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사건을 비롯해 각종 자살사건 등이 잇따르고 있는 해병대 사령부의 공보담당 책임자가 해병대 비판 리포트를 한 기자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기자가 소속된 SBS 뿐 아니라 국방부 기자단마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8일 이한석 SBS 기자를 포함해 국방부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이 기자는 지난 14일 SBS <8뉴스> ‘해병대사령관 사퇴 오락가락’이라는 리포트를 한 직후 김태은 해병대 정훈공보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태은 실장은 이 기자에게 “이 개××야, 없는 거 만들어 막 보도하느냐. 니가 기자생활을 얼마나 할 지 모르지만… 이 개××야”라는 폭언과 욕설을 했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이 같은 격한 반응을 불러온 SBS의 리포트는 지난 12일 유낙준 사령관이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지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김태은 공보실장이 14일 ‘사실상의 사퇴의사로 볼 수 있다’고 했다가 오후 들어서는 ‘유 사령관이 말한 책임은 사의 표명으로 볼 수 없다’고 정정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병대는 “오전 설명은 실수”라고 해명했고, 국방부도 “유 사령관의 인사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상황을 정리했다고 SBS는 보도했다.

   
지난 14일 저녁 방송된 SBS <8뉴스>
 
이 정도의 리포트 내용에 어떻게 개XX 등의 욕설을 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리포트를 했던 이한석 SBS 기자는 18일 “욕설을 들은 부분은 저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이를 일임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기자단은 이에 따라 지난 15일 회의를 열어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사령관의 기자단에 대한 공식 사과 및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등을 구두로 조만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SBS도 국방부에 해병대사령관의 사과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SBS로부터 사과와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접수받았으니 어떻게든 조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자단 간사를 맡고 있는 오이석 서울신문 기자는 18일 “기자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문제가 단순히 김태은 실장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 최근 해병대 사태를 둘러싼 언론과의 관계에서부터 종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오 기자는 해병대 부사령관이 15일 직접 기자실로 찾아와 사과한 것에 대해 “이는 우리가 요구하는 사과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해병대 공보시스템과 해병대 사령부 자체에 대한 문제로 보고 있다. 우리는 이런 욕설행위가 기자단 전체에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최고 지휘관인 사령관이 직접 와서 사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병대 사태와 관련해 해병대측이 기자들에게 그동안 충실한 설명을 하지 않거나 안이한 대응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 기자는 “해병대에서 큰 문제가 발생한 만큼 매일 있던 오전 브리핑에 국방부 관계자말고도 해병대 책임자도 참석할 것을 요청했으나 해병대는 사고 초기 1~2차례 외엔 이런 요구를 묵살했다”며 “미온적이거나 정보제공에 소홀했다는 평가가 그동안 쌓여있었다. 국방부가 불러주는 것 만 쓸 수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저녁 방송된 SBS <8뉴스>
 
   
지난 14일 저녁 방송된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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