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이 13일 공개한 천안함 침몰사건 최종 조사결과보고서에는 사고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항로, 어뢰발사 주체, 북한의 공격 동기 등 핵심적인 궁금증을 전혀 해소시켜 주지 못했다.

1. 천안함, 대체 어디서 어디로 가다 침몰했나…항로 설명 부재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에는 어뢰가 폭발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폭발원점 또는 침몰지점만 있을 뿐 천안함이 어디서 어디로 항해하다가 침몰했는지에 대한 항로가 없다.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지난 3월 26일 새벽 6시에 대청도 기지를 출항해 오전 8시30분 경계역에 진입한 뒤 시간당 1∼2회 동일 지역에서 지그재그로 불규칙하게 초계활동을 하면서 침몰 지점 인근을 운항했으며, 사고 당시 천안함은 6.7노트의 속도로 327°(거의 진북) 방향으로 운항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경계구역에 오전까지 진입했다고까지만 돼 있고, 그 이후 사고 발생까지 어떤 곳에서 어느 곳으로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항로에 대한 설명은 쏙 빠져 있다.

   
  ▲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보고서 한글·영문판과 만화책. 이치열 기자.  
 
이 때문에 보고서는 '폭발원점과 달리 사고지점은 제3의 장소일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못한다. 최소 2∼3시간 전의 항로조차 없다는 것은 사고의 배경에 대한 입체적 조사가 부재했거나 조사를 회피했다는 얘기다. 사고 초기부터 군은 항적을 드러낼 수 있는 KNTDS(한국 해군 전술자료처리체계) 정보에 대해 기밀이라며 비공개로 일관했고, 일부 의원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했었다.

2. 북한의 무슨 잠수함정이 어디서 어떻게 어뢰를 쐈나…주체·공격과정 불분명

누가 어떻게 어뢰를 발사했느냐는, '가해' 주체에 대해 합조단은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합조단은 공격 주체에 대해 △한국,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등 5개국의 '다국적 연합정보분석 TF'의 관련 정보 분석 결과 북한군이 로미오급 잠수함, 상어급 잠수함, 연어급을 포함한 소형 잠수함정 등 70여 척의 잠수함정과 직주어뢰, 음향 및 항적유도어뢰 등 다양한 성능의 어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일부 소형 잠수함정이 천안함 공격 2∼3일 전에 서해 북한 해군기지를 이탈했다가 천안함 공격 2∼3일 후에 기지로 복귀한 것이 확인된 점을 들었다. 또한 지난 5월15일 폭발해역 인근에서 쌍끌이 어선으로 수거된 어뢰 잔해물이 북한의 해외수출용 어뢰 소개자료에 제시된 CHT-02D 어뢰 설계도면과 일치했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어 합조단은 북한산 CHT-02D 어뢰가 음향항적 및 음향수동 추적방식을 사용하며 직경 21인치, 무게 1.7톤으로 폭발장약이 250kg에 달하는 중어뢰라고 기재했다.

'북한 보유 어뢰 목록-일부 소형 잠수함정의 북한 기지 움직임-수거어뢰가 북한산 어뢰'라는 설명 어디에도 어떤 북한 잠수함정이 어떻게 어디로 기동해 어디서 발사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다만 예상침투기지에서 외해를 돌아 백령도 근해 공격 대기지점으로 'ㄷ' 자 형태의 기동했을 경우 당시 조류(외해시 0.23∼1.92노트)로 인한 영향을 극복할 수 있다고 추정해놓은 게 전부다.

   
  ▲ 윤종성 군측 합조단장. 이치열 기자.  
 
또한 침투한 잠수함정이 '연어급'이라던 지난 5월 20일 발표 내용과 달리 이번엔 아예 '일부 소형 잠수함정'이라고 표기해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최종 발표가 중간 발표 때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합조단 관계자는 "보안상 기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3. 북한 버블제트형 감응어뢰 보유하고 있나…기술력 설명 부재

북한이 버블제트형 음향감응식 어뢰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실전에서 사용한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합조단의 설명은 북한이 보유한 음향감응식 중어뢰가 버블효과(버블제트)를 일으켜 천안함을 두동강 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9일 합조단은 실전으로는 세계 최초의 버블제트 어뢰 공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는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북한이 버블제트로 배를 단번에 침몰시킬 만큼의 고급기술을 갖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는 러시아 군 관계자의 단을 소개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합조단은 또 이번 최종 보고서에 북한이 보유한 어뢰의 종류를 나열했지만 정작 CHT-02D 어뢰의 설계도와 카탈로그도 수록하지 않았다. 우리 군이 인쇄본으로 갖고 있는지 CD로 갖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빠져 있다.

4. 경미하다던 생존자 부상 정도, 이번엔 '다수 피흘렸다'?…감성적 호소 급급

   
  ▲ 13일 국방부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 모인 기자들. 이치열 기자  
 
천안함 생존자와 사망자의 부상 정도에 대한 의문도 해소되지 않았다. 합조단은 그동안 골절 및 열상, 타박상 등 비교적 경미한 상해였다고 밝혀왔고, 이번 보고서에도 그렇게 기재했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엔 '생존자 다수가 피를 흘렸다'는 천안함 함장의 진술이 들어가있다. 최 함장이 2함대사 22전대장과 전화통화에서 "다수가 피를 흘리며, 못 일어서는 중상자가 2명"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생존자 가운데 몇 명이 얼마나 심각한 정도의 피를 흘렸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다수가 피를 흘렸다'고만 기록한 것은 감성적으로 호소해보려는 발상이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직접 타격이 됐든, 버블 제트 효과로 인한 것이든 배가 두동강 날 정도의 충격이 있었다고 했을 때 생존자나 사망자 시신 상태 등이 설명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아무런 부연 설명이 없었다. 

5. 천안함선체-1번어뢰 부식상태·폭약성분·1번성분?…입증 못해

천안함 선체와 어뢰의 부식상태, 어뢰의 폭약성분 등 증거물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부식가속화실험을 통해 6월 말까지는 부식상태를 입증하겠다고 했으나 약속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난 이 시점까지 검증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되레 지난 7월 이종인 대표가 두달간 인천 앞바다에 묻어뒀던 철·알루미늄·스테인리스 등의 부식상태 실험결과 '1번' 어뢰의 부식상태는 2개월은커녕 2년도 더 돼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결과 '1번' 어뢰가 6개월 이상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합조단은 1번 어뢰에서 폭약성분을 전혀 검출하지도 못했다. 1번의 잉크 성분도 북한산인지 입증하지 못했다.

6. 북한은 도대체 왜 어뢰를 쐈다는 건가…범행동기 없는 조사

북한이 공격했다는데 왜 공격했는지 설명이 없다는 점도 중대한 의문 사항이다. 수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범행의 동기를 밝혀내는 것인데, 합조단은 '북한이 했다'고만 말할 뿐 무슨 동기로 했는지는 보고서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레그 전 대사가 교통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이희호 여사를 평양에 초청한 상황에서 남한 군함을 격침해 스스로 일정을 흐트린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처럼, 합조단은 북한이 그 때 왜 천안함을 왜 격침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설득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 민군 합동조사단이 지난 5월 20일 공개한 '1번' 어뢰 잔해물. 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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