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정부여당의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해체와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판매대행사) 도입 강행 논의의 퍼즐을 맞추고 있다.

최 의원은 18일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형태근 이병기 이경자 방송통신위원들이 22일 당정협의 후 24일 기획재정부 발표 일정에 대해 알고 있는 지부터 확인했다. 이들 세 위원은 모두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답했다. 17일 송도균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차관회의 결정사항을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심의의결 사항으로 이를 규정하고 있는 방통위 설치법 위반이다.

최 의원이 이 부분을 지적하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나섰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렙에 대해서 확실한 방침을 정한 바가 없다. 한 번도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다"고 추슬렀다. 이에 최 의원이 "그렇다면 22일 논의, 24일 발표는 안 되는 것인가"라고 확답을 요구했다.

그러자 송도균 부위원장이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에서 선진화과제로 정한 것이다. 일단 과제로 2009년 12월까지 논의를 하자고 제목만 정해진 것이지 실체는 없다"고 답했다. 최 위원장도 "이를 공식 제의한 바도, 협의한 바도 없다"며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고 예산이 확정되면 추후에 언론계, 학계 등 각계 의견을 듣겠다"고 답했다. '실체'도 없는 것을 가지고 당정협의를 한 뒤 발표를 하고, 방통위 내 공식논의 및 의견수렴은 2009년이라는 시한아래 사후에 하겠다는 것이다.

   
  ▲ 최문순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송 부위원장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김장실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김동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19일 가진 차관회의 내용 퍼즐도 맞춰졌다. '송 부위원장이 밀어붙인 것 아닌가'라는 최 의원 질의에 송 부위원장은 이를 부인하며 "문화부 의견은 '2009년(이라는 시한을) 지우자는 것'인데 우리가 대통령과 국회에 업무보고를 다 했는데 그것을 지우면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닌가. 그래서 2009년 박아뒀음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하루 전 KOBACO 소관부처인 문화부의 발언 내용에서는 나오지 않은 이야기다. 김 차관은 17일 '2012년까지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도입한다는 게 문화부 당초 의지였는데 결국 방통위 뜻대로 됐다. KOBACO는 김 차관 소관인데 방통위 들러리 선 것 아닌가'라는 최 의원 지적에 2012년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적극적인 지원방안 검토'라는 문구를 넣은 것만 강조했다. '2009년이라는 시한을 지우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소관부처로서의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이다.

끝으로 최 의원은 방통위의 자기모순도 이끌어냈다. 최 의원은 "(민영 미디어렙 논의와 의견수렴은) 문화부에서 하게 하라. 인수인계를 해서 하든지, 그게 법적으로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문화부가 할 것을 우리가 챙겨서 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의 강력한 반발에도 정부여당이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림은 방통위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방송통신 선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방안'. ⓒ방송통신위원회  
 
그러나 방통위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정책의 일원화를 위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KOBACO의 관리감독체계를 재정립하겠다"고 해, 현재 문화부 산하의 KOBACO를 방통위가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대통령에게 이미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도 차관회의는 불러서 간 것이고,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도 없으며, 남의 것을 챙겨서 할 의도도 없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KBS 수신료 인상, 중간광고, 가상광고 등 충격이 적은 것은 반대해놓고 지금 갑자기 충격이 큰 것을 해서 이러는 것 아니냐"며 "방통위가 주도하고 있는데 절차가 잘못돼 있다. 언론을 함부로 다루지 말고 정상적인 절차로 논의하길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최 의원은 방통위가 2008년 시청자 단체 활동 지원사업을 신청한 40개 신청단체의 신원을 경찰에 조회의뢰한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경찰청장을 수신자로 해 작성한 '시청자 단체의 불법폭력 집회·시위 참여여부 조회'라는 제목의 공문. ⓒ최문순의원실  
 
최 의원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경찰청장을 수신자로 하는 '시청자 단체의 불법폭력 집회·시위 참여여부 조회'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시청자단체 활동 지원사업'에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는 바, 사업신청 단체의 불법폭력 집회·시위 참여여부 조회를 의뢰한 것이다. 방통위가 보낸 붙임자료에는 2008년 시청자 단체 활동 지원사업을 신청한 40개 단체의 명칭과 대표자명이 함께 정리돼 있다.

최 의원은 "촛불정국을 거친 이명박 정부가 반정부적인 시민사회단체 및 네티즌을 억압하려는 일환에서 추진한 것"이라며 "법률상 근거도 없는 이번 조회는 장차 정부에 반대하는 시청자 단체를 사업비 지원을 매개로 길들이기 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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