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MBC 보도본부장 인선을 앞두고 엄기영 사장에게 <PD수첩>, MBC 노동조합과 관련한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우룡 이사장은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 MBC 보도본부장 문제와 관련해 엄 사장과 의견접근을 시도한 점을 시인했다. 김 이사장은 “이사회 여러분이 두 가지 전제조건 의견을 제시해서 (엄 사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전제 조건이라는 것은 하나는 시민사회 대표가 포함되는 인사로 PD수첩 진상위원회를 구성해서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과 올바른 노사관계를 조속히 정립한다는 두 가지를 받아들이면 전자(권재홍 선임기자)로 갈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후자(황희만 울산 MBC사장)로 간다는 의견접근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엄 사장에게) 끝내 확답을 들은 바 없다”면서 “그렇다면 뒤로(황희만) 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방문진 이사장이 MBC 보도본부장 인선에) 개입하는 것도 안 되는 일이지만 조건을 받아들이면 허락하겠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권 선임기자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도 인정했다. 조 의원이 권 선임기자와 1월10일 전화 했느냐고 묻자 김 이사장은 “그렇다. 다음에 (MBC 보도본부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얘기는 했지만 정확한 내용은 다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문진은 권 선임기자를 MBC 보도담당이사로 사실상 내정해놓고 번복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최문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보도담당 이사선임 통보와 관련해 권 기자를)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하라고 요구했느냐”고 묻자 방문진 관계자는 “전화한 적은 있다”고 답변했다. 김 이사장은 “통보가 곧 확정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해명했다.

MBC 사장 및 보도본부장 인선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개입 의혹도 불거졌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에서 연락 받지 않았나. 청와대로부터 핸드폰으로 직접 전화를 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보도본부장이 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그렇지 않다. 일부러 발탁을 안 했다거나 뒤집었다는 건 오해”라고 답변했다.

김 이사장은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 청와대와 얼마 전에 통화했느냐”고 묻자 “기억은 없다. 통화는 할 수 있겠죠. 사장 선임과 관련해 통화했느냐고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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