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기자가 트위터에서 회사 논조에 어긋나는 발언을 해도 괜찮은 걸까. 기자는 개인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트위터는 공적인 공간일까 사적인 공간일까.

최근 이보경 MBC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비키니 시위 사진’을 게재해 논란이 되자, MBC 사측에서 해당 기자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소속 언론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선에서 언론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언론인도 공인인 만큼 의사 표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안영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장은 “본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대해 기자가 부담을 지면 된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명예가 실추됐다거나 피해가 있다는 것을 사측이 입증하지 않고 기자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자로서의 (중립의) 의무가 있고 개인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지분이 있는데, 이보경 기자의 경우 기자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남 교수는 “이런 행위에 대해 직업 집단 안에서 어느 정도는 비판이나 제재를 가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언론사 사측의 권력 기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조의 입장, 노조에 반영된 일선 기자들의 논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경우에까지 공적인 품위 유지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진혁 EBS PD는 “(이보경 기자의 트윗 행위는) 올린 내용이 MBC와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언론인 사견 표현을 제재할 때의 기준은 1차적으로 ‘업무 연관성’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PD는 “설사 업무와 연관돼 있다 하더라도, 특정 인물을 인신공격하거나 보편적 기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고 사실에 근거해 비판적 목소리를 낸 것은 제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예컨대 인종 차별 발언이라든가 보편적인 기준에서 벗어난 표현이 아닌 이상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윤범기 MBN 기자 역시 “(이보경 MBC 기자가) MBC 기자라는 걸 강조하면서 그런 표현을 했다거나 업무에 있어 기사를 편향적으로 쓴 것도 아니고, 네티즌으로서 자기 의사표현을 한 것에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며 “의사 표현의 자유라는 건 언론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제한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우리 한겨레 기자 역시 “기자라도 다른 플랫폼을 통해 자기 생각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보경 기자의 경우) 그걸 갖고 사측에서 징계를 한다면 문제가 있다”며 “자기 의사 표현이고 사회적·도덕적으로 저촉되는 발언이나 욕설이나 폭력적 발언도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MBC에서 경위서를 요구한 것은 사내 규정에 따른 것이겠지만, 외부인의 시선에서 보면 쉽게 수긍할 만한 조치는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언론 종사자들도 공인처럼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견해도 팽팽하게 맞섰다. 언론인은 그가 갖는 공인적 지위 때문에 의사 표현에 보다 신중함을 가져야 하며 언론사가 소속원을 제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공중파 시사 라디오 PD의 경우 “나도 트위터를 하는데 항상 놀라운 게 사견을 얘기하면 사람들은 ‘모 언론사 피디는 왜 이래’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언론인이 소셜 미디어에 사견을 올렸을지라도 소속 언론사의 입장처럼 확대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보경 기자의 경우)어느 한쪽이 옳다 그르다 볼 수는 없고 (회사 내부에서) 조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 중앙일간지 소속 기자는 “많은 독자들이 기자 개인과 어느 언론사 소속 기자라는 사실을 분리해서 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언론인 블로그와 트위터 등에 많은 관심을 갖는 건 그 자체에 대단한 내용이 있어서라기보다 이 사람이 어디 소속이라는 후광을 보고 사건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라며 “기자들도 거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해외 유력 권위지 같은 경우 전통적인 뉴스룸이 기자들을 엄격히 관리해야한다는 기조가 아직도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관련 지침에서 ‘언론인은 개인 시민으로서 가지는 사적 특권도 일정 정도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소셜미디어에서도 워싱턴 포스트 저널리즘 원칙을 모두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로이터 통신은 “로이터의 이익에 반하거나 개인 브랜드를 회사의 브랜드에 우선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과 함께 편견에 관한 시비요인을 만들지 말라거나, 특정 논쟁이나 이슈에서 특정 정파를 따르는 행위,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행위는 신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한국 언론사 중에는 연합뉴스가 최초로 소속원의 SNS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연합뉴스가 지난 2010년 11월 제정한 ‘연합뉴스 직원의 SNS 가이드라인’에서는 ‘정치적 중립’ 조항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 의견을 밝힐 경우, 자신의 의견이 회사의 의견인 것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임직원들의) 소셜 네트워킹 활동을 개인적이고 전문적인 도구로서 지지한다. 그러나 임직원들은 자신의 소셜 네트워킹 활동이 연합뉴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염두에 두고 신중히 하길 바란다’고 지침을 뒀다. 또 해당 가이드라인에서 모든 종사자는 SNS 활동시 연합뉴스 근무사실을 밝히고 소셜미디어 게시글이나 콘텐츠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자의 소셜미디어 이용 등 외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회사 경영 측의 일방적 지침과 통제만으로 관리돼서는 안 된다는 것만큼은 언론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아울러 개별 언론인의 외적 커뮤니케이션 책임선을 어디까지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론사마다 노사관계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사안마다 각 언론사 차원에서 소속원들의 숙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우리나라 기성 언론은 일명 뉴스 룸이라는 곳에서 조직의 관리, 훈육, 지적 전수, 전통적인 교육, 선후배 관계 등의 관행을 통해 지난 수 세기동안 저널리즘 발전해왔다”며 “과거의 관행들을 봤을 때 언론사 내부 뉴스룸의 소통 문화를 바꾸는 것은 굉장히 지난한 과정이 되겠지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기자는 “개별 언론사마다 상당히 복합적인 상황이 있겠지만 소셜 네트워크 관련한 소통 부서를 만든다거나 소통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내부 소통을 하는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언론은 현재까지 이런 작업들이 굉장히 형식적이고 왜소화돼있는데 방치·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전략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토대가 내부에 마련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보경 기자는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본디 정치적으로 억압됐을 때 절실한 것”이라며 “정치적 억압이나 탄압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두려움을 뚫고 외칠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표현할 자유를 구현했다"며 “내 행동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경위서를 제출한 후 현재까지 그에 대한 징계적 조치는 아직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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