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추석을 맞아 이명박 대통령 부부의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아침 시간에 내보내 추석연휴 첫날부터 대통령 미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KBS의 요청으로 20일 방송이 결정된 추석기획 <아침마당> '이명박 대통령 부부의 사람사는 이야기'는 이날 방송에서 김윤옥 여사의 이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 이 대통령의 자식 사랑, 이 대통령이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는 내용 등 이 대통령 부부 일상을 미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쓴소리 여사'라는 별명에 대해 "가까이에 있다보니 다른 사람보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쓴소리 보다는 아침부터 얘기하긴 그러니, 컴퓨터 앞에 '오늘은 당신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해놓는다, 언짢아도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KBS는 우리도 한 번 봐도 되겠느냐는 진행자 김재원 아나운서의 제안으로 김 여사의 이 대통령에 대한 조언을 소개했다.

"한 생명 태어나려면 입덧 기간이 있는데 아마도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아요. 이 순간 지혜롭게 잘 보내면 우리 힘내고 용기 가지고 나아갑시다. 바다에는 파도치게 마련이에요. 그래야 산소가 공급돼 물고기 살잖아요. 세상살이가 시끄럽잖아요. 한 곳 바라보며 나아갈 때 나라 걱정, 국민 위하는 일 무엇인지 알게 될 거에요. 오늘 하루도 파이팅."

   
  ▲ 21일 아침 방송된 KBS 추석특집 <아침마당> '이명박 대통령 부부의 사람사는 이야기' 화면캡쳐  
 
이어 KBS는 김 여사의 화제의 말말말이라는 표를 만들어와 하나하나 사연을 소개했다. 김 여사의 말은 모두 네가지로 '지난 어려움은 입덧한 기간이에요', '아침엔 잔소리하지 마세요', '화장을 해서 그렇지 여러분 어머니와 똑같아요' '바다는 파도를 쳐야 생명체가 사 수 있듯이 인생에도 파도가 쳐야' 등이다.

이 가운데 '입덧 기간'에 대해 김 여사는 "한참 소고기 파동 때 그 때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이 생일 때마다 김 여사에게 나이 수만큼 붉은 장미와 카드를 전달한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윤옥에게. 세월이 너무나 빨라 이제는 생일이 오는 것이 마냥 좋게만 느껴지지 않지만 한해한해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큰 축복이라 감사하는 마음 가집시다. 늘 고맙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고맙고 내년이면 나라 경제도 나아지면 어려운 사람들이 조금 형편이 나아지길 기도하면서 2009년 3월26일 명박으로부터"

생일에 별도의 선물없이 꽃과 편지만 보내는 것에 대해 김 여사는 "올해 생일선물 안사주면 경찰 부른다고 했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 21일 아침 방송된 KBS 추석기획 <아침마당> '대통령 부부의 사람사는 이야기' 화면 캡쳐  
 
이 대통령은 해외에 돌아다니며 자식 넷을 키웠는데도 '자상한 아빠'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해외에 있을 때)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는 애들의 스케줄을 알아서 전화해 '내일 무슨무슨 과목 시험치지' 하면 (애들이) 깜빡 넘어간다. '너 친구 아무개 요즘 자주 만나나, 그 친구 아빠 누구인지 알지' 하면 애들이 자주 못만나도 친근하게 생각하고, 선생님께 자상하다고 선생님에게 말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KBS는 태풍 곤파스로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의 한 이장을 전화연결해 현 정부가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KBS는 즉석에서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리 주동복 이장을 전화로 연결해 대통령과 대화하도록 했다. 주 이장은 "외딴 섬까지 신경써줘 고맙다, 앉아서 전화받기 송구스럽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그 쪽 방파제는 우리 정부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빨리 복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주 이장은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은 가장 감동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느냐는 탤런트 장항선씨의 질문에 집세가 없어 쫓겨나게 생긴 초등학생이 남몰래 보낸 편지를 읽고 해결해줬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한 초등학교 4학년생이 지하방에 사는데 어머니가 일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 세가 없어서 쫓겨나게 생겼으니 대통령이 꼭 좀 도와달라는 편지가 왔다"며 "이 편지를 받고 확인해보니, 가난하게 산다는 걸 학교도 모르더라. 그런데 이 아이는 명랑했다. 그래서 긴급하게 임대아파트로 바로 옮겨주고 어머니에 맞는 일자리도 구해줬다. (도움을 준 뒤) 활기차고 감사하게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재래시장 다닐 때 펄펄 난다고도 했다. 자신이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해봐서 그런지 자신이 방문하면 재래시장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재래시장 사람들은 높은 사람 온다고 청소하라고도 하고 그걸 (귀찮아한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시장 가면 무조건 사준다. 장사 잘되냐고 묻는 것을 싫어하니 내가 만지는 것은 무조건 사준다. 그래서 시장 사람들이 내가 오는 것 환영한다"고 자화자찬했다.

