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장 이전으로 집단 해고된 콜트·콜텍 노동자들에 관한 다큐 영화 <기타(其他)/Guitar이야기>는 ‘이어짐’에 관한 이야기다.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기타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카메라는 먼저 음악인들의 추억담을 담는다. 젊었을 때 밴드 해 본 사람이라면 하나 정도의 추억거리는 가지고 있을 콜트기타에 추억담들, 가령 애인이 선물로 사준 기타, 친구에게 빌렸다가 택시에 두고 내린 기타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들에게 묻는다. 혹시 당신이 그리 애지중지하는, 혹은 그랬던 기타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느냐고. 그들의 삶터에 관한 고통스럽고 슬픈 이야기를 아느냐고 묻는다.

콜트·콜텍은 전세계 기타 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유명 기타회사. 그러나 그들은 저임금을 찾아 인도네시아로,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그 회사의 노동자들은 졸지에 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노조를 만들었다. 회사는 아예 공장을 폐쇄했다. 그런 세월이 벌써 3년.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고등법원에서 승소했지만, 회사는 대법까지 가져갔다. 48명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공장으로 돌아갈 꿈을 갖고 있다. <기타이야기>는 음악인들의 온갖 기타에 얽힌 추억담이자, 곧 이들 ‘기타(其他)’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한 기록이다.

   
  ▲ 김성균 감독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와 인디포럼에서 상영한 바 있는 <기타이야기>가 13일 서울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시작으로 인천 영화공간 주안(14일)과 대전 아트시네마(22일)에서 공동상영회를 연다.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타이야기>를 접할 좋은 기회다.

김성균(38·사진) 감독이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투쟁 500일 기념 영상을 만들었는데 이후 대안공동체를 주제로 한 영상 제작을 위해 라이브클럽 ‘빵’을 취재하다 그곳에서 매주 수요일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공연이 열리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다 김 감독은 자신들의 얘기를 기록으로 남겨 줄 수 있느냐는 콜트·콜텍 노동자의 요청을 받게 됐다.

영화는 초반 음악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노동자 문제로 넘어간다. 이 때문에 노동자 문제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평도 있지만, 음악인들의 이야기가 기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살려주고 있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김 감독은 “두 부분을 함께 담아낸 것은 음악인들의 기타 이야기와 노동자들의 기타 이야기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결, 그것이야말로 <기타이야기>가 말하려는 것이다.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연결된, 이 세상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연결에 대한 이해는 곧 연대로 이어진다. “No Workers No Music, No Music No life.”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 없이는 음악도 존재할 수 없고, 음악 없이는 삶도 없다는 이들의 외침은 바로 연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중요성을 새삼 시사한다.

   
   
 
하지만 그 이어짐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영화를 만드는 것 보다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더 힘든 오늘이다. 콜트와 콜텍 이야기는 영화관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다큐멘터리가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너무 열악하다”며 “최소한 관심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이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타이야기>는 곧 2편이 나온다. 독일 원정 투쟁과 연대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내 상영회를 찾거나, 작은 상영회를 열 방법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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