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친북 성향의 젊은이들은 차라리 북한에 가서 살라'는 취지의 말을 해 파문이 일고 있지만, SBS가 메인 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누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SBS는 26일 오후 <8뉴스>에서 유명환 장관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상반기 GDP 10년 만에 최고치…'깜짝 성장' 왜?>, <중소기업·서민층, 경기 회복은 '다른 나라 얘기'>, <이 대통령 "대기업 중심 산업정책 재검토 하라">는 경제 관련 보도를 뉴스 앞부분에 담았다.

SBS는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통해 관련 사안을 전했지만, 유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SBS 앵커는 "며칠 전 한 국회의원의 성차별적 발언이 문제가 되더니 이번에는 외교장관이 또 말로 구설에 올랐다"며 "당사자들은 물론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만, 그 자리가 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만한 자리여서, 자질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 7월26일자 MBC 뉴스데스크.  
 

 

KBS는 <뉴스9>10번째 리포트 <유명환 '친북 젊은이' 발언 놓고 여야 충돌>에서 유 장관의 발언을 전했지만, 이 사안을 여야가 공방을 하는 시각에서 양쪽 각각의 입장을 나열식으로 전했다.

반면, MBC는 <뉴스데스크> 5번째 리포트<유명환 외교부 장관 "북한 가서 살아라"‥발언 파문>에서 유 장관의 문제 발언을 전하며, △야당들이 '망언'으로 규정하고 자진사퇴를 촉구한 점 △정부 내에서도 제기되는 비판의 목소리도 전했다.

MBC는 또 유 장관과 만나 "본인이 직접 해명을 해 주시죠"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외교부 대변인이 입장을 설명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황급히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는 유 장관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문제의 발언에 대해 SBS는 앵커 멘트로, KBS는 공방식 처리, MBC는 파문 중심으로 서로 다른 보도 프레임을 적용해 다룬 셈이다.

 

   
  ▲ 7월26일자 KBS 뉴스9.  
 

 

하지만, 유 장관의 발언은 △젊은 세대의 정치적 판단과 투표 행위를 정치적 선동에나 넘어간 무책임한 행태로 매도하고, △북한과도 만나 대화를 해야 할 외교부장관이 시민들의 정치적 선택을 '친북'과 '반북' 식으로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판단해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유 장관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변화를 요구하는 젊은 세대를 언급하며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라"고 발언한 점을 두고, 방송 보도가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보도하는지 곱씹어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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