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이 인쇄 직전 삭제한 삼성 관련 기사를 작성한 경제팀 이철현 기자는 “금 사장이 사장실로 불러 ‘이학수와 나는 대학 선후배 사이’ ‘중앙일보 사장과 시사저널 사장으로 있으면서 이학수에게 부탁하면 다 들어줬다’ 등 친분 관계를 언급하며 기사를 빼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 사장은 “기사 소스의 신뢰성과 팩트의 오류 때문에 유보시킨 것 뿐”이라며 삼성과의 관계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금창태 사장 “편집인 권한 행사한 것…압력 넣은 적 없어”

   
  ▲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금창태 사장은 “(지난 15일)삼성이 기사 내용이 잘못됐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정확한 기사를 써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하면서, 만약 기사가 그대로 나갈 경우 삼성그룹 뿐 아니라 기사 안에 거론된 계열사 사장들의 명예를 훼손하게 되는 것이므로 묵과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금 사장은 공식 입장을 전달한 사람이 이순동 부사장이냐는 질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윤삼 편집국장, 장영희 취재총괄팀장, 이철현 기자 등에게 ‘이순동 부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 사장은 “ ‘삼성의 인사원칙이 신상필벌인데, 한 임원이 정실인사를 하면서 전통적인 원칙을 무너뜨렸다’는 기사 내용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취임하면서 인사 원칙이 ‘신상필상’으로 바뀌었다며 관련 기사들을 보내왔다”며 “팩트가 하나만 틀려도 나가서는 안되는데, 거의 전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채워진 기사였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인사도 아니고, 누군가 실명으로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관련 문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익명의 ‘투서’로 기사를 만든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담당 기자에게 ‘보류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순복음 교회 관련 기사도 예전에 쓰지 말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기사화해 30억 원의 소송을 당해 1000만 원을 물어준 일이 있는데, 이런 기사가 나가면 삼성이 가만 있겠나 싶어 유보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독 삼성 관련 기사에 대해 그동안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해 왔다는 기자들의 비판에 대해 금 사장은 “이미 삼성을 떠났는데 뭐하러 그러겠느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기사와 광고를 ‘거래’했다는 세간의 의혹어린 시선에 대해서는 “광고 때문에 기사를 뺐다는 건 언론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언어도단”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삼성의 얘기만 듣고 삭제를 지시한 것은 일반적인 순서가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삼성으로부터 이미 내용을 충분히 들었다”며 “빼라는 말은 안했고, ‘검증될 때까지 보류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의 퇴진 요구에는 “퇴진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사장이 기자들이 나가란다고 나가고, 있으라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회사에 미칠 손해를 사장으로서 막았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이철현 기자 “ ‘내가 삼성 출신이라 잘 아는데…’라며 삭제 요구”

   
  ▲ 시사저널 이철현 기자.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이철현 기자의 말은 금 사장의 주장과 전혀 다르다.

이 기자는 “지난 15일 삼성 관계자들이 회사로 찾아와 만나고 있는데 금 사장이 모임이 끝나는대로 만나자고 해 사장실로 갔더니, 보자마자 ‘이학수와 나는 대학 선후배 사이다. 중앙일보 사장으로 있을 때나 시사저널 사장으로 있으면서 이학수에게 부탁하면 다 들어줬다. 명색이 시사저널 사장인데 이런 비판기사가 나가면 되겠느냐. 기사 빼는 것에 대해 양해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취재와 기사 작성은 기자 몫이지만 기사를 넣고 빼는 것은 국장 몫”이라고 대답했다.

이 기자는 “이후 심상기 회장도 직접 전화를 걸어 ‘무슨 기사냐’며 ‘사기업 인사 문제에 대해 기사를 쓰는 것은 문제라며 빼는 게 어떻겠느냐’고 해 국장과 상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금 사장이 지난 19일 다시 불러 ‘사기업에 대한 인사 기사는 문제가 있다’ ‘내가 삼성 출신이라 잘 아는데, 삼성의 인사원칙은 신상필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사에 문제가 있다면 처음부터 기사를 보고 삭제를 얘기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사를 빼고 난 뒤 그제서야 삭제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사기업 인사는 기사가 안된다’는 금 사장의 지적에 이 기자는 “총매출이 150조 원이 넘고 한국 총 수출액의 25%를 차지하는 삼성그룹을 사기업이라는 이유로 언론이 모른 척 해야 하느냐”며 “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타임, 뉴스위크 등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회장 등의 인사 행태를 비판한 적이 많다”고 논박했다.

‘신상필벌’이 삼성의 인사원칙이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상필벌 원칙은 다른 언론보도에서 여러 차례 거론된 것은 물론 <세계를 움직이는 삼성의 스타 CEO>에서도 나와 있고, 취재 과정에서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금 사장의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한 서한을 23일 금 사장에게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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