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갈등의 당사자인 금창태 사장과 편집국 기자들의 인식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월19일 발행된 870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의 비대해진 영향력을 지적한 기사를 금 사장이 편집국장에게 알리지 않고 인쇄과정에서 삭제한 사건이 발생하자 편집국 기자들은 ‘시사저널의 정신은 죽었다’며 심각한 편집권 침해 사례로 받아들였다. 삼성이라는 거대자본에 언론이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이윤삼 전 편집국장이 항의의 뜻으로 사표까지 제출한 것은 기자들이 이번 일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기자들은 사건 발생 직후 곧바로 ‘편집권 수호 총회’를 구성하고 ‘삼성의 압력에 굴복한 경영진은 즉각 퇴진하라’며 사장퇴진 운동을 벌였다.

반면 금 사장은 이번 사태를 더 나은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한 ‘성장통’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금 사장은 편집국과의 갈등에 대해 “내가 도덕적 결함이나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거나, 조직에 손해를 끼치거나 한 것이 없기 때문에 편집국 기자들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안의 본질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 내의 성장통일 뿐”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에게 전문성 강화 등 변화를 요구하니까 이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갈등으로 불거졌다는 해석이다. 금 사장은 지난해 편집국 조직을 팀제로 바꿀 때에도 기자들이 사장퇴진 운동을 벌였던 것을 한 예로 들었다.
같은 사건을 놓고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니 당연히 해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재발방지와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요구를 시대변화를 거부하는 반발로 이해하는 금 사장은 징계 등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명숙 전 시사저널 국장은 금 사장과 편집국 기자들이 기름과 물처럼 겉도는 것에 대해 “금 사장의 가치관과 환경, 경험 등이 사회부조리와 권력들을 감시해 온 시사저널의 색깔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의 한 기자는 “심상기 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금 사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도 사태해결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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