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나이트라인'에서 SBS 계열사인 CNBC쪽이 고정 출연하는 코너가 신설돼, 기자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해당 제작진들이 제안하지도 않은 코너가 신설된 것에 대해, SBS 노조는 '윤석민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돼, 적자 상황인 계열사의 홍보를 위해 SBS 뉴스가 동원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SBS는 최근 '나이트라인'(평일 저녁 12시 10분~)에서 SBS 미디어 홀딩스 계열사인 CNBC 의 뉴욕 특파원이 출연하는 고정 코너를 마련하기로 결정하고, 1일부터 해당 방송을 시작했다. 첫 방송에선 해당 특파원이 1분 가량 뉴욕 증시 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SBS 프로그램에 외부 기자나 프리랜서 등이 출연하기도 했지만, 외부 기자가 평일 주요 뉴스 프로그램에서 경제 관련 고정 코너를 진행하게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나이트라인' 제작진과 기자들이 이같은 코너를 제안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새팔 브랜치(Satpal Brainch) CNBC 아시아ㆍ태평양 사장과 김기성 SBS CNBC 대표(오른쪽)가 지난 해 10월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전략적 제휴 조인식을 가졌다. 올해 1월19일 CNBC는 개국식을 갖고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적자 경영에 시달리고 있다. ⓒSBS  
 
SBS 기자들 내부에선 'SBS 뉴스를 왜 다른 회사 기자가 만드나'는 의문이 제기됐고, 지난달 30일 저녁에는 긴급 공정방송위원회와 기자협회 운영위원회가 소집되기도 했다. 현재 노조쪽은 SBS 미디어 홀딩스 대표인 윤석민 회장이 SBS 뉴스쪽에 '입김'을 넣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정식 언론노조 SBS 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지난 달 2일 윤석민 부회장 주재로 SBS 보도본부 간부들과 SNBC 간부들이 회의를 했다"며 "회의에선 적자가 나는 CNBC를 살리기 위해 SBS 보도본부가 협조하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됐고, 이런 논의의 결과물이 이번 고정 코너"라고 밝혔다. SBS가 지난 2008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하며 지주회사 체제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대주주쪽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뉴스 보도·편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기자들 내부에선 SBS 뉴스 공정성 훼손·뉴스 질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안정식 위원장은 "현재 노조는 SBS 보도의 공정성에 대해 사전·사후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만, CNBC처럼 타사 기자가 방송을 하게 돼 방송 사고 같은 문제를 일으킬 경우 구성원들 스스로의 컨트롤이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 30일 모인 기자들은 '아웃소싱' 우려까지 제기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CNBC 기자들이 SBS 뉴스에 참여하게 될 경우 장기적으로 볼 때 필요한 인력을 뽑지 않고 SBS 보도본부의 업무를 부분적으로 아웃소싱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31일 이같은 우려를 사측에 전달했지만 1일 방송은 진행됐다.

   
  ▲ SBS 노조 조합원들이 'SBS 뉴스를 왜 다른 회사 기자가 만드냐'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SBS 노조  
 
이에 따라 노조는 "홀딩스의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SBS가 동원되는 등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라며 반대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SBS 노조는 2일 '홀딩스는 SBS의 보도와 편성에 간섭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SBS 뉴스가 홀딩스 계열사인 CNBC를 살리기 위해 동원되는 상황, 이것이 바로 SBS의 현실"이며 "SBS 뉴스는 SBS 기자들이 만드는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사항조차 의심 받는 것이 지금의 SBS"라고 밝혔다.

SBS노조는 또 "홀딩스는 CNBC 투자 실패의 책임을 SBS로 떠넘기지 말라"며 "홀딩스 부회장 지시 한마디에 보도본부가 춤을 춰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노조는 "이번 사태는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가장 공공성이 강한 뉴스마저 홀딩스의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동원되는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며 "지주회사로부터 SBS의 독립성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BS 사측은 윤석민 부회장 주재의 회의를 통해 협력적인 방안을 찾은 것이며, 뉴스 '아웃소싱'은 없다고 밝혔다.

최금락 SBS 보도본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윤석민 부회장 주재로 회의는 늘상 있고, 관련 회사들 간에 업무 회의는 수시로 있다"며 "(CNBC 증권 방송은) 서로 간에 협력하고 뭔가 윈윈할 수 있는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통 리포터, 국내 증권 정보 등 뉴스 프로그램에 외부 사람들이 방송하는 것이 많고, 스포츠 채널 등도 계열사 간에 교류하는 것이 많다"며 "(이번 CNBC 방송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 아웃소싱에 대해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검토하는 것도 없다"고 밝혔다.

노영환 SBS 홍보부장은 "타 매체 기자, 외부 필진이 출연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보도국 인력이 타사에 비해 부족한 상황에서 증권 채널쪽 특파원이 뉴욕 증시를 다뤄주는 것이 경제적"이라며 "노조가 열린 눈으로 좋은 쪽을 바라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차병준 CNBC 방송본부장은 "SBS 내에서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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