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천국, 비판 지옥’
KBS의 요즘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될 것 같다.

KBS가 올해 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과도한 보수공사를 추진해 국민들이 낸 수신료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25일자 2면 <수신료 올리려는 KBS ‘흑자 줄이기’ 나섰나> 기사에서 KBS사 24일 현재 14억5000여만원(이하 금액 모두 부가세 별도)을 들여 13년 만에 전 직원의 의자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체 의자 개수는 5800여개다.

   
  ▲ 12월25일자 한겨레 2면  
 
올 한 해 KBS는 유난히 사내 보수공사를 자주 했다.
기사에 따르면, KBS는 인적자원실 사무실을 고화질 화상회의 설비와 무선마이크 등을 설치한 대회의실로 바꾸는 공사(11월께 완공)에 6억4000여만원을 썼다. 같은 시기 ‘출연자와 방문객을 위한 대기·휴식공간 제공 목적’이란 이유로 2억4000여만원을 들여 본관 2층 로비 복원공사(인테리어와 냉난방 설비 변경 등)를 끝냈다. 앞서 4월부턴 6층 로비와 임원실 리모델링 공사에 2억여원을 지출했다. ‘기업문화 발전’을 내세운 사내 친목·봉사모임 ‘레인보우 카운티’가 회삿돈으로 3박4일간(8~11일)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KBS는 조만간 본관 서현관 로비와 총무국 앞 로비 공사 및 기타 설비공사도 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3억7000여만원이 배정돼 있다.

KBS가 올해 ‘공사 천국’이 된 것은 수신료 때문이다. KBS는 상반기 흑자만 1000억원을 넘겼고, 올해 전체 규모로 치면 400억~500억원 규모의 흑자가 예상된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게 생기자, 수신료 인상의 명분이 퇴색할 것을 우려한 KBS가 어떻게든 흑자 규모를 줄이고 싶어한다는 게 세간의 시선이다. 물론 KBS는 각종 공사와 ‘흑자폭 줄이기용 지출’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비판 지옥’은 최근 KBS 부산총국이 G20 정상회의와 관련한 홍보 방송이 지나쳤다고 비판한 김용진 울산방송국 기자에 대해 정직 4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등 KBS를 비판하는 직원에 대한 과잉징계를 지적하는 말이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에서 “기자가 외부 기고 때문에 중징계를 당했다는 사실은 기자 개인 문제를 넘어 언론자유와 직결된 ‘사건’”이라고 봤다. 경향신문은 김 기자 징계의 발단이 된 미디어오늘 기고 <나는 KBS의 영향력이 두렵다> 내용을 일부 소개한 뒤 “자사의 과다한 G20 편성, 일방적 홍보를 문제삼은 것은 지극히 정당한 내부 비판에 속한다”며 “도리어 그런 기자를 찾을 수 없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12월25일자 경향신문 사설  
 
그럼에도 KBS가 김 기자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경향은 “그(김용진)의 시각이 G20 신화를 한껏 선전하려는 정권과 동일체나 마찬가지인 KBS 상층부의 심기를 불편케 했”고 “무모한 징계를 남발해서라도 어떠한 내부 비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봤다.

경향은 “그런 언론을 언론이라 부를 수 있나”라고 물으며 “내부 언로가 막히고 반대자·비판자에 대해서는 혹독한 불이익이 일상화한다면 조폭집단과 다를 게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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