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희귀질환으로 숨진 노동자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상당수 언론이 침묵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사 경제부·사회부 등에서 삼성 관련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와 PD들은 취재 시 직간접적인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한 주간지 기자는 “백혈병 피해를 적극적으로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런지 삼성측에서 취재 동선을 소름 끼칠 정도로 다 알고 있었다”며 “용기 내서 제보한 내부 고발자들도 결국 삼성이 찾아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심적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는 “삼성 백혈병 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고 피해자도 있어 충분히 기사 가치가 있지만, 취재를 해놓고도 못 나간 적이 많았다”며 “직접적이든 무언의 압력이든 간에 언론이 삼성에 휘둘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외압으로 느낄 만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지난해 2월 ‘삼성 백혈병’ 관련 방송을 준비하다 돌연 취재 중단을 지시받고 결국 결방된 대전MBC <시사플러스> 사태가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대전MBC의 최영규 PD는 “아이템 보고를 하고 몇일 동안 피해자 인터뷰를 한 뒤 취재가 마무리될 때쯤 삼성 본사 홍보팀에 취재 협조를 요청했다”며 “삼성에 취재를 요청한 당일 바로 위에서 취재 중단 지시가 내려왔다. 의아스런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우선적으로 광고 등 ‘재원 압박’ 요인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 PD는 “대기업은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압박 수단이 있다”며 “언론이 지킬 가치는 명확한데, 취재진과 광고국 간의 인식 차로 내부적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이 침묵하는 배경에는 외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는 “노동부나 삼성 출입기자들이 관련 아이템을 내는 발제를 먼저 해줘야 하는데 출입처 관계를 의식해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보도 이후 겪는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고, 삼성에 길들어진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한겨레 기자(사회부)는 “삼성 백혈병 관련 보도는 삼성을 욕하는 의미가 아니라 산업안전보건과 작업환경에 무지했던 노동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것”인데 “일선 기자들이 발제도 안 하고 삼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삼성 관련 보도를 줄곧 해온 한 인터넷 신문 기자는 “언론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최대 광고주를 외면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자기 검열”이라고 했다.

 
 
 
 

 
알려왔습니다:  삼성그룹 김성홍 홍보팀 차장은 지난 17일 “내부 제보자를 찾아내 강도 높은 조사를 한 적이 없고, 7월 백혈병 관련 재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할 계획도 없다”며 “삼성은 보도를 막은 적도 막을 계획도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기사 내용중 '내부고발자를 결국 삼성이 찾아내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는 내용은 사실과 달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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