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유재천 강성철 교수를 KBS 이사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비민주적으로 회의를 강행한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회의 안건은 일부 방통위원들에게 통보되지도 않았고 문제 제기도 묵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유재천 이사 추천을 결정한 지난 5월 30일, 강성철 교수를 보궐이사로 추천한 지난 7월18일 방통위 비공개 회의록을 공개했다.

   
  ▲ 최문순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방송통신위원은 "(유재천 이사가)확정됐다는 것을 우리는 사후에 알고 여기에서 위원들이 고무도장을 찍는 곳이냐, 그렇게 미리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사후에 거수기 노릇을 하기 위해서 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이냐"며 "절차상의 문제, 특히 우리 위원회의 의사결정 절차상의 문제가 대단히 훼손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라고 탄식했다.

한 위원은 이날 상황에 대해 "어제 뉴스에 나왔고, 어제 제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데 기자가 붙잡고 '결정(유재천 이사)되셨다는데 아느냐?'라고 물어서 굉장히 당황했다. '내일 안건으로 올려져 있는 것을 지금 결정이 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그러고 헤어지고 들어가서 기사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문순 의원은 유재천 이사의 선임에 대해 "유재천 이사가 확정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먼저 이뤄지고 추천권한을 갖는 방송통신위원은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추천 의결을 보류하자고 제안한 것도 무시되고 표결로 유재천 이사가 확정됐다"고 지적했다.

또 강성철 이사가 선임되는 과정에선 방통위 위원의 절반이 안건을 모른 채 은밀하게 안건이 상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방통위원은 지난 7월 회의에서 "오늘 아침에 이 자리에 와서 긴급 안건으로 상정됐다는 것을 보고는 많이 당혹스럽다. 전화 한 통화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화급한 안건이었습니까"라고 물었다. 또 "4명 위원 중 절반이 안건 상정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정상입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한 위원은 "지금 그만 두시는 분(신태섭 이사)이 부산 지역이니까 부산 지역에 있는 분(강성철 이사)이면 적절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성철 KBS 이사 선임에 충분한 검증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발언이다.

결국 한 위원은 "안건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앉아있는 저희들은 사람을 어디서 둘러 볼 것도 없고 또 그 분에 대해서 판단할 충분한 근거도 없다"며 "오늘 추천 인사에 대한 표결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표결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은 "진짜 이런 회의 진행은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하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최문순 의원은 "보궐이사 선임을 30일 안에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비민주적 방식과 절차상의 심각한 하자에 대해 방통위원의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임이)강행"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유재천 이사장과는 잘 아는 대학 동기다. 신문 기사나 방송의 보도가 꼭 결정돼 발표 나오지는 않지 않습니까"라며 KBS 이사장 사전 내정설을 부정했다.

송도균 부위원장도 "인사 처리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정성과 환경에 적절하지 않다"며 "속기록에 관해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공개된 자리에서 확인 안 하는게 옳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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