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해 6월 단행된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강제 종료 선언이 위법했다고 확인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8일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 43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원보수 지급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부의 ‘조기’ 강제해산 선언으로 지급받지 못한 3개월 여 분의 특조위원 보수를 전액 지급하라는 결정이다.

특조위는 정부가 2016년 6월30일 특조위 활동기간 종료를 일방적으로 선언함에 따라 7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근무한 기간 동안 보수를 지급받지 못했다. 9월30일은 정부가 특조위 사무실을 폐쇄하는 등 강제 종료 조치가 단행된 시점이다.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전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 등은 8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판결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전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 등은 8일 오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판결 선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특조위원 43명은 2016년 10월17일, 2016년 7월1일부터 9월30일 경까지 3개월 공무원 보수 총액 약 3억 원을 대한민국 정부에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특조위는 조사위원 한 명 당 월 평균 약 230만 원을 청구한 금액이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을 잘못 산정했다고 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의 활동 종료 선언 이후의 특조위 활동이 법에 근거한 것임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정한 ‘특조위 활동 개시일’ 주장은 위법하다. 박근혜 정부는 특별법이 제정된 2015년 1월1일을 ‘특조위 활동 개시일’이라 주장했다. 정부는 1년 6개월을 최대 활동 기간으로 보장한 특별법에 따라 2016년 6월30일을 활동 종료 시점이라 선언했다.

특조위는 조사위원과 예산이 갖춰진 2015년 8월4일을 특조위 활동 개시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월1일은 특별법이 제정된 시점일 뿐 특별법 취지에 따라 특조위가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던 시점은 8월4일이라는 취지다. 특조위는 특별법 시행령 또한 5월10일에 마련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주장은 “시행령 제정 및 공포 행위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조위의 주장에 따르면 특조위 활동 종료시점은 2017년 2월3일이 된다.

“박근혜 정부 ‘말없는 폭력’ 가한 것…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전 특조위원들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오지원 전 특조위 조사관은 선고 직후 행정법원 정문에서 열린 판결 선고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당시 인계작업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부 뜻대로 아무것도 남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마음으로 몸으로 저항하고 단식도 했지만 7월1일부터는 사실상 정리하는 수순 돌입했다. 말없는 폭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오 조사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형 재난에 있어서 조사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정부가 법 취지에 반해서 시행령을 만들고 그에 따라 활동을 방해하는 사례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분들에게 덜 부끄럽기 위해 시작한 것을 꼭 마무리 짓고 싶다. 그걸 하는데 법원이 정당한 법 해석을 통해 하나의 기반을 마련해 줘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피해 유족은 당시 정부 안에 찬성한 정당 및 고위공직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전 정권의 불법이 명확하게 드러난 이상 그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어져야 한다”며 “특조위와 가족협의회는 전 해수부 장관을 비롯해 아직 현직에 있는 세월호 참사 당시 관료들, 박근혜를 비롯한 청와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그리고 세월호 진상 조사 방해에 앞장섰던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를 비롯한 여당 추천 조사위원들, 이들에 대한 수사가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416 가족협의회, 전 특조위 조사관 등 기자회견 참석자 일동은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고 지금이라도 국회와 함께 제2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법정에 참석한 조사관들은 선고를 들은 직후 법정을 나와 “우리가 이겼다” “너무나 다행이다”라 말하며 박수를 치고 짧게 포옹을 나눴다. 특조위 조사관들은 스스로 선언한 종료시점인 올해 5월3일까지 ‘1기 특조위 조사관 모임’으로 특조위 조직을 유지한 후 해산을 선언했다. 이후 일부 특조위원과 416가족협의회는 민간인들이 참여하는 ‘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현재까지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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