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 일어난 러시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 사고에도 ‘핵에너지의 평화로운 이용’이라는 슬로건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조심만 하면 위험천만한 원자력도 충분히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신화는 오랫동안 인류의 뇌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후쿠시마 원전 재앙은 인류가 핵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커다란 의문을 던졌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미국의 평화 운동가이자 작가인 조나단 셀과의 인터뷰를 통해 “핵에너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가장 위험한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이번 사건이 핵이 안전함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며, 이는 쿠바의 미사일 위기 사태가 핵무기의 안전성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그의 말은 전했다.

그는 “핵에너지의 위력은 거대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그것을 과학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 현실적으로, 정치적으로 다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핵에너지는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발견할 수 있지 않고 탁월한 과학기술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그만큼 파괴력도 어마어마하다.

50만년 동안 땅속에 묻어 놓아야 하는 핵폐기물도 이 평화운동가에게는 걱정거리다. 그것을 처리할 지혜와 힘이 없음에도 원자력발전을 멈추지 않는 것은, 그의 표현에 의하면 “지상에서 우주적 방법으로 행동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는 평소에도 “핵에너지를 다루는 것은 대자연의 힘과 도박을 벌이는 것과 같다”며 핵에너지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왔다. 

최근 몇 년간 핵에너지가 르네상스를 맞이했다는 지적에, 조나단 셀은 “은행가들은 이미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을 멈췄고, 보험회사들도 그 위험성을 보장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이미 원자력발전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미국의 평화 운동가인 조나단 셀과의 인터뷰를 통해 “핵에너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슈피겔>홈페이지

 
이런 에너지가 기후변화를 막는 대안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의 부족한 자원을 여기에 퍼붓다가 치명적인 사고가 난다면 그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전체적인 노력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핵에너지 이용이 본격화된 배경에는 핵무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핵에너지를 주요하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다. 이 시기는 미국의 핵무기가 1,400개에서 2,000로 늘어나는 때와 일치한다. 핵에너지가 파괴적인 핵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꿔줌으로써 급증하는 핵무기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린 셈이다. 

이런 지적에도 원전 건설을 포기하지 않는 국가들은 여전히 많다. 핵에너지에 끝까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다. 그는 2025년까지 해외석유 수입량을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동시에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 핵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나단 셀은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예산문제 때문에 오바마는 결국 물러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저러한 안전조치를 늘릴수록 비용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만 해도 원전을 건설하는데 수백억 달러가 든다.

미국 내 여론도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에 시행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핵에너지에 대한 지지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나단 셀은 “후쿠시마의 비극이 핵에너지 반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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