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공론화위원회 권고를 접수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하자 조선일보·중앙일보·서울경제 등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특히 국민 돈을 버려도 되는 권한을 준 적이 없다며 분별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오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거친 주장을 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은 과장된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에너지계획을 과도하게 세웠기 때문에 설비가 남아돈다는 것이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방침과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의결했다. 이 로드맵엔 신고리 건설재개 외에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확대 등의 계획이 담겨있다.

▲ 조선일보 2017년 10월25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7년 10월25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25일자 사설 ‘‘脫원전 오기’ 피해가 벌써 3조, 모두 국민 부담’에서 월성 1호기 가동 포기로 4년 11개월 동안의 전력 생산 손해액이 1조4991억 원이라는 자유한국당 주장을 들어 “월성 1호기는 2012년의 30년 운영 허가 기간 만료에 앞서 2009~2011년 7000억 원을 들여 대대적인 설비 교체 작업을 벌였다”며 “가동 연장을 위해 들인 돈이 7000억 원이었는데 절반은 가동하지 못하게 됐으므로 부품 교체비 중 3500억 원도 헛돈이 돼버린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밖에도 정부 출범 후 신고리 3개월 가동 중단, 신한울·천지 원전 건설 포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인해 볼 피해액만 합쳐도 거의 3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이 돈을 누가 내는가. 새 정부 실세들이 낼 수 있나”라며 “결국 전부 국민 부담이 된다. 선거로 5년 임기 맡았다고 잘못된 이념 때문에 국민 돈을 이렇게 갖다 버리는 권한을 누가 주었나”라고 비난했다. 조선은 “정부 내 양식 있는 사람들이 이 분별 잃은 정치적 오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원자력장관회의에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원전수출 특사’ 형태로 파견될 예정이라는 소식과 관련해 중앙일보와 서울경제는 탈원전하면서 수출하겠다고 하면 설득력이 있겠냐는 논리로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정작 우리는 안전을 문제 삼아 우리 원전을 외면하면서 외국을 향해 기술력과 경제성이 뛰어난 한국 원전을 선택해 달라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며 “도입하려는 나라도 안정적인 건설과 운용, 사후 관리에서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로드맵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로드맵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중앙은 “우리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국제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무조건적으로 ‘원전은 나쁜 것’이고 ‘신재생에너지는 좋은 것’이란 어설픈 인식과 주장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썼다. 중앙은 “정부는 이제라도 탈원전 도그마에서 벗어나 전문가 위원회로 하여금 에너지 믹스를 다시 검토하게 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도 사설에서 “탈원전을 선언하고도 남의 나라에 수출하겠다는 논리가 국제사회에 먹혀들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제는 사설 외에 6면 머리기사 ‘정책권고 4일만에 탈원전 강행···매몰비용·법적근거 없어 첩첩산중’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정책권고안을 낸 지 4일 만에 탈원전정책을 강행하는 공식 안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정책권고 나흘만에 로드맵을 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거듭 천명해온 것을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대부분 과장돼 있다고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산업부 발전허가만 나있을 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허가가 안난 상태에서 사업자가 미리 지출한 게 있다”며 “매몰비용을 어느 정도 볼 것인지는 향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경우 신규 6기 백지화를 해도 합쳐서 2400억 원 정도라고 보고 있는데 언론이 이를 확대해서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성 1호기의 경우 1조5000억 원까지 손실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4년 10개월 동안 나온 매출만 생각하고 비용은 전혀 고려 안한 주장”이라며 “더구나 월성 1호기는 수익이 가장 안 좋은 원전이고,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매출만 갖고 손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월성은 중수로라 핵폐기물도 가장 많이 나온다”라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사회적 손실이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돈을 버려도 된다는 권한을 주지 않았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절대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 깨끗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자 책임이다. 전원(電源)을 적절히 믹스해 에너지 공급을 하는 권한과 책임은 산업부장관에게 주어져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돈을 버린다는 주장은 상당히 과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고, 정확히 따지면 줄어들 수 있다”며 “갈수록 핵폐기물 처리비용이 느는데, 원전 추가적으로 짓는 것은 매몰비용을 더 키우는 것일 수밖에 없다. 차라리 현시점 의사결정 하는 것이 매몰비용을 줄일 수 있고, 유망비용에 투자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적 오기라는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전혀 아니다”라며 “공론화위 권고에 따라 결정한 것이 아니다.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라며 “(탈원전은) 공약사항이며, 국민의당 등 다른 야당 후보도 똑같이 원전 감축해야 한다고 공약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됐다. 이후 국정과제도 발표하고 산업부 업무발표를 5월부터 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며 전기사업법, 에너지사업법에 의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오기 부리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탈원전과 수출이 모순이라는 주장에 대해 그는 “우리가 장기적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은 APR 1400이라는 개발원전 자체가 안좋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원전의 입지에 문제가 있고, 핵폐기물 처리 문제 난관 부딪힌 상황 탓에 추가 건설이 곤란하다는 것”이라며 “사회적 효용성 때문이지 원전 기술이 문제가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월성 1호기는 사용후핵연료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항문이 막혔는데 음식물 먹으면 배가 터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홍의락 페이스북
▲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홍의락 페이스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 홍의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때의 과도한 설비 계획을 세운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이후 수요 예측을 과도하게 한 것이 문제”라며 “여러 이유가 있지만,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보면, 원전 비중을 41%까지 높였다. 당시 20% 대까지 내리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29%가 됐고, 오히려 원전을 7~10기 더 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그렇다보니 지금 발주된 계획된 설비가 과잉됐고, 지역적으로 편중되고 집중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수출 개념도 우리가 가진 고민과 경험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지으려는지 얘기하는 것을 더 신뢰할 수 있다”며 “언론들은 자신들이 접근해오던 방식대로 접근하고, 익숙한대로 (보도)하려고 한다. 하지만 조금더 공부하면 더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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