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YTN이 본격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띄우기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KBS는 추석연휴 첫날부터 대통령 부부가 출연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YTN도 이례적으로 뉴스시간에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출연해 ‘공정사회’를 자세히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은 14일 “이명박·김윤옥 대통령 부부가 9월 21일 아침 8시 25분부터 70분간 추석특집 KBS 아침마당 ‘대통령 부부의 사람 사는 이야기’에 출연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방송을 통해 대통령 부부의 고민과 삶, 어머니로부터 배운 교훈, 손주 사랑, 김윤옥 여사의 내조 등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사동 풀빵장수 부부, 구리시장 할머니 등과의 재회시간도 마련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KBS 측이 추석특집 방송 출연을 요청했다”면서 “현직 대통령 최초의 방송 토크 프로그램 출연”이라고 설명했다.

   
  ▲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추석 연휴 첫날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한다. 사진은 지난 1월 인도로 해외 순방을 떠나고 있는 이 대통령 내외의 모습. ⓒ 연합뉴스  
 
앞서 YTN은 9월 8일 스튜디오에 청와대 대변인을 이례적으로 직접 초대해 11분간 뉴스에 출연시켰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사회자의 ‘가까이에서 보좌한 이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소탈하시다. 음식도 잘 드시고 설렁탕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문제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대통령도 굉장히 실망하셨다”고 말하는 등 주로 이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KBS의 대통령 부부 특집 프로그램이나 YTN의 청와대 대변인 뉴스 스튜디오 출연은 형식부터 이례적이고, 내용이 대통령을 미화하거나 청와대를 일방 홍보하는 내용이어서 이들 방송사가 발 벗고 이 대통령과 청와대 홍보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대통령 부부 추석특집과 관련해 “추석을 맞아 대통령이 국민에게 친근한 이야기를 해주도록 요청한 것을 청와대가 받아들여 이뤄진 자리”라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흥규 YTN 보도국장은 “공정사회가 화두라 당국자 얘기를 듣고자 전화인터뷰를 하려 했는데 직접 오겠다고 해서 출연한 것”이라며 “(청와대 홍보 논란에 대해) 그런 취지로 부른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KBS 추석특집과 관련해 “(이명박 대선캠프) 특보를 했던 정치인이 공영방송 사장을 하면서 생긴 폐해”라고 지적했다. 김현 전 ‘참여정부 춘추관장’은 “공영방송을 통해서 국정홍보물을 찍겠다는 것인데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다. 전례가 없는 일을 이 정부에서는 참 많이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MBC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둔 8월 21일, 신 장관 부인의 새로운 위장취업 의혹을 제보 받아 현장 취재에 나섰지만, 당일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되지 않았다. 8월 22일 민주당 의원이 위장취업 실태를 폭로했고, 다른 언론의 보도가 쏟아졌다. MBC는 단독기사를 놓친 셈이다.

MBC는 8월 24일 신 후보자 ‘승용차 스폰서’ 의혹을 보도했지만, 화면에 담긴 기사제목은 엉뚱하게 ‘투기 의혹 부인’이었다. MBC는 신 후보자 ‘낙마’를 불러온 결정적 사안을 취재해놓고 뜸을 들이거나 물 타기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최근 언론계 안팎에서는 방송사가 부끄러움도 잊은 채 권력 해바라기 속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는 “언론의 자기검열이란 정권에 부담스러운 보도를 스스로 누락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한발 더 나아가 정권을 이롭게 하는 보도를 생산해 낸다면 이는 부역”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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