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동안 '막말' '욕설' 논란에 휩싸일 때도 비판수위를 조절했던 보수신문들이 장관 딸 특채 논란을 지켜보며 인내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실상 유명환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사설을 실었고,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권 실패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했다.

동아는 4일자 1면에 유명환 장관을 관련 기사 두 개를 배치할 정도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비중 있게 전했다. 동아는 1면 기사에서 "특혜 논란이 '공정한 사회'를 핵심 가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를 또다시 강타했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청와대 핵심 참모의 말을 인용해 거취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동아는 또 1면 기사 <엇갈린 해명…들통난 거짓말>에서 "유 씨가 장관이 딸이라는 사실을 채용 과정에서 몰랐다는 외교부의 해명과 달리 면접관들이 지난 달 26일 면접 전에 이미 유 씨의 신원을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 4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는 또 3면 기사<"유외교 딸 맞춤채용" 의혹에 외교부 "…">에서도 유 장관이 "1차에만 딸만 자격이 됐다"고 지적했지만, "1차 때 이런 자격요건을 갖춘 박사학위 소지자 1명이 응시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혀, 유 장관의 거짓 해명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선은 유 장관의 '경질'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은 1면 기사<이 대통령 "장관은 엄격해야…유 외교 딸 특채, 철저히 조사">에서 "유 장관이 '적법절차'였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자신의 딸을 이례적인 형식으로 특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많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의 경질 가능성 시사"라고 지적했다. 조선은 2면 <유 장관 "유감…송구…" 청와대 "책임질 건 책임져야">에서 청와대의 경질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 4일자 조선일보 사설.  
 
중앙도 1면 기사<유명환 장관 경질 가능성/MB "특혜 의혹 철저 조사">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먹칠을 한 셈"이라는 청와대 핵심 참모의 말을 전하며, 유 장관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청와대쪽 분위기를 전했다.

중앙은 5면 기사<"대통령이 개탄…유명환 경질해도 G20 준비 큰 문제 없어">라고 청와대 핵심 참모의 발언을 제목으로 정하기도 했다.

조중동은 이번 특채 파문이 일개 사건이 아니라, '민심 이반'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우려되는 사태라는데 입을 모았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 발언을 무색하게 할 만큼, 현 집권층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 4일자 중앙일보 사설.  
 
조선은 1면 팔면봉에선 "'장관 딸 특혜 의혹'에 거센 비난 여론. 이명박호, 새로 단 '공정사회' 돛도 민망"이라고 촌평했다.

조선은 사설<염치-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에서 "한마디로 공직자로서의 '염치'가 없다"며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모르는데 국민들이 어찌 법의 두려움을 알겠으며 나라가 온전할 리 있겠는가"라고 논평했다. 

중앙은 사설<'장관 딸 특채' 논란, 공채 공정성 고민하는 계기로>에서 "이번 파문에서 정작 교훈을 얻어야 할 쪽은 우리 정부 전체"라며 "각급 공무원 채용 과정의 공정성·신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지 못하면 앞으로 민심 이반은 물론 나라의 근간마저 흔들릴 소지가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외치는 '공정한 사회'도 공염불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동아는 사설<유명환 장관 딸 특채 부적절했다>에서 "민심을 얕보는 연고주의는 패가망신은 물론이고 정권의 실패를 부를 수 있다"고 논평했다.

   
  ▲ 4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도 3면 기사 <불공정한 MB정부, '공정한 사회' 딜레마>에서 "청와대 안에는 '공정한 사회'가 정권의 '날개'가 되기보다 '굴레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공정한 사회' 구호가 정권 스스로를 구속하는 프레임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라고 이번 사태를 분석했다. 한겨레는 사설 제목을 "유명한 딸 특채 소동, 이러고도 '공정사회'타령인가"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공정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는지 주목될 전망이다. 경향은 사설<유 장관 딸 특채 파문, 사과로 넘길 일 아니다>에서 "이 대통령은 최근 '공정 사회'를 강조하고 있다"며 "만일 여론의 향배나 살피며 의례적인 경위 조사로 미봉하려 한다면, 대통령의 말은 허언이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일부 신문에선 전반적인 제도 자체의 문제를 거론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외교수장 자격 의문시되는 딸 특채 소동>에서 "이번 일은 합격 취소로 끝낼 일이 아니라고 본다"며 "차제에 공무원 특채 전반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외교장관 딸 특채 '취소'로 끝낸 일인가>에서 "유 장관의 처신을 보면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행정고시 축소의 부작용을 미리 보는 듯 하다"며 "5급 공무원의 절반을 필기시험 없이 민간전문가 중에서 특별채용한다고 하지만 그 자리는 결국 유 장관 같이 힘깨나 쓰는 고위관료 등의 자식들에게 돌아가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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