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과 일부 지역민방이 HD 중계차 임대업 사업에 뛰어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지난해 개국한 이후 HD 중계차량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고, 오히려 새롭게 뛰어든 사업자 때문에 오히려 임대 단가만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HD 중계차량은 풀 HD 카메라를 8대 이상 장착해 스포츠중계, 대형EVENT 등 방송 프로그램을 HD 화질로 제작하고 생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는 차량을 말한다.

현재 지상파 3사 방송사들이 각각 2~4대 정도의 대형 HD 중계차량을 가지고 자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HD 중계차량은 한 대 당 가격이 30~50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많은 방송사들이 비용 부담이 커 쉽사리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종합편성채널로는 JTBC가 유일하게 대형 HD 중계차량 한 대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경우 현재 울산 MBC가 약 30억 원을 들여 대형 HD 중계차량을 마련했고, 광주방송(KBC)이 하반기에 도입을 검토 중이다. 청주, 전주, 강원 방송의 경우 비용 부담이 커서 다른 방송국의 차량을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대형 HD 중계차량을 보유한 방송국이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고 아예 HD 중계차량을 이용한 임대업을 시작하면서다. 대표적으로 울산 방송(UBC)은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HD 중계차량을 구입해 임대 사업에 진출하면서 속을 앓고 있다.

울산방송은 지난해 HD 중계차를 27억5천만 원을 들여 구입했다. 울산방송은 종편 4사 출범에 따라 HD 중계차 임대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 연간 240회에서 270회 임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당 임대 수익이 약 700만원, 지방으로 갈 경우 1천만원에서 14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소 연간 4억에서 4억5천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방송은 아예 서울에 'ONAIRU'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임대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2월15일 기준으로 울산 방송의 임대 실적은 단 2차례에 그쳤다. 회사가 전망한 '종편 특수'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률 0%대에 머물고 있는 종편이 야외 교양 프로그램이나 대형 이벤트 쇼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지 않고 재방송을 내보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특히 HD 중계차량이 필수적인 스포츠 중계는 케이블 방송에 밀려 편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설령 스포츠 중계를 하더라도 오프튜브방식(offtube)으로 다른 케이블이 찍은 방송 화면을 끌어다 쓰고 있다. 사업계획상으로 보면 치명적인 '오판'을 한 셈이다.

울산방송 노동조합은 노보를 통해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 투자 사업을 극소수 몇 명만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밀어붙이는 행위가 분명히 사라져야 한다"면서 "중용경영과 투자우선 순위 결정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울산방송은 경우 기존의 구형 SD 중계차로 울산 지역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수십억을 들인 HD 중계차량은 수익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임대 사업용으로 뒀다는 점에서 내부 구성원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울산방송 내부에서는 수도권의 HD 중계차량 임대업체에 장기간 차량을 넘겨 임대 운영하자는 일부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져 당초 사업 계획이 무리였음을 스스로 고백한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 임대업체 관계자는 "울산방송이 올해 초 차량을 우리 회사에서 운용해 임대 한회 당 400만원의 순이익을 주라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중계 인력을 우리 회사에서 충당하고 400만원을 주라는 건데,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은 조건이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HD 중계차량을 가지고 있는 한 지상파 관계자는 "HD 차량을 자체 제작하지 않고 임대업을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HD 중계차 임대는 투자 대비 효율이 그렇게 크지 않다. 우리처럼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짬짬이 임대해주면 모르겠지만, 전면 임대업으로 나설 경우 영업이 잘 되거나 종편과 같은 PP들이 HD 중계차량이 필요한 중계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지금 시즌이 원래 HD 중계차의 비수기다. 종편의 프로그램 제작에 따른 수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서도 HD 중계차량 임대 사업을 계획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류 월드' 사업의 일환으로 HD 중계차량을 구입해 독립제작사나 중소 PP를 대상으로 한 임대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류월드는 문화컨텐츠의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는 문화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2012년을 목표로 경기도 고양시에 테마파크와 호텔, 방송미디어시설, 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HD 중계차량 임대 사업은 방송통신미디어시설 건립 사업에 포함돼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60~70억원이 예상되는 HD 중계차량을 제작해 임대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까지 HD 중계차 임대사업에 나서면서 회당 임대 가격만 낮추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HD 차량 임대 사업은 중소 제작사들의 지원을 위한 개념으로서 적정 가격의 단가를 산출할 계획이며 시장 질서에 혼란을 준다는 말은 이해관계에 놓여있는 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방송통신진흥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임대 회당 단가가 100원이라고 한다면 바로 50원으로 내려버려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사례 조사를 통해 적정한 단가를 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현재 우리가 설계 중인 차량은 60~70억원에 이르는 차량으로 전혀 새로운 시장의 임대 차량이다. 이게 얼마나 시장에 큰 혼란을 주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임대업체의 말은 다르다. 서울 수도권에 약 10개 미만의 임대업체가 모여있고 이미 수익이 떨어져 HD 중계차 임대업을 접으려고 고민하는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HD 중계차량 4대를 운용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HD 화질이라고 해서 광고가 더 붙는 것도 아닌데 제작비용은 올라가면서 중계 임대 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HD 중계차 임대업을 뛰어들면 기존 업체들이 가격 단가까지 내릴 수밖에 없는 지경에 와 있다"고 호소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약 800만원 정도였던 회당 임대 단가는 현재 450만원에서 700만원 정도 선으로 내려간 상태다.

관계자는 지역민방이 임대업에 진출한 것을 두고는 "외주 제작을 통해 같이 커야 하는 민방이 수익에 눈이 어두워 서울까지 올라와 임대업을 하는 것은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임대업 진출에 대해서도 “큰 돈을 들여 만들어놓으면 자기네들이 중계차가 비싸니까 싸게 임대를 해주겠다는 취지인 것 같지만 임대 단가 문제 역시 정부의 사업이라고 해서 자유로울 수 없고 사용빈도가 많은 곳만 빌려줄 수 없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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