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이돈’ ‘강남 무상급水’…. 서울시가 최악의 물난리를 겪으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이 입방아에 올랐다. 오세훈 시장이 눈에 보이는 곳의 치장에 공을 들이더니 정작 필요한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은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 편집자주

“남의 불행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인터넷 ‘폭우괴담’도 홍수”

조선일보 7월 29일자 3면 기사 제목이다. 조선은 “폭우로 서울 시내가 물바다가 된 지난 27일 이후 인터넷과 트위터에는 비 피해를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괴담이 인터넷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난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수해 때문에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강남 한복판이 물에 잠기는 사건은 서울시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오세이돈’으로 지칭한 패러디에 시민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침수피해를 입은 서울 사당로 15길 일대 주택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현 민주당 재난대책특별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을 베네치아로 만들겠다고 하더니 정말 나쁜 쪽으로 만들어 버렸다. 무상급식을 하라고 했더니 무상급수를 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그러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서울시 수해예산 10분의 1 축소 주장에 대해 ‘폭우괴담’으로 몰아세웠다. 중앙일보는 7월 29일자 10면에 <서울시장 출신 MB “이런 폭우 막을 도시 없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서울시 수해 책임론’을 희석시키는 주장이다.

일부 언론이 서울시 수해책임론을 ‘폭우괴담’으로 몰아가자 경찰도 행동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일명 ‘폭우괴담’ 등 집중호우와 관련해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자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민들이 정말로 ‘폭우괴담’이라 할 억지주장을 하는 것인지, 타당한 비판을 하는 것인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타당한 지적마저 경찰이 수사에 나서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공권력을 통해 시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논란의 초점 중 하나는 ‘디자인 서울’ 정책이 결과적으로 수해를 키웠다는 의혹이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7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 전시행정에만 치중한 결과, 서울 디자인 거리 30곳 중 26곳이 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 블록인 화강판석을 사용해서 재난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도 7월 29일자 4면에 <‘디자인 서울’ 겉멋 치중하다…방재대책은 소홀>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수해방지예산을 둘러싼 서울시와 환경단체의 공방도 논란의 초점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 5년 만에 1/10로 감소>라는 자료가 이번 수해를 맞아 인터넷과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하자, 서울시가 진화에 나섰다.

서울시 물관리국은 환경단체 자료를 인용한 한겨레 기사를 비판하면서 “지난해 수방예산 66억의 보도는 어떠한 근거도 없으며 전혀 사실도 아니다. 주민 피해가 극심한 현 상황에서 혼란을 초래하는 거짓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 제소 등 법적인 모든 조치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일신문은 7월 29일자 4면 <‘수상한’ 서울시 수해방지예산>이라는 기사에서 “시에서 발표하는 시점마다 금액이 오락가락해 부풀리기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도 7월 31일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 1/10로 줄어든 거 맞다>라는 자료를 통해 “서울시 자료는 일관성이 없어 진위여부를 파악하기가 대단히 곤란하다”면서 “급하게 변명하기 위해 짜깁기 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번 논란을 ‘정치공방’으로 몰아가며 비판 여론의 물줄기를 돌리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주민투표 정국을 벗어보려는 민주당이 수해를 빙자해 퍼붓는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도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오로지 해당 지자체장을 공박하는 저급한 정치공세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 주장을 측면 지원했다.

그러나 서울시 수방대책과 예산의 문제점을 지적한 쪽은 민주당만이 아니다. 대전 동구청장을 세 번 역임한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2005년도에 641억원에 달했던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이 2009년도에는 100억원, 작년에는 66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 수해는 인재라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언론은 서울시 수해예산이 10분의 1로 줄었다는 지적을 ‘폭우괴담’에 비유하고, 경찰이 폭우괴담을 수사하겠다고 나선 행동은 타당한 것일까. 아니면 시민들의 합리적 의문과 비판마저 재갈을 물리려는 무리수일까.

그것이 정말 수사 대상이라면 한나라당 의원부터 수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지난해 10월 18일 서울시를 상대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오세훈) 시장께서는 전시성 사업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수해방지 대책에는 너무 소홀하신 것 아닌지요?…(서울시 수해방지) 일반예산은 점점 줄어 ‘05년에는 641억원이던 예산이 ‘10년에는 66억원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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