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는 갖가지 규제대책을 내놓고 있다.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하 G20 특별법)이 규정한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부분 ‘계엄’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G20 특별법’은 비록 한정된 시간과 장소이지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원천 봉쇄하는 초헌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회의가 아니라 경제적 강자들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경제 질서를 독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정부가 이 회의를 준비하면서 취하는 조치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노점상과 노숙인은 이 회의에 참석하는 외국인의 시야에 들어오면 안 된다. 사회적 약자의 생존과 생활은 눈에 보이면 안 되는 것이다. 또 외국인 노동자들은 모두가 잠재적인 위해 인물이다. 특히 아랍계와 제3세계 출신 노동자들은 더욱 그렇다. 가진 사람들의 경제 독점에 반대할 것이 우려되는 인사는 모두 입국이 거부되거나 이미 들어 와 있는 외국인은 강제 출국의 대상이 될 수 있다. ‘G20’ 정상들의 안전을 위한 사전조치라는 명분이다.

사후 대책도 마련되어 있다. G20 정상회의의 의제에 반대하거나 그들의 정책 방향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가 일어날 경우에는 경찰 특공대를 투입할 수도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군도 투입할 수 있다. 대규모 국제행사 때마다 국정원 등이 국가안보가 위태롭고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도입한 이른바 ‘테러방지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경찰은 경찰 장비에 생체 전자장비인 이른바 ‘지향성 음향장비’(음향 대포)를 도입하고, 고무탄과 스펀지탄 등 다목적 발사기를 특수한 형태의 집회와 시위에서 건물을 점거한 경우에도 사용하겠다는 이른바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입법예고 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46일간의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G20 회의가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인 증거라고 주장한다. 국격이 자기 국민의 헌법적 권리들을 금지하고, 생존권을 압살하고, 정치적·정책적으로 반대하는 일체의 행위를 테러나 소요로 규정하고 안전성 논란에다 검증되지도 않은 무기를 합법화하는 시도들이 국격이라는 말이다. 만일 테러나 소요가 우려됐다면, G20회의를 유치하지 말았어야 한다. 만약 그 필요성이 있었다면,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덜 미치는 ‘서해 위’에서 개최해도 좋았을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발상과 초헌법적인 조치로 G20을 개최하는 것 자체가 독재적인 발상이다.

국민에게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정권은 ‘성과’를 과대 선전하고 이를 위해 이른바 합법 폭력인 경찰력과 군대, 정보기관의 가치를 높게 평가 한다. 이것은 전시와 비상계엄 시기 그리고 독재 정권 하에서의 전형적인 통치 방법이다. 1985년 10월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당시 ‘IMF·IBRD 서울총회’ 때 14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가 참석했다. 이때 행한 조치가 바로 노점상 단속과 재개발 철거민들의 생존권에 무자비한 폭력 행사 등 반인권적·반민생적 공권력 행사였다. 이어 88올림픽 때도 똑같은 방식의 대처가 있었다.

   
  ▲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13위라는 것은 그만큼 세계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 우리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13위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G20은 대외무역량의 상위 그룹들의 모임이다. 그것이 곧 선진국은 아니다. 사회적·경제적 약자의 간극이 거의 없고 실질적인 생활의 질이 높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 정권이 G20을 과대 포장하려는 의도 때문에 국민을 더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 G20을 계기로 마련된 국민기본권 침해 조치와 경찰의 장비규정 개악 시도는 즉시 시정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헌법의 기본 정신을 침해하는 ‘국격’은 없다. 이런 조치가 없다면 G20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경제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국가임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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