탤런트 장항선씨가 중간에 재래시장 휴일 주차를 가능케해준 것을 시장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주중에도 주차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연구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KBS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대한 홍보도 화제거리로 삼았다. 진행자가 팔봉선생(장항선씨)도 아는 것을 보니 드라마도 보느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중간중간에 본다. 이 프로는 관심이 있어서 본다. 재방송도 보고, IPTV에서도 본다"고 말했다.

   
  ▲ ⓒ사진출처-청와대  
 
이 대통령은 자신의 어머니를 언급하면서 '대성통곡'하듯 눈물을 쏟기도 했다. 여학교 앞에서 뻥튀기 장사를 할 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찾아와서 '뭣이 챙피하느냐. 학교 다니고, 가정 도움을 주는데 누구보다 당당해야 한다. 손님 오면 눈을 마주해야 한다.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했던 일화가 소개됐다. 이어 이 대통령은 새 옷 한 벌 사입혀 드리지 못한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후회스럽고 안타깝다며 2∼3분여 동안 흐느꼈다.

그러나 이를 시청한 누리꾼들은 KBS의 이번 기획과 이 대통령 부부의 출연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곽아무개씨는 KBS <아침마당> 홈페이지 시청자의견란에 "아니, 추석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대통령이란 분께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눈물을 쏟은 것에 대해 "아무리 어머니가 생각나서라고 하지만, 명절연휴 아침 댓바람부터 전국방송에서 대통령이 갑자기 대성통곡을 해서 진짜 깜짝 놀랐다"며 "다른 방송에서는 같은 얘기를 하고도 그렇게까지 울지는 않더니…적어도 (눈물을 흘려) 죄송하다는 말은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아무개씨도 "현직 대통령이 나와서 눈물을 흘린 것은 치밀하게 짜여진 극본이라는 생각이 비단 나에게만 드는걸까"라며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머니까지 언급해 동정을 유도하는 걸까요"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나아무개씨는 KBS가 명절연휴 첫날부터 대통령 미화 기획을 내보낸 데 대해 "국민들을 아주 등신으로 알구 명절 첫날 이런 방송을 내보내고도 시청료 인상을 논하다니, 양심이란게 존재하는건지 궁금하다"고 비판했고, 박아무개씨는 "국민들이 무탈한 추석 맞이할까봐 KBS가 한껀 했다"며 "PD씨 장관 되시고 싶은가봐요"라고 풍자했다.

이아무개씨는 이 방송에서 이 대통령이 친서민, 재래시장 언급을 한 데 대해 "위장전입에 군면제는 필수인 정권이, 재벌과 상류층만 신경 쓰는 정권이 입만 열면 서민타령인데 뱀의 혀를 가진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김아무개씨는 "명절첫날 취지에 맞는 출연자를 섭외 할순 없느냐"며 "현재 국가의 수장이라고는 하나 아침부터 가족끼리 모여서 싸우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 무슨 케이블 찌라시 방송도 아니고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보고 이슈만 크게 되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곳이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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