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의 지인이자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16일 본인이 진행하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KBS측은 박 원장이 최근 업무 과다 등 개인 신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외압은 없었다고 전했다.

박경철 원장은 16일 오전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2부 오프닝 멘트에서 “이제는 저도 적당한 때가 된 것 같다”며 “사람은 떠날 자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면서 하차 입장을 밝혔다. 박 원장은 17일 아침 방송까지 진행을 맡는다. 그는 지난 2008년 11월3일부터 약 3년간 이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왔다.

박경철 원장은 또 클로징멘트를 통해 “청취자 여러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최근)여러 가지 일로 진짜 내적 소진이 됐다”며 “마지막 한 방울 여력도 없이 소진됐다”고 하차 이유를 밝혔다. 그는 “어떤 때는 하루 20분, 30분밖에 못 잘 때도 있었고, 밤 새워 제가 준비하던 책을 탈고하는 작업과 그 외 다른 일과 방송 일에 또 청년들과 어울렸던 시간들이 겹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여력이 완전히 빠져 나갔던 느낌”이라며 “시원하게 탈진상태에 빠진 것도 괜찮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박경철 원장은 “사실 제가 라디오를 3년간 할 줄 몰랐는데 3년을 했으니까 짧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았던 것 같다”며 “혹시 길거리 가다가 저를 만나시면 이 방송 청취자였다고 꼭 악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박 원장은 “힘든 시기다. 내년에 힘들 것 같다”며 “잘 헤쳐 나가시고 우리나라, 세계 속의 시민으로서 건강한 삶이 같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S측은 이번 추석이 끝나고 박 원장이 개인 신상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하차 의사를 밝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하석필 PD는 16일 통화에서 “추석 연휴 이후인 14일에 박 원장이 아침 방송을 끝나고 9시 넘어서 저와 이 프로그램 부장에게 ‘추석 동안에 생각해 봤는데 심신이 피곤하고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16일 오늘 방송에서 하신 직접 하신 얘기와 약간의 워딩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비슷하게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제작진은 약 1시간 가량 만류 의사를 전했지만, 박 원장은 이미 하차 의사를 굳힌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하 PD는 “박 원장은 ‘제작진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물러날 시점인 것 같다’고 했다”며 “그동안 박 원장이 방송을 진행하면서 그만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실 없는 소리를 할 분이 아니다. 이번에는 본인 결심이 서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 PD는 ‘KBS측에서 먼저 박 원장에게 하차 의사를 전했는지’ 묻자 “절대 아니다. 저를 통해서 간 것은 없고 정황 상도 없다. 만류하는 입장이었다”며 “박 원장도 ‘본인 하차에 외압이 있었는지 기자들이 물으면 아니라고 얘기해 달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향후 박 원장이 안철수 교수와 활동을 같이 할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 PD는 “박 원장이 향후에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얘기는 안 했다”고 밝혔다. 하 PD는 ‘안철수 교수와 함께 활동할지’ 묻는 질문에 “박 원장의 대외 활동이니까 알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금명간 본인의 트위터(@chondoc)를 통해 하차 이유 등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후임 진행자를 김광진 동부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으로 정하고 19일부터 <김광진의 경제포커스>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할 예정이다.

한편, 안철수 교수가 지난 6일 박원순-안철수 단일화가 발표되던 세종문화회관에서, 박 원장은 안 원장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려 주요 언론에서 이슈가 된 바 있다. 안철수 교수는 “지금까지 심정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이해해준 박경철 원장님께도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박 원장을 포옹했고, 박 원장은 기자의 물음에 “멋져요. 멋지다. 놀랍다”고 답할 뿐 계속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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