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북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스물일곱 살의 노동자가 숨졌다. 올해만 과로사로 숨진 택배 노동자가 열세 명에 이르니 국정감사 의제가 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국정감사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26일 국회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과 쿠팡 물류담당 자회사 전무의 질의응답은 기대는커녕 거대한 벽을 느끼게 했다.국감장의 쟁점은 고인의 근무시간과 일수라는 숫자였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고인이 올 8월과 9월 동안 각각 주 70.4시간, 69.4시간을 근무하고 7일 연속으로 근무한 이유를 물었
저널리즘에 대한 정의는 많다. 그러나 저널리즘을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그 결과물은 언어활동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문자와 사진으로 된 기사, 음성과 현장음으로 전달되는 라디오 뉴스, 영상과 리포트가 들어간 텔레비전 뉴스 등 저널리즘은 인간의 언어활동으로 표출된다. 이런 점에서 기자는 독자를 대상으로 말과 문자로 글을 쓰는 작가다.문학사에서 작가는 시대마다 다른 독자들을 마주했다. 그러나 문학이론이나 비평의 소재는 주로 작품이나 작가에 맞추어져 있었지 이들과 독자가 맺는 관계에 주목한 경우는 드물다. 발터 벤야민은 1939년
격주로 돌아오는 칼럼을 쓸 때마다 가장 어려운 고민은 ‘글감’이다. 어떤 이슈를 택할지, 그 이슈가 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고민한다. 여기에 이슈를 바라보는 내 관점은 동일한 이슈를 다루었던 다른 관점과 얼마나 다른지, 혹시 그 차이만을 고려한 협소한 관점은 아닌지도 고민이다. 게다가 이슈에 대한 관점을 택한다는 것은 평가이기도 하다. 뉴스보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드라마까지 미디어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는 콘텐츠에 등장한 출연자 뿐 아니라 제작진이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문학이나 이론서와 같이 소수의
지난 8월14일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안에 반발하여 들어간 총파업이 9월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의 합의, 그리고 이에 반발하던 전공의들이 9월7일 업무 복귀를 결정함으로써 한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이번 파업 사태는 의사들의 이해관계 관철이라는 표면적인 요구보다 한국 사회에서 ‘전문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의사, 법률가, 학자 등 전문직은 사람의 생명, 법적 처벌, 정확한 정보와 해설의 전달 등 업무 특성으로 일정 수준의 자격을 취득하고 엄격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이러한 자격과 책임은 전문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비교적 안정기에 있을 때도 경고가 있었지만 이렇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바이러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 다가오면 우리는 늘 눈에 보이는 원인을 찾는다. 이번에는 사랑제일교회와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가 확산의 중추로 지목되고 있다. 연일 뉴스에서는 해당 교회의 압수수색, 담임목사의 무책임함, 감염을 거부하는 과격한 반응 등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원인을 처벌하거나 삭제한다고 하여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처벌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지금은 코로나19의
2018년 겨울.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한 골목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사 트럭이 오갔다. 20년 가깝게 말로만 들리던 이문 3-1구역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상가 임차인과 세입자들에게 퇴거 통보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보상금 액수와 지급시기 등 재개발 조합과의 마찰도 잠시였고 지금은 거대한 가림막 뒤로 철거가 진행 중이다. 골목에서 장사하던 상인들과 세입자들 대부분은 옮길 가게와 월세 보증금에도 못 미치는 보상금만을 들고 뿔뿔이 흩어졌다.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그 골목은 20여
지난 23일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세 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큰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재난 상황에서 실시간 지상파 방송의 역할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또 다시 재난주관방송사 KBS에 대한 비판이 부산시민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 과 등 지역언론 뿐 아니라 국무총리까지 KBS를 특정하며 재난 방송의 문제를 지적했다.KBS는 24일 타 방송사와 차별화된 특보, 기상전문기자의 예방 방송, 자막 및 스크롤 속보 등을 내보낸
, , , , , .처참하다. 박원순 시장의 장례 기간 동안 그마나 신중했던 언론이 발인과 피해자측 기자회견 직후 정치권 발 따옴표 기사와 단독을 남발하고
김동원(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 전문위원)여기 유별난 상품이 하나 있다. 다른 상품들은 구매할 때 대가를 지불하지만 이 상품은 구매 후 한 달 정도 사용한 후 대가를 지불한다. 이 상품은 물리적 힘이나 정보를 제공하며 소모되기 때문에 재사용을 위해 주는 대가다. 그러나 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상품은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대가를 지불하며, 다른 상품은 스물세 달 동안, 때로는 몇 주만을 대가를 지불하고 버려진다. 안정적인 대가를 받기 위한 상품이 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단지 돈만 필요하지 않다. 유명한 브랜드 몇 개는 붙이고
