정희=통합진보당=종북파=민주당’ 프레임으로 집중 보도했다.

중앙은 5일 1면 <김용민 막말 파문…나꼼수 ‘세습공천’의 덫>, 6일 1면 <김용민 거취에 쏠리는 눈…나꼼수 눈치보는 민주당>, 7일자 1면<이해찬·이용득 “김용민 사퇴를”>이라고 ‘김용민 막말 파문’을 집중 보도했다.

조중동 프레임, 수도권에서는 안 먹혔다?

하지만 개표 결과, 김용민 후보는 낙마했지만 이정희 의원이 사퇴를 한 지역구에 나선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는 당선됐다. 전국적으로는 새누리당이 앞섰지만,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은 48개 지역구 중 16곳에서 승리, 4년 전 18대 총선 당시 40석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미디어 영향력만을 고려하고 조중동의 의제 설정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전제 하에, 조중동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시사평론가는 ‘조중동의 여론 영향도’를 묻자 “(조중동이 이슈화 한)김용민 건이 ‘이념적 보수층’ 만이 아니라 ‘생활 보수층’에게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면서도 “수도권에서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 것 같다. 수도권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10~15% 차이로 이겼다”고 분석했다. ‘조중동 영향도’가 수도권에서는 강세를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학계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올드 미디어가 수도권과 달리 지역에서는 큰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YTN 라디오 <강지원의 출발 새 아침>에서 “수도권과 도시의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미디어보다는 SNS를 더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야당을 찍는)다른 생각을 했던 것에 반해서, 전통적인 미디어를 이용하는 곳에서는 (여당을 찍는)다른 표를 찍은 것이 이번을 통해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중동이 영향 미친 곳은 KBS, MBC 간부들?

하지만 올드 미디어의 영향력이 수도권보다는 지역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중동의 영향력이 가장 영향을 미친 곳은 우선적으로 방송사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파업을 한 KBS, MBC가 ‘조중동 프레임’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중동이 ‘훈수 저널리즘’을 보여줬다”고 촌평했다. 김 교수는 ‘조중동 프레임’이 작용한 경로에 대해 “조중동이 맥락을 잡아서 훈수를 두는 프레임을 생산하고 정부·여당이 그것을 받아 유포시키고 정부·여당에 장악된 방송이 이를 확산시키는 프레임”이라며 “이 프레임이 수도권과 젊은 층에는 아니더라도 지역과 보수층의 여론을 묶는데 강력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 언론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야당이 ‘미디어 전쟁’에서 졌고 지상파 방송을 장악한 자가 이겼다”며 “박근혜가 이기게 한 1공신은 언론 구조를 이렇게 만든 최시중의 영향력이 가장 컸고, 내부에서 이를 견제하지 못한 KBS, MBC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용민 사건 보도를 보면 ‘조중동→여당→방송사’ 프레임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됐는지 알 수 있다. 관련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것은 2일이었다. 조중동이 김용민 사건을 집중 부각한 것은 5일(목)부터 7일(토)까지였다. 중앙이 1면 기사<김용민 막말 파문…나꼼수 ‘세습공천’의 덫>, 동아가 1면 기사<이런 말 한 사람이 국회의원 후보>로 5일부터 관련 사건을 1면에 배치했다. 5일 조윤선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은 관련 논평을 냈다.

조중동이 때리면 여당, 방송사가 받아썼다? “하루에 이 뉴스를 446만 명 봤다”

방송사의 경우 5일부터 ‘보도 프레임’이 바뀌었다. KBS의 경우 4일 저녁 메인 뉴스<뉴스9> 13번째 리포트<막말·논문 표절 의혹 등 각 당 ‘후보 자질’ 공방>에서 여야 후보들의 자질 시비 중에서 김용민 사건은 그 중 일부로 다뤄졌다.

