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전청사 기자단 일부가 허준영 한국철도공사 사장과의 간담회에서 기자 본연의 의무를 의심케 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대전청사 기자단 소속 기자 10여명은 대전시내 모처에서 허 사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한 복수의 기자에 따르면, 한 기자는 '철도노조 파업에서 공사 쪽이 승리한 건 다 언론 덕이다. 내년에 언론에 잘해줘야 된다'는 말을 했다. 다른 언론사의 한 기자도 '노조 파업으로 (철도공사가) 고생 많이 했다' 등 허 사장을 추켜세우는 발언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자는 29일 "간담회 끝나고 일부 기자 사이에선 '기자들의 립서비스가 너무 심했다'는 말이 오갔다"며 "원래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마치 파업 종료를 자축하는 분위기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기자들이 허 사장에게 아첨하는 듯한 모양새가 보기에 좋지 않았다. 밥 먹고 나오면서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다른 한 기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일부 기자의 발언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에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전국단위 언론사의 대전 주재기자, 그리고 대전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했다. 철도공사 본사가 대전에 있는 관계로 이뤄진 모임으로, 앞선 3일 끝난 전국철도노조 파업과는 관계없이 사전에 예정된 간담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2일 파업 일주일째를 맞은 철도노조가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서울지구 조합원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기자  
 
그러나 시기상 파업과 관련한 얘기들이 간담회에서 오갔고, 일부 기자가 적절치 않은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수봉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기자들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기자가 아니라 협잡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한마디로 야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앞서 철도노조는 사상 최장인 8일이라는 파업 기간 내내 '불법 파업'이나 '귀족노조 파업'이라는 언론의 비난에 시달린 바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법학계 68명,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송영길·천정배 의원 등 변호사 107명, 공인노무사 114명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지극히 정당한 파업'이라며 공동법률대리인단을 구성해 법률 지원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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