가치를 창출하는 인간 활동은 노동이라 부를 수 있지만, 그가 노동자인지의 여부는 노동의 종속성에 달렸다. 거대한 공장이나 특정 공간의 사업장에서 수행되는 노동에 기반한 이 종속성은 노동을 지시하고 감독하며 징계할 수 있는 사용자를 전제로 한다. 노동을 수행하는 이는 사용자의 지시권한에 종속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노동의 성과와 책임은 노동과정을 구상하고 관리하는 사용자에게 귀속될 때 노동자로 인정받는다.반면 스스로 근무시간을 정하고 노동 대가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의 노동은 독립 노동, 예컨대 자영업자의 노동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와 백악관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에서 촉발된 시위는 이제 약 30여개의 도시로 확산 중이다. 최근 보도된 미국 내 항의시위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보면 흡사 코로나19 확산 지도로 착각할 정도다. 코로나19 감염병과 항의시위라는 두 사회 재난 상황이 중첩되고 있는 형국이다.며칠 동안 미국의 항의시위를 보도하는 외신과 국내 언론을 보면서 데자뷰처럼 떠오른 사건이 있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되었던 뉴올리언스의 악몽이다. 재난 초기 피해 상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 신문방송학과에서 빼놓지 않고 다루는 주제 중 하나가 여론 형성에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이었다. 주로 매스 미디어 효과론이나 미디어와 사회 같은 강의에서 다룬 이 주제는 저널리즘의 규범, 즉 객관성이 왜 필요한지 설명할 때마다 등장했다. 미디어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미디어는 수용자 개인이 마주하지 않는 타인들을 어떻게 상상하게 만드는가’로 요약될 수 있었다.20여 년 전의 강의가 떠 오른 이유는 최근 몰아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Trial by Media) 때문이었다. 제목만으로는 가장 객관적이고
노동절을 이틀 앞 둔 지난 달 29일 경기도 이천시 물류센터의 화재로 서른여덟 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매제일을 돕겠다며 나선 동생, 함께 일하던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던 아들, 혼인신고 한 달 만에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남편. 서른여덟 명의 노동자 모두 가족과 친구들에게 평생을 안고 가야할 상처를 남기고 떠났다.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은 이렇게 기억되겠지만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업체의 이름은 그렇지 않다. 2008년 1월 이천시 호법면 냉동창고 화재로 마흔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등졌지만, 소유회사가 어디였는지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66.2%의 투표율. 전체 의석 5분의 3을 차지한 거대 여당의 탄생. 기대한 이들은 있었으나 예상한 이들은 없었다. 여론조사의 예측도, 출구조사의 예측도 뛰어 넘었다. 180석이라는 여당의 의석수는 진보정당의 입지를 더욱 좁혔고, 보수야당에게는 누구를 대의하는지 자문해야 할 처지로 만들었다. 대통령 탄핵 위기라거나 정권 심판과 같은 오래된 구호는 코로나19로 닥친 불안의 정서를 전혀 담지 못했다. 위성정당을 둘러싼 논쟁과 후보자의 막말로 점철된 그들만의 정치는 오직 여론조사의 시뮬라시옹에 메몰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래한 거대
최근 미디어오늘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하나 실렸다. 3월29일자 “정치 심의 바꾸겠다던 민주당 어디로 갔나” 로 지난 20대 총선 이후 민주당의 언론과 미디어 관련 공약 이행을 점검한 기사다. 22개의 공약 이행을 살펴본 결과, 해직 언론인 복직, 종편 특혜 철회 등 일부 이행된 공약은 있었지만 완전히 이행된 공약은 하나도 없었다. [ 관련기사 : 정치 심의 바꾸겠다던 민주당 어디로 갔나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정책 선거보다는 정권을 평가하는 정권 선거가 아닌 적은 없었다. 그러나 정권을 심판한다 해서 약속한 정책과 법안을 추진하
3월 말로 가고 있는 지금, 대학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은 건물이 아니다. 학생, 교직원 뿐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까지 사람과 사람의 대화와 교류가 오가는 공간이 대학이라면 2020년 3월. 대학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만 않을 뿐 ‘온라인 비대면 강의’라는 이름으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공간에서 전에 없던 경험을 하고 있다.교육부 권고로 연기된 대학 개강은 각종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한 화상 강의로 대체되어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대학 당국, 동영상 제작 및 운영에 서투른 교
지난 3월6일, 내가 살고 있는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공동체가 현수막을 걸었다. 여성의 날을 며칠 앞두고 투표를 독려하는 프레이즈가 걸린 현수막이었다. “3.8 여성의 날. 나는 성평등에 투표합니다”라는 문장 한 줄 이었다. 그런데 하루가 되기도 전에 현수막이 사라졌다. 사정을 물어보니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그 현수막 게시를 선거법 위반으로 통보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선관위는 단체에 자진 철거 요청과 함께 미철거시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와 강제 철거를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이 글을 쓰는 2월 24일. 오후 4시 현재 코로나19 확진환자는 833명이며 사망자는 7명에 이르렀다.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인 유증상자만 해도 11,631명에 달한다. 정부가 위기 경보를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렸지만 시민들은 아침마다 확인하는 확진환자의 숫자만으로도 이미 심각의 상태를 넘어섰다.예상할 수 없었던 확진환자 수의 증가는 연령, 지역, 직업, 소득 수준 등을 가리지 않고 전파되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무차별성을 보여준다. 감염증이 두려운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나 또한 예외일 수 없다는 두려움과 불안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다. 카트리나는 비록 자연재난이었지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만든 요인은 따로 있었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보도 참사와 공권력 남용이 그것이었다. 뉴올리언스 이재민 6만명 이상이 대피한 슈퍼돔은 말 그대로 고립무원이었다. 전기는 끊겼고 물공급과 환기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취재 접근조차 힘든 슈퍼돔 내부의 상황을 폭력과 범죄의 현장으로 보도한 언론들이었다. 슈퍼돔만이 아니었다. 폐허가 된 지역에서 약탈, 총격전, 방화, 강간 등이 자행되고 있으
4월15일에 실시될 총선 시계가 이제는 분침 단위로 똑딱이고 있다. 며칠 전 내가 사는 몇몇 동네 지인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에서 준비하는 활동은 없나요?” 한 분의 대답이 뒤통수를 때렸다. “글쎄, 뭐가 달라지겠어? 똑같지 뭐.” 지인들의 “똑같다”는 대답은 그냥 흘려들을 말이 아니었다. 앞으로 80일 정도 남은 시간 동안 벌어질 일이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우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슈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선거법에 따른 정당 광고, 정책 토론 등을 편성할 방송 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