하지만 5일부터 KBS는 후보 자질 중에서 김용민 사건만을 꼽아 보도했고, 뉴스 앞부분에 이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5일 네 번째 리포트<‘김용민 막말’ 사퇴 요구 잇따라…민주당, 맞불>, 6일 세 번째 리포트<김용민 “사퇴하지 않겠다”…‘막말’ 당 결단 요구>, 7일 두 번째 리포트<김용민 사퇴 요구 잇따라…“표로 심판 받겠다”>, 8일 세 번째 리포트<‘막말’ 김용민 사퇴 권고에도 완주 논란>으로 김용민 사건이 집중 보도됐다.

MBC는 4일 <뉴스데스크> 두 번째 리포트로 <여야, 곳곳서 유세 가열‥김용민 후보 '막말' 논란>을 다뤘고, 5일에는 첫 번째 리포트로 <새누리, “민생 집중·김용민 후보 ‘사퇴 촉구’”>를 보도했다. 방송3사 중에서 김용민 사건을 첫 번째 리포트로 다룬 곳은 MBC가 유일했다. MBC는 7일, 8일에도 각각 세 번째, 두 번째 리포트로 김용민 사건을 부각시켰다.

시청률 조사 기관인 TNmS에 의뢰해 지난 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달 간 메인 뉴스 시청률을 분석한 결과, KBS와 MBC의 평균 시청률(이하 가구 시청률)은 각각 19%와 5.3%였고, 최고 시청률은 KBS가 25.4%(4월9일), MBC가 6.9%(3월13일)였다. KBS가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지난 9일 뉴스를 본 시청자는 TNmS 자체 분석 결과 446만 명에 달했다.

반면, 현장 기자들이 참여한 SBS는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으로 간부들이 보도에 참여한 KBS와 MBC와 일부 다른 보도 양상을 보였다. SBS <8뉴스>도 7일, 8일에는 김용민 사건을 각각 첫 번째, 세 번째로 부각해 보도했지만 5일, 6일에는 후보들의 자질 문제를 여야 모두 함께 다루는 보도를 했다. 김용민 사건이 포함된 보도는 5일 두 번째 리포트<“김용민 막말” “문대성 표절” 시끌…판세 흔드나>, 6일자 여덟 번째 리포트 <여야 비난전 가열…의혹 제기·후보 자질 공방>이었다.

김용민 사건이 ‘조중동 프레임’이 유포되는 과정을 일부 보여줬지만, 언론계에서는 이외에도 KBS와 MBC가 메인 뉴스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 등 현 정부의 문제를 ‘물타기’하고 박근혜 위원장에 편향된 보도를 하는 등 현 정부에 ‘날’을 세우지 못한 조중동과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MBC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9일 보고서에서 “이번 총선 보도는 기사 내용부터 형식, 영상, CG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편파 일색”이라며 “MBC 역사에 길이 남을 불공정 보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9일<반박은 중계하고 이슈는 논란화, 이게 뉴스인가>, 10일 <“MBC 총선보도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편파뉴스”>)

방송3사가 여당 '선전 도구화' 된 현실, 총선 이후 새로운 '미디어 전략' 고민해야

문제는 총선 이후다. 정부·여당은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 중인 방송사 파업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조중동 프레임’은 총선 이후에도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 이를 두고 MBC 노조 등에서는 ‘대선까지 파업한다’는 결의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언론계 내부에서는 파업을 통한 ‘낙하산 퇴진’ 투쟁도 중요하지만 ‘공정 보도’를 하는 새로운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BS, MBC 노조가 불공정한 ‘선거 보도’를 하지 않겠다며 팟캐스트 <리셋KBS>, <제대로 뉴스데스크>로 선거 보도를 한 것이 분명 팟캐스트 다운로드 등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이 같은 방식에만 의존해 편파적인 지상파 뉴스가 그대로 방송되게 해야 하는냐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성근 정책국장은 “조중동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는 것은 예상된 상황에서 지난 선거와 달랐던 유일한 환경은 방송사가 여당의 선전 도구화가 된 점”이라며 “대안 매체가 의제를 만드는 능력은 입증했지만, 후보 검증 방송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정부·여당에 편향된)그들에게 지상파 방송을 내주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며 “대단히 중요한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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