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고 있는 통일교 일본인 여성들의 납치· 감금 사건을 집중 보도한 SBS 시사보도 프로그램 <뉴스추적>이 통일교의 합동결혼과 집단생활 등에 따른 가족들의 고통이나 어려움은 외면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또 10여 년 전에 발생한 사건을 집중 조명하면서 통일교 측의 입장을 상세하게 반영해 기독교계로부터 “통일교 홍보방송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SBS는 또 이 방송을 예고하면서 마치 통일교 내부의 납치․감금 사건을 다룬 것처럼 홍보해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6일 방송된 SBS의 <뉴스추적> ‘통일교 납치 감금 사건’(키요미 13년만의 귀향)은 당일 포털 네이버 교양 프로그램 일간 검색어 순위에서 6위에 올라 MBC (7위)을 앞질렀다. 또 7일 포털 다음 실시간 뉴스 검색어에서 ‘통일교 합동결혼식’이 3위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 SBS '뉴스추적'에 나온 통일교인 키요미씨. 그는 15년 전 한국에서 결혼 직후, 친정에 갔다 가족들로부터 감금 당했다. 이후 가족들과 13년 동안 생이별을 하고 있다가, 최근 '뉴스 추적' 제작진과 함께 친정을 찾았다.  
 
<뉴스추적>은 이날 방송에서 합동결혼식을 통해 한국에 살고 있는 키요미, 나오코 등 일본인 부인들이 결혼 직후 가족들에게 “납치․감금 당해 ‘개종’을 강요받”은 사례를 집중 취재해 보도했다. 취재진은 키요미씨가 70일 동안 감금됐다고 말한 주택을 찾아갔고, 13년 만에 아버지와 재회하는 장면을 전하기도 했다.

<뉴스추적>이 또 이같은 납치·감금의 배후에는 교회 등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개종 세력이 개입됐고, 개종에 대한 대가가 지불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제작진은 개종 작업을 하는 일본의 여러 곳을 방문해 접촉하고, 키오미 아버지로부터 목사에게 100만 엔(1300만원)을 지불했다는 진술을 전하기도 했다.

<뉴스추적>은 이들 일본인 여성들이 가족들에 의한 납치․감금과 개종 압력 등으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다시 감금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통일교 신도들의 인권 차원에서 접근한 <뉴스추적>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사회적 상례를 벗어난 합동결혼식과 통일교의 집단 규율 등으로 가족 관계가 파괴돼 고통 받고 있는 가족들의 문제 등 문제의 근원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통일교 문선명 교주가 지난 1995년 36만 쌍 규모의 합동 결혼식의 주례를 보는 장면.  
 
기독교계 인터넷 언론 <크리스천투데이>의 류재광 편집국장은 7일자 라는 기사에서 SBS 보독가 "편향됐다"고 지적했다. 

류 국장은 “이 방송에서는 일본에서 통일교가 집단생활을 통해 가정과 유리시킴으로써 불화를 조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고, 영감상법(인감 등에 의미를 부여해 고액으로 판매하는 것) 등 탈법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짧게만 언급했다”며 “일본 내에서 통일교가 지탄을 받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한 조명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방송 도중에는 본 주제와는 큰 관련 없는 통일교의 집회, 합동결혼식 등을 비롯해 문선명 교주의 아들인 현 통일교 세계회장인 문형진씨와 홍보실장의 인터뷰가 긴 시간에 걸쳐 상세히 나오는 등 통일교 홍보 방송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뉴스추적>은 실제 지난 4일 언론에 배포한 ‘방송 예고’에서 “특히 통일교의 교주인 문선명 총재에 이어 32살의 젊은 7남 문형진 세계회장의 통일교 2기 체제에서의 변화하는 교회 모습 등이 처음으로 지상파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며 밝히기도 했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도 “균형감각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인권 차원에서 당연히 다룰 수 있는 사안이기는 하지만, 자식을 지켜야겠다는 가족들의 입장이나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조명이나 분석은 생략한 채 그 결과로서의 양태만 다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뉴스추적>이 헷갈리는 방송 예고로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스추적>은 지난 4일 언론에 ‘통일교 납치 감금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태동한 신흥종교인 통일교 내부에 강압적인 납치 감금사건이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고 홍보해 마치 통일교 내부의 납치․감금 사건을 다루는 것처럼 예고했다.

이와 관련 SBS 내부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 SBS의한 기자는 “예고 등을 보고 당연히 통일교 내부의 납치 사건 등을 다루는 줄 알았는데 방송을 보니 영 딴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기획이 확 바뀐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통일교 등 외부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스추적> 제작진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종교 문제보다는 인권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김희남 기자는 “소수 종교, 반쪽짜리 한국인이라고 해서 애써 외면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고 이번 사안을 마이너리티(소수자) 인권 문제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초 한 VJ가 고토 토오루씨(통일교 다닌다는 이유로 12년 5개월간 일본에서 납치 감금)의 사진을 보여줬지만, 종교적 논란을 고민해 처음에는 킬했다”며 “7월 중순께 여러 아이템을 찾다가 VJ가 보여준 사진을 팀원들에게 보여줬고 팀원들 상당수가 호응을 보였고, 한국에 있는 일본인들 부인 얘기가 있어 보도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족들의 입장이나 통일교 문제점 등이 간과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구성 논리가 산만해지기 때문에, (통일교로 인해) 일본 가족들이 받은 상처는 충분히 반영이 안 됐다”고 말했다.

<뉴스추적> 예고 내용이 시청자들을 기만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홍보안은) 사람을 끄는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홍보 문안은 말 그대로 홍보로 봐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탈에서의 시청자 반응도 비판적인 지적이 적지 않다. 다음 아이디 ‘푸들’은 “어째 통일교를 동정해야 한다는 여론몰이 느낌이 드네”라고 지적했고, ‘피안’은 “그 자식은 신앙의 자유를 외치면서 이미 백색인간이 되어 살아가지만 부모의 슬픔과 고통은 그 딸들보다 몇 백배 더 할 것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일본은 종교의 자유도 없다는 말인가? 충격적”(포청천) 같은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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