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관련 기사를 삭제한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의 행위를 '몰상식의 표본'이라고 비판해 최근 금 사장으로부터 1억5000만 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이 칼럼을 통해 또 다시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고 편집장은 최근 발매된 한겨레21(618호) 칼럼 <상식의 표본>에서 금 사장이 한국기자협회와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리고 한겨레21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내용을 전하면서 "소송이 닥칠 거라는 예감은 했다. 문제의 칼럼이 실린 한겨레21이 발행됐던 6월 26일 저녁, 그(금창태 사장)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고 편집장의 칼럼 안에는 금 사장이 이날 전화를 해와 편집장 칼럼에 썼던 '몰상식의 표본'이라는 표현 등에 대해 "수십 년 간의 언론인 생활 중 가장 모욕적인 일"이라고 '높고 거친 어조'로 항의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리고 고 편집장에게 "모레 오전까지 내 사무실로 와서 사과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최후통첩 내용도 들어있다.

고 편집장은 이와 관련해 금 사장에게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셨다면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남을 실명으로 비판하는 게 얼마나 못할 짓인지 잘 안다. 그(금창태 사장)의 어조는 높았고 거칠었지만 그 정도 수준의 화풀이는 꾹 참고 감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편집장은 '모레 오전까지 사무실로 찾아와 사과하라'는 최후통첩을 들었을 때는 "저도 인간적 모멸감이 솔솔 피어오를락 말락 했다"며 "설마 오란다고 쪼르르 달려가 석고대죄하리라 믿지는 않으셨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고 편집장은 "금창태 사장이 비타협적으로 소송에 임하겠다면 이기기를 빌겠다"면서 "그리하여 편집국장을 따돌리고 삼성관련 기사를 삭제한 금창태 사장의 행위는 정당한 편집권의 행사이며 따라서 '상식의 표본'으로 기록될 만하다고 말을 바꾸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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