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박영석(48) 대장이 난코스로 알려진 히말라야 8000m급 안나푸르나 남벽 등정 중 만 24시간 이상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확인돼 위급한 상황이라고 대한산악연맹 등이 밝혔다.

이번에 박 대장이 등정한 곳은 지난해 오은선 대장이 오른 안나푸르나 정상까지의 등로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세계 3대 남벽으로 꼽히는 신등로에 해당되는 곳이다. 박 대장은 칸첸중가 등정 의혹을 낳은 오은선 대장 방식의 ‘등정주의’에서 탈피, 등로 개척을 중시해온 산악인으로 알려져있다.

20일 대한산악연맹에 따르면,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는 18일 새벽 4시쯤(현지시각)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캠프 원(6500m) 지점에서 한차례 교신이 됐다가 24시간 넘게 연락이 두절됐다. 원정대 멤버는 모두 5명이고, 남벽 등반에 나섰다 연락이 두절된 이들은 박 대장과 신동민 대원, 강기석 대원 등 모두 3명이다.

박 대장은 마지막 교신에서 “눈사태가 일어나고 낙석이 심하다, 앞에 가스가 많다”고 대한산악연맹의 박수석 주임이 20일 전했다. ‘가스’가 생기는 이유는 안개가 끼었을 때 화이트아웃 현상이 발생해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대한산악연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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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악연맹에 따르면, 박 대장 등정팀이 24시간 이상 연락이 두절되자 베이스캠프에 있던 대원 2명이 정찰을 나가 캠프원 지점(6500m) 부근에서 눈사태를 맞은 텐트 발견했지만, 이 텐트가 박 대장 일해의 것인지 다른 원정대의 텐트인지 확인할 수 없었고, 날이 어두워진 상태여서 더 이상 수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에서 구조대를 파견한다는 계획은 세웠지만 아직 헬기가 떴거나 셀파가 정찰을 나갔다는 소식은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대한산악연맹은 전했다.

박영석 대장이 이번에 등정하려는 곳의 정상은 8091m(안나푸르나 남벽)으로, 이 곳으로 오르는 등로(루트)는 고난도의 등반로인데다 기후가 안좋고, 낙석이 심해 이곳으로 등정을 한 팀이 많지 않은 곳이다. 안나푸르나(8091m) 남벽은 에베레스트 남서벽(8850m), 로체 남벽(8516m)과 함께 히말라야 3대 남벽으로 꼽힌다.

박 대장 원정대는 지난해 이 곳으로 등정하려다 한 차례 실패하면서 대원 한 명이 다쳐 재활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대원을 다시 편성한 뒤 ‘신루트’ 개척 등정을 하려다 이번엔 연락이 두절돼 실종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등반하다가 연락이 두절돼 구조대가 수색작업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이 사고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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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한산악연맹은 20일 이 소식을 듣고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 중이다.

박 대장은 지난 2007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도전 중 두 명의 대원을 잃었으나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 이곳이 ‘코리안 루트(박영석 루트)’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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