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은 국회 청문회에서 조남호 회장이 정리해고에 대한 책임 회피성 발언과 청문 대비 문건으로 밝혀진 진정성 없는 자세로 일관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성하다 목을 맨 김주익 노조위원장과 곽재규 조합원을 모른다고한 답변에 '비정한 사주'를 향한 착찹함과 절망감을 드러냈다.  

19일 한진중공업·쌍용자동차·재능교육·콜트콜택·발레오공조 해고노동자 50여 명은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모여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 청문회에 대한 소금꽃 공동투쟁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고노동자들은 이자리에서 “한진 조남호 회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재벌과 자본의 벌거벗은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정리해고 철회’와 ‘조남호 처벌’을 외쳤다.

   
▲ 이혜선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 청문회 소감을 전하고 있다. ⓒ허완 기자
 

   
▲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허완 기자
 

해고노동자들은 모두발언에서부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조 회장이) 2003년 당시 129일 동안 크레인에서 농성하다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김주익 노조위원장과 곽재규 조합원을 모른다고 했을 때”라며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는 비록 적대적 관계라 하더라도 조문을 하고 안타까움을 나누는 게 우리 한국 사회의 미덕”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정 부위원장은 “양심적인 국민의 요구와 호소가 있다”며 “투쟁은 확대되고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김호규 부위원장도 “정부는 수천수만명이 정리해고로 고통 받고 있는데도 아무런 해법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정부를 비롯해 조남호·경찰·한나라당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혜선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해고노동자들은 노예가 아니”라며 “노동3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해고노동자들이 입고 나온 작업복에 박힌 '한진중공업' 마크가 선명하다. ⓒ허완 기자
 

전날 국회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김인수 한진중공업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 부대표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청문회를 직접 지켜보며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했다”며 “재벌이 비리가 아닌 노사관계로 청문회에 서는 게 처음이라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고 청문회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한편, 기자회견 시작 전 공동투쟁단과 경찰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목 차도와 인도에 경찰병력 100여 명을 배치해 공동투쟁단의 이동을 막았다. 공동투쟁단 측은 “안정적으로 기자회견을 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린다”고 요구했고, 경찰 측은 “도로상으로 넘는 것은 불법이다”며 버텼다. 이로 인해 기자회견은 30분가량 늦어졌다.

   
▲ 기자회견을 마치며 참가자들이 '막힌 귀를 뚫어주마'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허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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