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려던 KBS <추적 60분>이 결방된지 3주만에 시청자를 찾게 된다.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불방(방송보류)시킨 것이라던 애초 이유 때문이라면 지난 10일 1심 선고가 끝났기 때문에 15일에는 방송돼야 했다. 그러나 한 주를 더 넘겨 22일에야 방송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불방 기간인 3주 동안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두차례의 결방은 KBS 수신료 인상이 왜 문제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특히 <추적 60분> 불방의 배경이 청와대 비서관의 언급과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는 정치외교부 정보보고 문건이 공개된 다음날 KBS는 KBS 새 노조 조합원 60명을 무더기로 징계하겠다고 밝혀 더욱 거센 비판을 받아야했다.

   
  ▲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기 직전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민주의 터'에서 열린 언론노조 KBS본부의 <추적60분-4대강편> 방송보류긴급규탄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공영방송을 개탄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재판 영향”→“타방송 프로 제작 지시” 말바꾸기 의혹까지=<추적 60분>이 불방된 경위에 청와대 외압이 작용했을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KBS는 8일 방송예정일 땐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15일 방송예정일 땐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4대강 편을 결방시켰다. 이에 따라 15일에도 <추적 60분>은 아예 방송에서 빠졌다. 제작 책임자들은 대체제작을 지시했으나 따르지 않아 결방이 불가피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방송 하루 전에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한 것 자체가 억지”라며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KBS 추적 60분 기자와 PD들에 따르면, 이화섭 시사제작국장과 김현 시사제작1부장은 추적 60분이 두 번째 불방된 다음날인 지난 16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원래 15일 <추적 60분>에는 ‘SOS! 게임의 수렁에 빠진 아이들’ 편이 방송 예정이었고, 시사제작국장과 시사제작1부장은 이 프로그램 제작을 수차례 지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제작진인 기자와 PD들은 “‘SOS!…’ 편이 방송예정이라는 사실을 제작진이 전혀 몰랐고, 공식적으로 국장과 부장이 ‘4대강’ 편 불방에 대해 2주 동안 단 한번도 제작진에게 통보한 적이 없다. 수차례 대체제작을 지시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기자와 PD들은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지난 11일 김현 부장이 강지원 PD에게 ‘4대강 편이 다음주에도 방송되지 못하면 (‘SOS…’편) 방송을 앞당기는 것이 가능하냐’고 문의해 강 PD는 답변하지 않았다. 사흘 뒤 김 부장이 다시 강희중 CP에게 ‘SOS…’ 편을 제작하라고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것이 대체 제작에 대한 최초 지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4대강 편 불방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다 방송 하루전에 60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시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화섭 국장 등은 방송준비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묻겠다며 계속 대체제작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국장과 부장이 최초로 대체 제작에 대한 업무지시를 내린 것은 방송 전날이었고, 이 지시는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대강 만들자는 식의 제안은 명백히 불방의 책임을 일선 제작자들에게 돌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에 대한 간부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추적 60분, 객관성 공정성 문제없다” 심의의견도 묵살=특히 KBS는 <추적 60분> ‘4대강’ 편의 공정성이나 객관성 등에서 문제가 없다는 심의실 심의의견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불방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자로 된 <추적 60분> 4대강 편에 대한 심의의견을 보면 “국토해양부가 경상남도의 사업권을 회수한 이유를 밝히고, 관련 현장을 취재하고 양쪽 관계자와 주민들의 인터뷰를 엮어 상세히 설명해 시청자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며 이 부분에서 객관성, 공정성, 균형성을 유지했다”고 돼있다.

KBS 새노조는 성명에서 “사측의 입장은 결국 자체 심의 결과마저 부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심의결과까지 부정하고 추적 60분을 불방시킨 것은 외압에 의한 굴종과 자기 검열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KBS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의 순간”이라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KBS 심의실은 “한 심의위원의 의견일 뿐 심의실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3주째 결방될까=KBS 추적 60분 ‘4대강’ 편은 이런 안팎의 호된 비판을 받은 채 22일엔 방송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김명성 KBS 홍보부장은 22일 “서로 용인하는 선에서 방송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며 “방송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은 “완전한 ‘불방’이 아니라 원래 나가려던 것이 ‘보류’됐던 것이었고, 의견이 좁혀져 별 문제없이 방송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적 60분> ‘4대강’ 편은 당초 제작 내용 가운데 지난 10일 낙동강 사업 1심 재판 결과를 비롯해 일부 내용이 수정·보완돼 방송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